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1조달러시대, ‘돈되는 수출’이 답이다

2018. 12. 27. 18:22C.E.O 경영 자료

무역 1조달러시대, ‘돈되는 수출’이 답이다

 
 
 

‘제55회 무역의 날’ 행사에서 한국무역협회 임직원과 무역아카데미 교육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DB


우리나라의 수출입 무역규모가 2년 연속 1조달러를 돌파했다. 명실상부한 무역대국으로 자리잡은 셈이지만 내실을 뜯어보면 그늘이 더 짙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데다 수출을 견인해 왔던 반도체 호황이 꺼질 전망이다. 특히 내수경기는 수년째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머니S>는 무역 1조달러 시대의 이면을 살피고 문제점을 짚어봤다. 또한 내실이 탄탄한 무역대국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지 전문가 의견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무역 1조달러시대의 그늘] ④·끝 '내실 튼튼한' 무역대국 되려면


올해 한국은 미국, 독일, 중국, 네덜란드, 프랑스, 일본에 이어 세계 7번째로 수출 6000억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분명 괄목할 만한 성과다. 하지만 이를 들여다보면 수출이 미국과 중국에 지나치게 편중됐고 나머지 대부분은 신흥국을 대상으로 한 저부가가치 상품으로 내실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리나라가 내실있는 무역대국으로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흥국 수출 리스크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무역의 과제로 ▲수출시장 다변화 ▲수출품목의 고부가가치화 ▲4차산업 관련 창업 촉진 ▲대외 리스크에 대한 정책적 지원 등을 꼽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대외 경제환경 변화에 취약한 신흥국에 쏠린 수출구조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대 신흥국 수출 비중은 58.4%에 달해 무역수출액이 6000억달러를 넘은 7개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반면 수출액 6000억원 달성 시점 기준으로 독일, 중국, 프랑스의 신흥국 수출 비중은 20%대, 네덜란드는 16.9%에 불과하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국제적인 정치·경제적 불안 요인들로 인해 원유공급 차질이 빚어지고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요인은 곧바로 수출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신흥국들이 환율상승에 따른 경상수지 조정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면서 세계 교역량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각 신흥국의 실물경제 위축과 외채상환 능력 약화에 따른 투자 및 고용 급감은 물론 최악의 경우 디폴트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정귀일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올 들어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 등 미국 금리인상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가들은 통화가치와 주가 하락 등 불안한 금융환경에 놓여있다”며 “경상수지 적자에다 GDP 대비 부채 수준이 높은 신흥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다면 주문량 축소나 취소에 따른 재고 처리방안까지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수출품목 부가가치 확보 급선무 

우리나라의 수출품목이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출품목 중 중간재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중간재란 최종소비자가 사용하는 완성품이 아니라 현지 생산자가 가공용 자재로 사용하는 상품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중간재 수출 비중은 66.3%로 일본(51.9%), 미국(47.9%)에 비해 10~20% 많다. 이는 수출 6000억달러 이상을 달성한 7개 나라 중 가장 많은 중간재 수출 비중이다.

반면 부가가치가 높은 소비재 수출 비중은 11.4%로 7개 국가 중 가장 낮았다. 소비재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프랑스(30.9%)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대표적인 고부가가치업종인 서비스분야 매출 비중은 전 상품 대비 13.6%로 매우 낮았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상품 개발과 수출 전략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네덜란드, 미국, 독일 등은 수출액 6000억달러 달성 후 전체 수출품목 중 공산품 등 실물 비중이 하락세를 보였다”며 “한국도 고부가가치 서비스상품(교육·의료·IT 서비스 등) 개발과 수출에 주력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수출전문 기업 육성도 무역의 내실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된다. 무역협회가 2004~2017년 설립 1년 이내 본글로벌기업(Born Global·창업 초기 단계부터 해외시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 5986개사를 분석한 결과 평균 2년6개월 만에 100만달러 수출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매년 수출실적을 내는 기업 중 11.7%가 연평균 100%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이들 가운데 설립 첫해 100만달러 수출실적을 거둔 업체가 15.2%에 달했고 평균 5.5개국에 9.3개 품목을 수출하는 등 수출시장과 품목 다변화에도 공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현숙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정부는 본글로벌기업의 차별적 특성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확대함과 동시에 해외진출 지원을 창업 초기부터 제공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외 변수' 대응 나서야 

한국의 GDP 대비 수출 비중은 2018년 기준 네덜란드(78.9%), 독일(39.2%)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수준(36.3%)이다. 반면 미국, 일본, 중국은 각각 8.1%, 14.5%, 18.1%에 불과하다.




특히 한국은 대 신흥국 수출 비중이 높아 대외 변동성에 더 취약하다. 최근 글로벌경제의 화두인 미·중 무역분쟁이 악화할 경우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박태호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명예교수(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는 “이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통상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CP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 지역통합체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며 “중소 글로벌가치사슬(GVC) 편입 지원, 외국인투자유치 강화 등 정부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2호(2018년 12월25~3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