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신년 기자회견 조목조목 반박
“가계소득 비중 작아졌다는 주장
대기업만 잘라 보니까 그런 것
노동소득 분배율 꾸준히 늘었다”
이병태(사진)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거짓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 교수는 2017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가 여당 의원들의 비판을 받아 유명세를 치른 바 있다.
10일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이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하성의 거짓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문재인(대통령)’이라는 제목으로 문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장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견인했으나 지난해 말 사퇴했다.
이 교수는 1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가계소득 비중이 작아졌다는 문 대통령의 주장은 대기업만 잘라 보니까 그런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꾸준히 상승해 왔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우리가 함께 이룬 경제성장의 혜택이 소수의 상위계층과 대기업에 집중됐고, 어느덧 우리는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노동소득 분배율은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피용자 보수)이 차지하는 비율로, ‘노동 가격’이 ‘자본 가격’보다 높을수록, 노동집약적 산업일수록, 전체 취업자 중 근로자 비율이 높을수록 커진다. 실제, 한국은행 국민계정을 보면 우리나라 노동소득분배율은 지난 2010년 59.4%를 저점으로 꾸준히 상승, 2016년 63.3%까지 올랐다가 2017년 63.0%를 기록했다.
이 교수는 ‘낙수효과’가 오래전에 끝났다는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서도 “대기업 법인세가 가계소득으로 이전하니까 복지를 늘릴 수 있는 것”이라며 “삼성전자 대주주가 국민연금인데, 국민연금의 배당금이나 주가차익을 통해 우리의 미래 소득으로 이전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소득통계에 잡히지 않는 간접소득도 엄청나다”며 “고소득자들은 한 달에 기업과 본인 몫으로 의료보험료만 약 700만 원(347만8580원×2) 내지만, 직장 저소득층은 1만7460원, 지역가입자는 1만3100원만 의료보험료를 낸다. 이것도 다 간접 소득분배”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소득을 강제로 올린 것이 인플레이션인데, 인플레이션을 조장하면 소득은 올라가지만, 비자발적 지출도 늘어 실질 가처분소득은 안 오른다”며 “문 대통령 식으로 계산하면, 극심한 인플레에도 최저임금을 60배 올린 베네수엘라도 가계 소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