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m 안팎씩 굴착이 계속되면 오는 6월께 양방향 모두 바닷길이 뚫리게 된다. 8년여 전인 2010년 12월 사업이 시작된 보령∼태안 해저터널 1공구가 주인공이다. 현대건설이 시공 중인 충남 보령시 대천항과 태안군 안면도를 연결하는 도로로 총연장 8㎞, 터널구간 연장은 7㎞, 해수면에서 최대 깊이는 80m(해저면서 50m)에 달한다.
지난 25일 서울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30분을 달려 찾아간 대천해수욕장 인근 공사 현장은 바닥에 포장이 아직 깔려 있지 않아 울퉁불퉁했지만 아치 모양 터널로의 모습을 거의 갖춰가고 있었다.
현재 해당 터널의 출발점인 충남 보령에서 태안을 비롯해 유명 관광지인 안면도를 가려면 길을 돌고 돌아 차량으로 1시간30~40분을 가야 한다. 2021년 3월 보령과 원산도를 연결하는 해저터널이 뚫리고 올해 말 준공되는 원산도와 태안을 연결하는 연륙교인 솔빛대교와 연결되면 단 10분 만에 이동이 가능해진다.
해저터널과 솔빛대교가 만나는 원산도는 최대 `수혜지`다. 1100여 명 주민이 사는 섬마을 원산도는 하루 3편 통통배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고 날씨에 따라 배가 아예 뜨지 못하는 날도 많다. 이날 기자가 현대건설 측 안내로 아직 포장되지 않은 도로를 시속 20~30㎞로 달려보니 불과 30분도 안돼 도착할 수 있었다. 이런 대형 호재로 원산도 지역은 수년 사이 땅값이 들썩거리고 대명리조트가 7000억원을 투입하는 초대형 해양리조트 건설까지 추진 중이다.
추연신 현대건설 공사부장은 "해저터널은 24시간 내내 `물과의 전쟁`"이라고 말했다. 공사 중 해수 유입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해저터널인 일본 세이칸 철도 해저터널(53.85㎞)은 해수 유입사고가 네 차례나 발생해 착공까지 25년이 걸리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터널을 뚫으면서 발파식공법(NATM)을 적용했다. 단단한 암반에 구멍을 뚫고 화약을 장착한 후 폭발시켜 암반을 뚫으면서 앞으로 전진하는 공법이다.
사전에 전방으로 20m 이상 구멍을 뚫어 다량의 해수를 포함하고 있는 함수층이 발견되면 다시 구멍을 뚫은 후 고압으로 시멘트와 물을 혼합한 현탁액을 주입해 동시다발적으로 지반을 안정시키는 해수차단작업을 거친다.
현대건설 R&D센터 송명규 부장은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개의 터널차수를 동시에 진행시키는 IMG(Intelligent Multi Grout)공법을 개발해 특허 및 신기술로 인정받아 보령~태안 현장에 적용해 8년의 공사기간 중 단 한 차례도 해수 유입이 없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싱가포르에서도 주룽 해저유류 비축기지 공사를 맡아 2014년 준공했다. 해저유류 비축기지는 해저터널 공사기술이 집약된 인프라 공사인데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국내 최장 해저터널 관통이 다가오면서 `해저터널`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후속 공사도 본격 예고됐다. 국내에선 2017년 개통한 인천북항터널(총길이 5.46㎞)이 가장 길고 일제시대 만들어진 통영 해저터널, 2010년 개통한 거가대교 가덕 해저터널 등이 대표적 해저터널이다. 다음달 입찰하는 `수도권 제2순환(김포∼파주) 고속도로 건설공사 제2공구`는 한강을 관통하는 `하저터널`(하천 관통) 구간이 포함됐다.
송명규 부장은 "침식지형이 많은 노르웨이 같은 경우 수십 개의 해저터널이 만들어졌다"며 "우리나라도 해안 주변에 섬들이 많고 수도권에선 광역철도 사업이 속속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해저·하저터널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법도 발전하고 있다.
[보령·원산도 = 이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