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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요즘 북한 눈치를 심하게 보고 있습니다. 자칫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가 무산될까 두려워 북한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여러 곳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미국을 슬슬 자극하는 모양새입니다.
정부가 북한 눈치 보느라 미국 멀리하는 일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동시다발적으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이젠 낯설지도 않습니다. 북한을 자극하는 기사라도 나가면 앞뒤 안가리고 취재원을 색출하기 위한 보안 조사가 뒤따릅니다.
북한과의 대화, 대단히 중요합니다. 북한이 나서야 할 진짜 대화의 주제는 평창 넘어 비핵화입니다. 우리 정부는 평창을 딛고 온건하게 비핵화 대화 테이블로 가겠다는 생각이고 미국은 북한을 강하게 압박해서 북한이 비핵화 대화 테이블에 나오지 않고는 못 견디도록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어떤 방식이 옳은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한미가 공동보조를 취해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한미의 이인삼각(二人三脚)이 엉켜 넘어질 듯 위태위태합니다.
● 북한을 자극하지 마라!
오는 3월 미국 텍사스에서 한국 공군용 F-35A 1호기의 롤아웃 즉 출고식 행사가 열립니다. 정부 고위 관료가 사전에 축사를 하고 이를 녹화해서 롤아웃 행사에서 틀 예정이었습니다. 돌연 없던 일이 됐습니다. F-35A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선제타격하는 킬 체인의 핵심 타격 수단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킬 체인의 수단인 F-35A의 출고를 환영하는 모습을 보이면 북한이 싫어하니까 축하 영상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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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한반도 안보 및 안정에 대한 외교장관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회의의 명칭은 원래는 6.25 참전 16개국 외교장관 회의였는데 한국 등 몇나라가 더 참가하면서 좀 순화됐습니다. 강경화 외교장관이 이 회의에 참석한 뒤 귀국하자 외교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대응을 위해 대북제재를 충실히 이행해 나가는 한편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회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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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참수라는 말을 싫어합니다. 북한의 지휘부를 제거하는 작전이 참수작전이고 이 작전을 수행하는 부대가 참수부대입니다. 얼마 전에 특전사를 모태로 창설됐습니다. 정부는 참수부대 기사에서 참수라는 단어를 쓰지 말라고 기자들을 압박했습니다. 국방장관은 여기저기에서 참수부대를 외치고 다니는데 신문방송에는 참수라는 단어를 넣지 말라는 것입니다.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를 사용해서 북한을 자극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 취재원을 색출해 처벌하라!
정부가 북한 눈치 보는 장면은 이외에도 많습니다. 북한을 공격하기 위한 무기와 관련되거나 군사적으로 미국과 엮인 일이라면 보도를 통제합니다. 취재 과정에서는 보안 조사 엄포를 놓고, 기사가 나가면 기자와 통화한 당국자들을 이유불문하고 줄줄이 기무사 같은 곳으로 불러 들입니다. 언론의 자유를 제한해야 할 정도로 중차대한 국가 안보가 걸린 일이라면 언론 통제에 따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보도를 막으려는 대상들이 옳은 정책인지 부터가 의심스럽습니다.
북한과는 항상 대화의 통로를 열어두고 정세에 맞는 대화를 하면서 신뢰를 쌓아 왔어야 했습니다. 싸워도 대화하며 얼굴 보고 싸웠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두 정권에서는 대화는커녕 개성공단을 폐쇄했고 대화 창구도 전면 차단했습니다. 지금 정부는 미국과의 공조를 의심케 할 정도로 나홀로 대화 스케줄을 빼고 있습니다. 미국이 뭐라 하든 북한과 마음을 열고 가까워져서 통일이 된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불가능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작년 말 국가안보전략서(National Security Strategy)를 발표하면서 향후 정책의 이론적 근거로 ‘원칙에 입각한 현실주의(principled realism)’를 제시했습니다. 세계는 두려움이 팽배한 무정부 상태의 정글이고 국가는 권력 즉 힘에 의존해 국익과 안보를 추구한다는 삭막한 이론입니다. 우리 정부의 지향과 완전히 반대편입니다. 그렇다고 한미가 제각기 다른 길을 갈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공동보조를 취할 수 있는 접점을 모색해야 합니다.
김태훈 기자(oneway@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