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1. 28. 18:58ㆍC.E.O 경영 자료
[특집 | 한국판 골드만삭스 시대 개막] 초대형 IB 출범, 금융업계 판도 바뀌나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 2017.11.28. 16:50
[주간동아]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증권사는 금융감독원 심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의 심사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자기자본이 각각 3조 원대인 메리츠종금증권과 신한금융투자도 다음 후보군으로 꼽힌다.
국내에서 처음 투자은행이 거론되기 시작한 건 1997년 외환위기 이후다. 당시 주요 은행은 물론, 굴지의 기업들이 경영부실로 대거 인수합병(M&A)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등은 막대한 수수료를 챙겼다. 주식거래로 수수료를 챙기는 것 외에는 M&A 같은 굵직한 사안을 처리해본 적 없는 국내 증권사들은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 먼발치에서 글로벌 투자은행의 활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를 계기로 국내에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투자은행이 탄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2007년 이명박 정부는'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을 마련해 투자은행 육성론을 펼쳤다. 자본시장법은 종전의 증권거래법, 선물거래법,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신탁업법, 종합금융회사에 관한 법률, 한국증권선물거래소법 등 6개 법을 폐·통합해 획기적으로 개편한 것이다. 이로 인해 증권사·자산운용사·선물회사의 겸용이 허용됐고, 금융투자 상품의 범위가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바뀌어 증권사 위탁매매업의 자기자본 규모가 3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축소되는 등 규제가 완화됐다. 또한 금융회사가 금융상품을 추천할 때 고객 수준에 맞는 투자위험 상품만 추천해야 하고 투자상품에 대한 설명 의무를 강화하는 등 투자자 보호장치도 이때 강화됐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탄생 직후 불어닥친 미국발(發) 금융위기 여파로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자 국내 투자은행 육성론도 힘을 잃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초대형 IB는 다시 추진 동력을 얻었고, 정권교체 등을 거치며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한국형 IB가 탄생했다.
초대형 IB가 필요한 이유
투자은행은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충분한 자본력 △위험을 제어할 수 있는 전문성 △투자자와 자금 수요자 등 시장의 신뢰와 평판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대규모 자금 조달 능력을 갖춰야 한다. 기존 은행과 벤처캐피털 중심의 자금 공급만으로는 성장잠재력이 큰 혁신형 기업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지기 쉽지 않다. 기존 은행들은 기업 성장에 따른 과실을 함께 누릴 수 없어 위험을 무릅쓰고 자금 공급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은 자본력이 취약해 장기투자를 진행하기 힘들다.
반면 해외에서는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이 에어비앤비, 우버 같은 스타트업에 투자해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 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큰 성공을 거둔 스타트업)으로 성장케 한 사례가 적잖다. 또한 세계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글로벌 대형 프로젝트나 M&A 중개·주선 등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해줄 금융의 기능도 더욱 커지고 있다. 앞으로 투자은행은 벤처·중소기업에는 자기자본 투자, 신용공여, IPO(기업공개)를 주선하고 중견기업과 대기업에는 주식·채권 인수, 구조화금융, M&A 중개 등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현재도 증권사를 포함한 종합금융회사(종금사)들은 투자은행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6대 종금사의 자기자본은 3조~6조 원에 불과한 반면, 골드만삭스는 102조 원, 일본 노무라증권은 28조1000억 원, 중국 중신증권은 25조6000억 원, 말레이시아 CIMB는 11조7000억 원에 이른다.
2013년 정부는 신성장동력 사업과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 등을 지원할'선진형 투자은행'의 설립을 촉진하고자'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자기자본 3조 원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증권사에게 기업에 대한 신용공여 업무를 허용한 것인데, 제도 도입 후 현재까지 벤처기업 등 혁신기업에 적극적으로 모험자본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내 증권사는 여전히 위탁매매 같은'중개업'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증권사 수익 중 위탁매매 비중은 51.1%에 달한다(그래프1 참조). 반면 미국은 수익 중 위탁매매 비중이 13.7%, 일본은 16.8%에 불과하다(그래프2 참조).
