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朴의 '배신자'프레임 버텨낼까..洪吳에 北까지 가세

2019. 2. 9. 10:31C.E.O 경영 자료

황교안, 朴의 '배신자'프레임 버텨낼까..洪吳에 北까지 가세

박태훈 입력 2019.02.09. 07:03

                          
       
[스토리세계] 차기 1위 낭보 뒤 朴의 '배은망덕~'쓰나미, 黃의 첫 시련

정치 초년생 황교안(62) 전 국무총리에게 첫 번째 시련이 닥쳤다. 새해들어 차기주자 선호도 1위, 자유한국당 당권경쟁 1강으로 순풍을 타던 황 전 국무총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박근혜 풍랑’을 만난 것. 박 전 대통령은 측근의 입을 빌어 황 전 총리에게 '섭섭함'을 토로함과 동시에 황 전 총리가 마치 친박(친박근혜)계의 대표주자인 듯 비쳐지는 것을 경계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치명타를 안겼던 2015년 6월 25일 '배신의 정치' 논란을 연상케 한다.

황 전 총리로선 전당대회 경쟁자인 홍준표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공세도 만만찮은 상황에서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신자 프레임'까지 덧씌워질 경우 앞길이 순탄치 않을 공산이 크다.
문화일보가 실시한 차기주자 선호도 조사. 중앙여심위 홈페이지
◆ 새해들어 각종조사마다 황 전 총리, 여야불문 차기주자 1위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토대를 상실한 보수층은 황 전 총리에게 기대를 걸고 2017년 이후 각종 조사때마다 그를 보수계열 차기주자 1위로 올려 놓았다. 이에 힘입은 황 전 총리는 새해 들어 공격적인 행보로 영역을 확장하며 여야 차기주자 여론조사에서 전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오마이뉴스'가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2515명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에서 황 전 총리는 17.1%로 이낙연 총리(15.3%)를 누르고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달 28~29일 사이 알앤써치가 조사한 결과(1045명 조사, 표본오차 95%의 신뢰수준에 ±3.0%포인트)에서도 그는 18.7%로 여권의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13.7%)과 이낙연 총리(13.2%)를 제치고 1위를 달렸다.

문화일보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달 29~30일 실시한 조사결과(1005명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이상 각 조사기관 사이트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도 황 전 총리는 13.8%의 지지를 받아 유 이사장(10.6%)과 이 총리(10.0%)를 따돌리며 선두에 올랐다.

정치권에 등장하자마자 무서운 기세로 질주한 것이다.

◆호사다마(好事多魔)? 느닷없는 박근혜의 일격

그러나 황 전 총리의 ‘진격 앞으로’에 제동을 거는 일이 벌어졌다. 그를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로 발탁하며 체급을 키워준 박 전 대통령이 지렛대가 되기는커녕 발목을 잡은 것이다.

수감생활 중인 박 전 대통령의 사실상 소통 메신저인 유영하 변호사의 입을 빌어서다. 유 변호사는 지난 7일 TV조선 인터뷰에서 황 전 총리를 향해 "박 전 대통령의 황 전 총리의 면회 요청을 거부했다고 한다. (자신을) 법무부 장관으로, 그리고 국무총리로 발탁한 분이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데 (정작 본인은 박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를 모른다고 한 말에 모든 것이 함축돼 있다고 본다"며 섭섭함을 넘어 배은망덕함을 느낀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화들짝 놀란 황 전 총리는 8일 관련 질문에 "(박 전 대통령에게) 도리를 다하고 있다"라며 언급을 피했다. 이를 전해들은 유 변호사는 "황 전 총리가 어떤 도리를 다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어제) 말한 것은 직접 확인한 팩트고 경험한 것들이다"고 되받아쳤다.

◆ 4년 전 박 전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를 심판~'에 유승민 와르르, 과연 황교안은

유 변호사를 통해 전한 박 전 대통령 심정은 마치 2015년 6월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작심한 듯 메모지를 읽어 내려갔다. 그 중 압권은 "당선된 후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과 다른 스탠스를 취했던 새누리당 지도부(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배신자 프레임'은 일부 보수층, 한국당 콘크리트 지지층에겐 아직 통하고 있다. 그 까닭에 대선주자급 정치거물인 유승민 의원도 지역구인 대구에서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황 전 총리이기에 박 전 대통령이 '배신자, 배은망덕' 뉘앙스를 풍긴 것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북한까지 나서 "黃은 朴의 허수아비이자 환관" 비판

황 전 총리와 당권 경쟁 중인 홍준표 전 대표는 "병역문제는 국민 감정의 문제이기 때문에 묵과 하기 어렵다"며 황 전 총리의 병역면제를 집요하게 건드리고 있다. 오세훈 전 시장도 8일 "박근혜가 좋아하는 진짜 친박이냐의 논란 속에 빠져든 황교안 후보! 이것이 황교안 후보의 한계다, 황교안 후보는 앞으로 이런식의 논란으로 끊임없이 시달릴 것"이라며 당의 우환(황교안)을 제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황 전 총리가 당권 경쟁에서 앞서 나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지난 3일 '박근혜 망령이 배회하고 있다'는 논평을 통해 "황교안은 허수아비로서 기껏 내들 것은 박근혜가 씌워준 장관, 총리 벙거지와 '대행'이라는 누더기 옷이 전부다"고 깎아내린 뒤 "이자(황 전 총리)가 박근혜의 총애를 받은 것은 그 무슨 실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가려운 잔등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환관노릇을 잘 했기 때문"이라며 막말을 퍼부었다. 

◆ 정두언 "朴은 黃이 탐탁찮다는 것, 홍준표-오세훈에게 기회 단일화하면 승산 있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8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영하 변호사가 괜히 억하심정으로 그랬을 것 같지는 않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심기를 전달하는데 황교안이 탐탁지 않다고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의원은 "(황 전 총리가 대행시절) 무슨 시계까지 만들고, 그런 행위들이 (박 전 대통령에게는) 개인적으로 좀 서운함이 남았을 거고, 어쨌든 이거는 황교안 총리한테는 악재죠"라며 "악재가 계속 나올 가능성이 있고 황 전 총리가 정치권에서 검증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맷집이 있는지 그게 미지수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황 전 총리가 뜻밖의 악재를 맞은 반면 "(홍 전 대표와 오 전 시장이) 결국 단일화를 한다면, 단일화 승자 대 황교안 구도로 가서 결국 단일화 한 사람이 이기는 거죠"라고 전망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