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노동 존중사회 주창하지만, 실은 민주노총 존중사회"

2019. 5. 10. 06:17C.E.O 경영 자료

  • "文정부, 노동 존중사회 주창하지만, 실은 민주노총 존중사회"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에게 고견을 듣는다]

    AI·로봇 등 활용으로 대량실업 구조화될 것… 기본소득 도입 불가피한 상황
    보수층은 사회보장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유지된다는 것 알아야
    정치권·진보지식인, 민노총 따라다니기 그만두고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을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文정부, 노동 존중사회 주창하지만, 실은 민주노총 존중사회"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에게 고견을 듣는다]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前전태일재단 이사장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前전태일재단 이사장
 

장기표 대표는 정부와 각 지자체가 각종 명목으로 청년, 아동 수당을 늘리고 있는 것에 대해 "받는 사람의 생활에 크게 도움도 안 되고 실업난 해소에 효과도 없는 선거용 매표 행위"라고 했다. 정권이 자신들의 지지 계층에 현금을 살포하는 '뇌물'과 다름없는 행위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사회보장제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강하게 긍정했다. 장 대표는 "사회보장제도가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유지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보수 진영이 사회보장제도의 역할과 가치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대표님께서 지난 50년 이상 몰두해온 사회노동 운동의 진정성, 시장과 자유를 존중하는 철학을 이해하는 이라면 동조가가 많을 것 같은데요. 

"제가요, 감옥을 다섯 번 갔다고 오고 징역을 9년 살았습니다. 민주화운동, 노동운동을 한 사람 가운데 저보다 많이 감옥 갔다 온 사람 별로 없습니다. 독재와 약자보호를 위한 대의명분으로 했어요. 그러나 독재가 사라졌고, 노동자가 무소불위로 힘이 오히려 세지면서 갖가지 부작용이 일어나는 걸 보고 기득권 강성 노조의 폐습을 비판하기 시작한 겁니다. 저는 사회주의가 아니라 자유를 위해 싸워왔습니다."

-강연에서 민주노총이 지금처럼 비대화한 공룡이 된 것은 정치권의 잘못이 크다고 말씀하셨는데, 무슨 의미인가요. 

"정치권이 노조를 이상 비대화시킨 책임이 크다는 겁니다. 첫째, 정치권 잘못이 크고 그 다음 진보지식인들이 잘못이 큽니다. 진보지식인들이 민노총을 따라다닌 결과입니다. 운동권, 소위 '진보진영'은 다음 세 가지 콤플렉스를 갖고 있어요. 학생 콤플렉스, 노동자 콤플렉스, 북한 콤플렉스. 학생들이 주장하면 꼼짝 못했어요. 전에 학생조직인 민민투, 자민투가 있었는데 이들이 주장하면 꼼짝 못했어요. 둘째, 노동자들이 주장하면 꼼짝 못해요. 이것은 마르크스 레닌주의 때문에 그래요.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전혀 비판할 자신이 없는 거예요. 셋째, 북한이 주장하면 꼼짝 못하고 다 따라 가요. 이런 것을 내가 계속 비판해온 사람이거든요."

-노동계 현안이 많습니다. 주52시간근무제 탄력적용기간 확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과 함께 ILO 미비준 협약 비준 문제 등이 있는데요. 

"ILO에서 요구하는 것이 주로 공무원들의 노조할 권리 등인데, 세계 어떤 나라든지 보편타당한 것도 있고 그 나라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할 것도 있는 겁니다. 본래 권고 사항이지 강제 사항이 아니에요. 따라도 되고 안 따라도 되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 노조를 자꾸 강화하면 되겠어요? 이미 있는 권한도 파괴적인데. 그리고 근본적이고 장기적으로 노동조합은 없애야 합니다. 지금 당장 하자는 게 아니고 노동조합이 필요 없는 시대가 돼야 한다는 겁니다. 노동자들도 경영에 참여시켜야 합니다." 

-노동자의 경영 참여는 기업과 경영계에서 수용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처음부터 (의사 결정) 지분을 많이 주자는 게 아니고 주식 소유자와 경영진에게 전체 의결권의 70%를 주고 노동자들, 노조 구성원들한테 나머지 30%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노동자들한테 책임을 지도록 하기 위한 거예요. 회사가 자기 회사가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맨날 '사장은 사장이고 나는 피고용인으로 노동자다' 이렇게 대립적 관계로 보면 되겠어요? 이런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노동철학자들이 주장해야 되지 않겠어요?" 

-대표님 같은 건설적 창의적 발상을 하시는 분들이 정책 입안자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국회의원이 되실 여섯 번의 기회(그 때마다 사정이 있어 낙선)가 있었지요? 

