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반도체 생산마저 급감…경기침체 우려 커진다

2018. 7. 1. 20:25C.E.O 경영 자료



믿었던 반도체 생산마저 급감…경기침체 우려 커진다

5월 경기선행지수 넉달째 하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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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불 켜진 한국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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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울시내 고궁 인근에서 음식점을 하는 김가연 씨(가명)는 "가뜩이나 중국 관광객이 줄었는데, 요즘은 저녁 회식하는 손님도 거의 없다"며 "이대로라면 임차료 내기도 버거울 지경이라 언제 문 닫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 2 A마트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 쇼핑몰들이 신선식품을 특가에 판매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온라인에서 초저가로 장을 보는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소비 채널이 바뀌면서 소비량은 그대로인데 전체 매출은 감소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생산과 투자 지표가 나빠지는 가운데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한 소매판매도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소비 감소가 다음달에도 이어진다면 전체 경기가 침체로 갈 확률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지난 5월 소비가 감소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기저효과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올 초 소비가 많이 늘어난 데 따른 조정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온라인 쇼핑 비중이 점점 높아진 영향도 있다. 전체적인 소비 금액을 줄이는 결과를 낳는다.

지난달에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다소 주춤한 요인도 있었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중국인은 전월 대비 소폭(0.3%) 늘어났지만 이들 중 국내에서 화장품 등을 대량으로 구매해 가는 보따리상 비율이 줄어 전체적으로 면세점 1인당 구매량이 감소한 탓도 있었다.

소매판매에서 비교적 크게 줄어든 승용차 판매(-3.3%)는 일시적인 조정 현상으로 해석된다. 지난 3월 신차가 많이 출시돼 각종 프로모션에 힘입어 판매량이 늘어난 데 따른 수치상 기저효과로 해석된다.

김근영 한국은행 동향분석팀장은 전체적인 소비 흐름에 대해 "올 들어 호조를 보인 소매판매가 4~5월 조정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 산업생산이 그나마 소폭 상승했지만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생산이 6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해 눈길을 끈다. 반도체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까지 꾸준히 생산량이 증가해왔다. 4월에는 전월 대비 9.1%(전년 동월 대비로는 25.8%)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견고한 증가세를 유지하는 듯했다. 그러나 갑자기 5월 들어 7.0% 감소했다.

어 과장은 "재고량은 줄고 출하량은 늘어난 것으로 보아 재고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며 "6개월 연속 생산이 증가한 뒤 조정을 받고 있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반도체를 생산하는 특수산업용 기계에 대한 투자가 올 들어 미진한 것으로 미루어봤을 때 반도체 생산이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게 문제다. 특수산업용 기계에 대한 설비투자는 2월과 3월 각각 전월 대비 -7.1%와 -15.7%로 두 달 연속 크게 감소했다. 특수산업용 기계가 생산하는 품목 중 약 70%는 반도체다. 설비투자의 감소가 곧 생산량 감소로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5월에도 특수산업용 기계에 대한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2.0% 감소했다. 생산의 큰 축인 반도체가 꺾이면 생산 전체가 회복될 가능성은 낮아진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외에도 계속 줄고 있다. 석 달 연속 전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선박 등 운송장비에 대한 설비투자는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김 팀장은 "설비투자는 5월뿐만 아니라 6월을 포함한 2분기 전체가 소강상태일 것"이라며 "연간으로 보아도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보다 올해 상당히 둔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의 전반적인 생산은 전월에 이어 5월에도 2.3% 늘어나 증가세를 이어갔다. 자동차(5.5%)와 통신·방송장비(30.3%)가 성장세를 견인했다.

재고는 줄고 공장가동률은 올라 연초의 `제조업 쇼크`도 조금은 회복한 모습이다. 제조업 공장가동률은 지난 3월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70.3%)를 기록한 뒤 4월(72.4%)과 5월(73.9%) 다소 회복하고 있는 모양새다.

제조업 재고 역시 5월에는 전월 대비 소폭(0.8%) 줄어들었다.

생산 분야에서 서비스업과 건설업은 내리막길이다. 특히 숙박음식업은 전년 동월 대비 지난해 10월부터 계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등으로 아파트 등 건물 신축 물량이 점점 줄고 있어 건축 기성은 5월 전월 대비 -3.7%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