결국 정부는 투자은행의 대(對)기업 자금 공급을 확대하려면 저렴하고 안정적인 자금 조달 수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초대형 투자은행 육성 정책을 내놓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국내 자본시장은 글로벌 경쟁력이 매우 약하다. 2013~2016년 국내 공기업의 해외 증권 발행 업무 64건 가운데 국내 증권사가 참여한 경우는 10건에 불과하다. 국내 증권사는 국내 공기업의 해외 물량조차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이러한 자본시장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투자은행이 대규모 자기자본과 차별화된 자금 조달 및 공급 계획으로 사업 영역을 국제적으로 확장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기업금융 업무를 실행하려면 자기자본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자기자본은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나 마찬가지다. 자기자본은 그 자체로 안정적인 자금원이 될 뿐 아니라, 조달 가능한 자금 규모(상환능력)를 가늠하는 척도다. 자기자본이 큰 경우 신용등급은 물론, 시장에서 신뢰와 평판이 더 좋을 수 있어 자금 조달비용이 낮아진다. 또한 자기자본이 큰 경우 국제적 신인도를 높이는 데도 유리해 글로벌 M&A를 통한 해외 거점 확보가 용이해진다.
단기금융업 수익률은?
투자자를 모아 기업에 빌려준다는 점에서 은행 여신과 비슷해 보이지만 속성은 확연히 다르다. 초대형 IB는 확정된 금리를 제시한 발행어음을 투자자에게 팔아 조달한 자금의 50%를 기업대출이나 비상장사 지분 투자, 회사채 인수 같은 기업금융에 써야 하고 30% 이하는 부동산 금융, 나머지는 유동성을 위해 확보해야 한다. 한편 초대형 IB의 발행어음은 은행 예금과 달리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는다.
증권사는 고객 예탁금을 마음대로 운용할 수 없어 환매조건부채권(RP),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등 상품으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이에 비해 발행어음은 비용이 적게 들고 만기 같은 운용 제약도 상대적으로 느슨해 증권사들에게 특히 매력적인 업무로 꼽힌다. 또한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레버리지 규제(2015년 증권사의 과도한 차입에 의존한 자금운용을 막자는 취지에서 도입) 대상에서 제외되고 세부적인 운용 규제도 최대한 간소화된다.
단기금융업 1호 타이틀을 거머쥔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을 통해 초대형 IB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부다. 그동안 한국투자증권은'종합금융투자실'이라는 별도의 운용부서를 신설해 신사업을 준비해왔다. 금융투자업계는 금융당국의 인가 후 한국투자증권의 11월 발행 규모를 5000억 원으로 가정할 경우 조달금리 1.8%에 마진을 150bp(1bp=0.01%)로 잡으면 57억 원가량 신규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업계는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조달금리가 얼마로 책정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제시한 첫 금리가 시장에서 가이드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1년 만기 기준 연 1% 후반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1.1~1.2% 수준인 만기 1년짜리 RP와 차입금 금리의 중간인 1.8~1.9% 수준이 적정하다는 설명이다. RP는 국고채 등 신용도가 높은 채권을 투자자에게 매각한 뒤 자금을 끌어모은다. 그만큼 금리는 저렴하지만 판매한 금액을 채권에만 투자해야 한다는 장벽이 있다. 따라서 투자자는 은행 정기예금보다 RP와 발행어음을 놓고 비교할 개연성이 높다. 발행어음 금리가 더 높으면 RP에 투자하던 개인 고객들이 발행어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발행어음 조달금리가 높을수록 증권사 수익은 줄어들지만 수익성이 높은 투자처를 확보하면 만회할 수 있다. 만약 2%대 금리가 시장에서 통하면 부동산 PF나 회사채, 기업어음(CP) 시장도 공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영업과 관련해 아직 자세한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 내부 조직인'ALCO(자산부채관리위원회)'를 통해 발행어음의 금리와 규모, 만기 등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달한 자금으로는 한국투자증권의 강점인 IPO를 비롯해 부동산금융·인수금융·회사채·대체투자 등으로 수익원의 다변화를 꾀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한국투자증권은 12건의 IPO를 주관했다.'대어급'으로 꼽힌 넷마블게임즈부터 유바이오로직스, 서플러스글로벌, 피씨엘, 펄어비스, 유티아이 등의 IPO를 맡았다. 또한 한국투자신탁운용,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한국투자파트너스, 한국투자캐피탈 등 계열사와 협업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발행어음 업무는 결국 운용의 경쟁으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안정적이면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를 여러 개 확보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중소·중견기업의 자금 공급 선순환과 성장을 유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 종합투자계좌(IMA)로 직행?
