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청탁을 받고 해당 단체에 불리한 기사를 독자가 제대로 볼 수 없게 재편집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그동안 네이버는 뉴스 편집 공정성이 불거질 때마다 “공정한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주장해왔다. 네이버는 20일 한성숙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올려 책임자 징계와 문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날 한 인터넷 매체는 프로축구연맹의 홍보팀장이 네이버스포츠를 담당하는 ㄱ이사에게 수시로 ‘연맹을 비판하는 기사를 잘 보이지 않게 재배치해달라’고 청탁했고 네이버 측이 이를 수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매체는 프로축구연맹 홍보팀장이 네이버 이사에게 “K리그 관련한 부탁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 이번 한 번 부탁드립니다”라고 보낸 문자메시지 등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는 사실로 확인됐다. 한 대표는 이날 네이버 스포츠 화면에 게재한 사과문에서 “외부 요청에 따라 ‘네이버스포츠 서비스의 기사가 재배열됐다’는 의혹의 보도가 있어 감사했더니 담당자가 재배열 요청을 일부 받아들인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당 담당자는 징계 절차를 진행 중이며 감사가 끝난 후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인사 조치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동일한 조직 내에 스포츠 기사를 배열하는 부문과 스포츠단체와 협력하는 부문이 함께 있어 구조적으로 문제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지 못했다. 이는 회사를 이끄는 내 책임이 크다”고 사과한 뒤 “조직 구성이 같은 ‘네이버스포츠’와 ‘네이버연예’에서 내달 1일까지 서비스를 운영하는 부문과 기사 배열을 담당하는 부문을 분리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네이버는 뉴스가 들어오면 내부 알고리즘으로 같은 뉴스 등을 묶은 후 편집자(큐레이터)가 주요 기사로 배치한다. 모바일의 경우 사람이 편집하는 영역이 전체의 20% 정도다. 네이버는 앞으로 기사배열 책임자를 일원화하고 투명성 위원회가 기사 배열에 대해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는 “콘텐츠 선별 및 배열, 매체 및 창작자 선별, 이슈 선별에 대한 기준도 마련해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할 방침”이라며 “다양한 AI 추천기술을 적용해 내부 편집자가 기사배열을 하는 영역을 줄이는 방향으로 집중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