트럼프, '한·미 FTA 폐기' 엄포…"많이 생각한 일"

2017. 9. 3. 20:03이슈 뉴스스크랩

트럼프, '한·미 FTA 폐기' 엄포…"많이 생각한 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허리케인 '하비'의 피해를 살피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을 방문한 자리에서 그가 한·미 FTA 폐기를 검토하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 내용을 확인했다. 그는 WP 보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I am)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미 FTA 폐기 문제는 "많이 생각해온 일"(It’s very much on my mind)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WP는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한·미 FTA 폐기 계획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익명의 소식통의 말을 빌려 "FTA 폐기를 위한 (백악관 내부의) 준비는 많이 진척됐으며, 이르면 다음주 공식적인 폐기 절차가 시작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머니투데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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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백악관 주요 관리들이 최근 한·미 FTA 폐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협정 폐기에 흥미를 보였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부터 한·미 FTA를 비판해왔다. 협정 발효 후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가 크게 늘었다는 이유였다.

WP는 다만 아직 최종 결정은 나지 않은 상태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협정 내에서 변화 가능성을 두고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참모들이 한·미 FTA 폐기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자칫 양국 동맹 관계가 근본부터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게리 콘 수석 경제보좌관 등이 한·미 FTA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등의) 조치는 양국이 북한의 도발을 직면한 시기에 경제적 긴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공화당의 벤 새스 상원의원(네브래스카)도 이날 농민, 목장주들과 함께 트럼프의 한·미 FTA 폐기 움직임에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 수출 2위 시장으로 부상했다.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은 2012년 5억82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1억 달러로 늘었다.

트럼프가 정말 한·미 FTA 폐기를 원하는지, 아니면 협상 테이블에서 위협용으로 사용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백악관 인사는 아니지만 한국과 미국의 FTA 재협상 과정에 참여한 한 소식통은 WSJ에 "진짜 문제는 (미국의 한·미 FTA 폐기 검토가) 얼마나 심각하게 다뤄지고 있는지"라고 말했다.

USTR의 한 관리는 블룸버그에 "당장은 한·미 FTA와 관련한 발표가 없을 것"이라며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