NH투자증권은 대주주인 농협금융지주의 채용 비리가 걸려 있고, KB증권은 현대증권 시절 계열사 현대엔앤알 사모사채와 현대유엔아이 유상증자에 각각 출자한 것이 대주주 계열 신용공여금지 위반 사항에 해당한다. 하지만 삼성증권을 뺀 나머지 3곳은 현재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가 진행 중이다. 또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지 못했지만 4개 증권사는 인가 전까지 기업을 대상으로 환전 업무를 할 수 있다.
한편 증권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는 발행어음 업무를 뛰어넘어 종합투자계좌(IMA) 업무로 직행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대형 IB는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자금 조달 수단 허용 범위가 달라진다. 4조 원 이상은 발행어음 업무가 가능하고 8조 원 이상이면 IMA 업무가 허용된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단기금융업은 반드시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도록 돼 있지만 IMA는 인가가 필요하지 않다.
IMA 업무는 지난해 8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다. 단기금융업은 자기자본의 최대 2배까지만 어음을 발행할 수 있는 반면, IMA는 수신 한도에 제한이 없다. 그 대신 기업금융 의무 비율이 70% 이상으로, 공모펀드에 준하는 엄격한 운용 규제를 적용받는다.
미래에셋대우는 일찌감치 자기자본 8조 원 규모의 초대형 IB 전략을 세워두고 이에 따라 대규모 자본 확충과 조직 정비를 진행해왔다. 지난해 말 KDB대우증권을 합병한 데 이어 올해 6월 말에는 네이버와 5000억 원 규모의 주식 교환을 통해 자본을 7조2000억 원으로 늘렸다. 하지만 자본이 크다고 발행어음 업무를 건너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현재 초대형 IB에 선정된 모든 증권사는 발행어음 단계를 거쳐 향후 IMA로 옮겨가는 걸 목표로 한다. 미래에셋대우도 이와 같은 절차를 거쳐 사업을 추진해나간다는 방침이다. IMA 신청 요건을 충족한 이후라면 모를까, 지금으로서는 이와 관련해 검토 중인 부분이 없다. 구간별 허들을 피하는 방법으로 초대형 IB가 되려 한다는 인상을 남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나머지 업체들도 일찌감치 발행어음 업무 인가에 대비해왔다. NH투자증권은 1월 발행어음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한 뒤 6월 이를 전략투자운용부로 전환해 단기금융업 인가와 발행어음 관련 준비 업무를 전담하게 하고 있다. 인가가 나는 즉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내부 시스템과 조직 정비를 구체화한 셈이다.
KB증권은 금융지주회사의 강점을 살려 일반은행과 투자은행을 효율적으로 결합할 계획이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롤모델로 삼고 있는데, BoA가 투자에 강한 메릴린치를 인수해 종금사로 성장한 것과 비슷한 모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1월 현대증권을 인수한 KB증권은 향후 KB투자증권의 기업 커버리지 능력과 현대증권의 부동산, 해외 투자 역량을 결합해 수익성 제고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KB증권은 KB국민은행과 함께 개설한 기업투자금융(CIB·일반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합친 개념) 특화 복합점포인 CIB센터를 운영 중이다.
