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가성비, '차이슨'으로 바톤 터치… 판매 2792% 늘기도
중국 IT제품 한국서 '디지털 영토' 넓혀
다이슨 모방 중국 제품 '차이슨' 인기
지난해 중국 직구 건수는 2배 이상 급증
품질·내구성 ↓, 고장 나도 AS 어려워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3일까지 차이슨 청소기의 판매량은 전달(4월 1~13일)보다 136%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무려 2792%나 급증했다. 차이슨 헤어드라이어도 이 기간 판매량이 전달의 2배로 증가했다.
G마켓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주부들 사이에 가성비가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꾸준히 판매가 증가하고 있었다”며 “최근 차이슨 제품의 성능을 일반 제품과 비교한 결과 성능 차이가 크지 않다는 방송이 나간 이후 관심이 더 커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대륙의 실수’ 원조 격인 샤오미는 라인업을 더 확대했다. 초기부터 선보여온 보조 배터리, 디지털 체중계에서부터 로봇 청소기, 공기청정기, 살균 가습기, 빔프로젝터, 전동 킥보드 등 제품군이 화려해졌다. 이 밖에도 2~3만 원대에 살 수 있는 가오몬의 드로잉 태블릿, 2~4만 원대 가격으로 고음질을 즐길 수 있는 사운드매직의 헤드폰 등도 가성비가 괜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중국 IT제품들의 구매는 주로 국내 온라인 쇼핑몰 등 통해 해외 직구(온라인 직접 구매)나 구매 대행 등을 통해 이뤄진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해외 직구 건수는 408만8000건, 금액은 2억7249만 달러로 2015년에 비해 각각 226%ㆍ160%나 늘었다. 특히 지난해 중국 직구 제품 가운데 전자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2%로 1위를 차지했다. 건수는 88만건으로 2015년(5만2000건)의 약 17배로 급증했다.
최근에는 중국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쇼핑몰 '알리 익스프레스'와 '타오바오'를 직접 찾는 경우도 늘고 있다. 각종 전자 기기에 관심이 많은 김 모(41) 씨는 수시로 ‘알리 익스프레스’를 뒤진다. 지난해 큰아들을 위한 생일선물로 드론을 구매한 이후 날개 없는 선풍기, 액션캠 등을 여기서 샀다. 김씨는 “배송이 늦고, 품질은 고가 브랜드보다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프리미엄 제품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이 매력적”이라며 “고장나면 하나 더 사면 된다는 생각에 구매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쇼핑몰인 알리 익스프레스는 한국어 번역 서비스를 지원한다. 타오바오는 중국 내수용 쇼핑몰로 중국어만 지원해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상품 가격은 더 저렴하다. 해외 직구족 사이에선 이들 사이트가 한번 들어가면 너무나 싼 가격에 매료돼 빠져나갈 수 없다며 ‘개미지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세계경영연구원(IGM) 전한석 이사는 “과거엔 중국 제품이 ‘짝퉁’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거부감이 컸으나, 이제는 브랜드보다 합리적 가격과 성능을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재평가를 받고 있다”며 “디지털 시대 상품 교역에서 국경이 사라지면서 중국 제품의 ‘디지털 영토’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IT기업들도 이들 중국 제품에 대한 소비자 트렌드를 눈여겨보고 있다. 이들이 확실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국내 IT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분석이 많다. 전체적 품질이나 애프터서비스(AS)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주요 IT커뮤니티에서는 중국 제품의 가성비에 대한 찬사와 함께 '몇 번 사용하니 고장 났다', '내구성이 떨어진다', '소음이 너무 커서 사용이 꺼려진다', '디자인이 조잡하고, 마감도 엉성하다' 등의 혹평이 난무한다. 샤오미 AS센터가 올 초 고객 통보 없이 운영을 중단하는 등 AS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국내 한 IT 대기업 임원은 “최근 주목받는 중국 IT제품들은 프리미엄 기능과 높은 수준의 사후 관리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와는 거리가 있다”며 “저가 제품 시장에서는 통하겠지만, 그보다 높은 가격대의 시장에서는 진입 장벽을 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