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중 패권 경쟁에서 미국 편에 서야"

2019. 1. 1. 15:53C.E.O 경영 자료


"한국, 미·중 패권 경쟁에서 미국 편에 서야"


입력 2019.01.01 03:01

[美中日 동북아 전문가 인터뷰] [上]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
북한 비핵화 진전 없는 상황에선 韓美 정상, 김정은과 회담 말아야
중국의 지식재산권 문제는 미국뿐 아니라 삼성·SK의 문제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는 본지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앞으로 '중국'이라는 요소가 한반도 문제는 물론이고 한·일 관계, ·미 관계를 결정짓는 중요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미·중 패권 경쟁에서 "한국은 미국 편에 서길 바란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그는 "비핵화의 중대한 진전이 없는 상황에선 미·북 정상회담은 물론 추가적인 남북 정상회담도 안 된다""이런 의견을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들에게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퓰너 전 회장은 미국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창립자로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인수위 고문으로 활동했다. 지금도 마이크 펜스 부통령뿐 아니라 백악관과 행정부 인사들을 만나 각종 조언을 하고 있다. 인터뷰는 12월 12일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퓰너 전 회장과의 일문일답.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창립자인 에드윈 퓰너 전 회장이 지난달 12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에 있는 재단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창립자인 에드윈 퓰너 전 회장이 지난달 12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에 있는 재단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비핵화의 중대한 진전이 없는 상황에선 미·북 정상회담은 물론 추가적인 남북 정상회담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의준 특파원


―북한 비핵화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은 무엇인가.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개인적인 관계를 만들고 이를 통해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의 1면에 나왔듯 북한은 아프리카에 비밀 군대를 파견해 달러를 벌어들이는 등 유엔 제재를 피하고 있다. 나는 지난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연장선상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한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2차 정상회담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김정은과 미국의 대통령이 두 번의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세계에) 그를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할 수 있다. 비핵화에 중대한 결실이 있은 후에야 도로 연결과 경제 개방을 논의할 수 있다."

―김정은 서울 답방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여기에도 (비핵화의 중대한 진전이라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한다. 서울 정상회담의 핵심 이슈는 북핵 문제가 돼야 하고, 북한은 핵을 제거하는 데 가시적이고 진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나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리에게도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북한 문제를 최근 논의했다고 들었다.

"펜스 부통령과 최근 에어포스2(부통령 전용기)를 탔을 때 북한과의 관계가 순환한다는 도표를 그려 설명해줬다. 북한과는 협상→제재 완화→북한의 경제 회복→핵 개발 재개→제재 강화→재협상 등으로 이어지는 순환적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굉장히 좌절스러운 사이클이다. 그러자 펜스 부통령은 '맞아, 맞아'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펜스 부통령은 이를 이해하고 있다."

―2019년에 한반도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국제 정세의 변화는 무엇이라고 보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지식재산권 문제 등은 미국뿐 아니라 삼성과 SK의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과 한국은 이런 중국의 무역과 기술 관련한 문제에서 한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차세대 이동통신인 5G 문제에서 삼성은 중국 부품을 쓰지 않고 (관련) 장비를 만들고 있다. SK도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기로 했다. 이는 용기 있는 행동이다. 미국과 한국은 이런 중국의 무역과 기술 관련한 문제에서 한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이 합의될 수 있다고 보나.

"할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이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원래 중국을 WTO에 가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이다. 중국이 국제 질서를 따르고 자유 무역의 길로 들어서게 하자는 것이었지만, 중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을 그대로 지켜볼 수 없다. 지난 10월 나는 베이징에서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을 만나 한 시간이 넘게 이 문제를 얘기했다. 나는 미국이 무엇을 원하는지 4~5개 측면을 얘기해줬고, 이에 대응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무역 전쟁이 해결되더라도 미·중이 패권 경쟁으로 다른 나라에 대해 지속적으로 줄서기를 강요하지 않을까.

"나는 한국이 두 나라의 경쟁 때문에 피해를 보는 무고한 구경꾼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한국이 이미 어느 편인지 결정했기를 바란다. 중국이 한국을 지배하려 했던 것이나 6·25 때 했던 것을 감안하면, 누가 당신들의 편이었던가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미국)는 중국의 도전을 이해하고, 중국과 이 문제를 대화하려 한다. 중국이 정직하게 룰에 따라 움직이길 바란다."

―한·일 관계가 과거사 문제로 충돌하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외부적인 문제에 대해 하나의 관점을 공유하는 것이 한·일을 결속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중국에 대해 공통적인 관점을 가지는 것일 수 있다.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볼 때 중국의 도전은 단순히 경제적인 것이 아니다. 한국도 일본도 이에 함께해야 하고 우리가 모두 뭉쳐야 한다. 일본은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 나는 한국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한·미·일의 이런 대화는 (아무리 많이 해도) 결코 충분할 수 없다."

―그렇다고 과거사 문제를 극복할 수 있나.

"나는 정치학자로서 역사는 매우 중요하고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시에 역사에 발목 잡혀서도 안 되고 오랜 상처의 딱지를 떼도 안 된다. 우리는 과거로부터 배워야 하지만 때로는 과거는 지나가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 과거 헬무트 콜 총리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가 함께했을 때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모두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레이건이 콜 총리를 (개인적으로) 좋아했을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힘을 합했기에) 우리는 여기에 있다."


에드윈 퓰너 前회장

에드윈 퓰너(77) 헤리티지재단 창립자이자 전 회장은 워싱턴 정가의 대표적인 친한(親韓)파 인사로 꼽힌다. 1973년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을 설립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 캠프에서 일했고, 트럼프 당선 후에는 인수위원회 선임고문을 맡았다. 현재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백악관 핵심들에게 직접 조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01/201901010028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