삼성증권은 초대형 IB가 제공하는 다양한 상품을 고액 자산가의 자산관리(WM)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삼성증권은 폭넓은 WM 고객군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삼성증권은 IPO 정보를 공유하는 고객들의 모임을 활성화해 그 안에서 IPO 주간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초대형'이란 이름의 족쇄
초대형 IB의 탄생으로 금융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되는 가운데 무조건 미래를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늘어난 자본금에 비해 시장 상황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이다. IPO,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등 여러 종류의 투자은행 거래가 일어나야 하지만 국내시장에서는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 실제로 글로벌 거래를 중심으로 한 트랙레코드(실적)는 전무한 실정이다.삼성전자, 한국전력공사 같은 글로벌 기업이 채권을 발행하면 통상 투자은행이 중간에서 이를 팔아주고 수수료를 챙기는데, 현재로서는 이 금액의 대부분을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투자은행이 싹쓸이해가고 있다. 그렇기에 국내 초대형 IB들이 글로벌 투자은행과 경쟁에서 얼마나 승산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증권사별 초대형 IB 전략이 크게 차별화되지 못하는 것도 우려스러운 점이다. 현재 모든 대형증권사는 부동산 PF 투자에 역점을 두고 있지만, 부동산경기는 이미 하강 조짐이 뚜렷하다. 이런 가운데 증권사 간 경쟁 심화로 투자은행의 수수료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특히 발행어음 시장은 초기 사업자 간 경쟁 심화로 자칫 역마진 늪에 빠질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초대형'이 갖는 리스크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업 고위 관계자는 "초대형 IB는 글로벌 금융 트렌드에서 한참 벗어난, 시대를 역행하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현재 세계금융은 점점 더 작게 쪼개지고 있고, 골드만삭스 또한 사이즈를 줄이는 대신 블록체인 같은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고 있는 마당에 우리 금융은 여전히 해묵은 어젠다를 붙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어 그는 "과거 자기자본은 위험 요소를 감수할 수 있는 척도로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핀테크(금융+기술), 인터넷전문은행의 약진을 보더라도 지금은 규모와 무관하게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며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다. 특히 조선·건설업 부실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 요소가 큰 중소·벤처기업에 모험자본을 투입하는 건 무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정부의 증권사 대형화 유도 정책은 증권업계에 새로운 수익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자금 조달이 용이하도록 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리스크 역시 커진다는 부작용을 안고 있다. 막 출항한 초대형 IB호가 끝까지 순항하려면 글로벌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는 전문인력 양성과 정보 네트워크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증권사 역시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 초기부터 정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보다 기존 자본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큰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금 회수에 중점을 두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초대형 IB에 다시 뜨는 CMA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발행어음 업무가 개시되면서 증권사들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이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발행어음은 CMA와 결합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행어음형 CMA는 해당 증권사가 발행하는 발행어음을 자동으로 매수한다.CMA란 종합금융회사나 증권사가 예탁금을 받아 국공채, 양도성예금증서, 회사채 등을 운용해 수익을 내는 방식의 상품이다. 또한 안정적 자산에만 투자하기 때문에 다른 투자상품에 비해 수익성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데다 하루만 돈을 맡겨도 이자가 붙어 단기자금을 운용하기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상품에 따라서는 저금리 시대에 기준금리를 웃도는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면서도 원금 손실 가능성은 낮아 위험을 회피하려는 투자자로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단기금융업 인가 직후 금융투자협회에 발행어음 약관과 함께 발행어음형 CMA 약관 심사도 함께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말이면 해당 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발행어음형 CMA는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초대형 IB의 발행어음 리스크는 매우 낮아 증권사가 파산하지 않는 이상 원금 손실 확률은 지극히 적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또한 한국투자증권이 1호 초대형 IB로서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인 금리로 어음을 발행하면 발행어음형 CMA 금리 역시 시중은행 금리보다 높게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받지 않은 증권사들도 추후 인가가 나면 CMA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초대형 IB 대상 외 증권사들도 CMA 상품의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별 금리를 내세우거나 핀테크(금융+기술)와 결합을 통해 이체 편리성을 높이는 식이다.
증권사 가운데 종금 라이선스를 아직 보유하고 있는 메리츠종금증권은 발행어음형 CMA를 활발히 운용 중이다. 특히 메리츠종금증권의 종금형 CMA는 다른 증권사 상품과 달리 5000만 원 한도로 예금자보호도 받을 수 있다.
SK증권은 연말까지'시럽웰스'에서 SK증권 CMA를 개설한 신규 고객에게 3.5% 확정금리(6개월간 최대 500만 원 한도)를 제공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CMA 금리가 2%를 넘지 않는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수준이다.
신한금융투자는 간편 송금 애플리케이션'토스'에서 7월부터'토스 주계좌 플러스' 서비스를 열고 자사 CMA를 비대면으로 개설, 연동할 수 있게 했다. 자동이체 신청 시 금리를 최대 연 2.1%까지 제공한다.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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