"그런 거 안 하고도 좋은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민운동 시민계몽도 그 일환입니다. 제가 매주 토요일 광화문에서 집회를 합니다. 태극기 부대가 아니고 별도로 합니다. 오후 5시에 원표공원에서 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 민주노총, 공기업, 공무원 노조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시민 집회입니다. 한 예로, 생각해보세요. 국민연금은 연금 평균 수령액이 34만원이고 공무원은 평균 240만원이에요. 공무원 저들이 뭐했다고 그리 많이 받습니까? 국민연금은 최고수령액이 170만원이고 공무원연금은 최고금액이 740만원입니다. 퇴직금 다 받고 나서 나이 들어 할 일도 없는 사람들한테 한 달에 600만원 700만원 줘서 뭐할 겁니까? 이건 경제학적으로도 무용합니다. 이런 부조리한 것을 가지고 광화문에서 집회를 합니다."

-어찌 보면 그들은 기득권층이라 할 수 있는데, 대표님은 그 반대편에 서서 비판을 하니 대표님을 싫어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나는요, 그들에게 온몸으로 던져 주장을 한 사람입니다. 박사학위나 받아 대학교수하며 편하게 살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일체 그런 생각 안했습니다. 노동운동이 순수했던 시기에 몸과 마음을 다해 했습니다. 남을 위해서도 했지만 나 스스로를 위해서도 했습니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지요."

-50대 이상 세대는 대표님의 '화려한'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 전력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치열하게 노동운동을 하셨던 분이 지금은 민주노총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계시거든요. 그들에게는 좀 이해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원래 비판은 내부에서 해야 하는 겁니다. 내가 하는 운동도 잘못됐으면 반성해야지요. 옛날에는요 민주노총이 전체 노동자들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데 상당히 기여를 했어요. 지금은 민주노총 때문에 비정규직이 생기고, 청년실업이 생기고, 민주노총 때문에 기업 못해먹겠다 해서 자본이 해외로 나가고 일자리가 없어지는 거예요. 이걸 비판 안 하면 되겠어요? 지식인들이 문제입니다. 지식인들이 잘못을 지적해야 하는데 눈치나 보고 하질 않아요. 지식인들이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아니 제로면 다행입니다. 마이너스입니다."  

-20년 전에 '노동의 종말'이란 말이 나왔는데, 이제 본격화하지 않나 싶습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AI와 로봇, 빅데이터, 자율주행, 초고속 통신 활용으로 이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데요, 미래 노동존중사회가 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앞으로는 노동의 종말 시대가 옵니다. 사회학자들은 다른 말로 뭐라고 하느냐면, '20대80'의 사회라고 해요. 이미 30년 전부터요. 2012년 '아큐파이 월스트리트'(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의 구호가 1대99의 사회가 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은 물론 안 그렇지만 앞으론 1%만 노동하는 사회가 도래합니다. 지금은 경제활동인구가 2500만명(2019년 4월 현재 2800만명)인데 앞으로 넉넉잡고 20년 후 아니 10년 후에는 1000만명 밖에 안 된다니까요. 전부 AI와 로봇이 노동을 하지 사람이 안 합니다. 노동인구가 줄어드는 겁니다. 이런 현상을 리프킨이라는 사람은 극단적인 용어지만 노동의 종말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앞으로는 실제로 20대80 사회를 넘어 1대99 사회가 된다는 말입니다. 일하는 사람은 1%밖에 안 되고 99%는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실업자가 되는 겁니다." 

-사회 제도와 근간이 확 바뀌는 변화인데요. 

"그 때를 대비해야 합니다. 내가 지금 주장하는 것이 지금부터 준비를 하고 논의를 하자는 겁니다. 특히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우선 사회보장제도를 전면 뜯어고치자는 겁니다. 의식주, 의료, 교육을 국가가 책임져야 하고 그 다음에 공공근로를 엄청나게 공급해야 해요. 왜냐하면 인간은 본질적으로 일을 해야 합니다. 꼭 생산직이 아니더라도 사회봉사 활동이라든지 문화활동이라든지 뭐든지 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그래야 행복할 수 있는 거예요. 인간은 활동을 해야, 일을 해야 행복한 겁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너무 일을 많이 해도 안 돼요. 과잉생산되거든요. 그러니까 사회보장적인 활동, 문화적인 활동 등을 국가가 돈을 들여 시켜야 합니다." 

-엄청난 재정이 필요할 텐데요. 재정확보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1%가 일을 해도 생산 총량은 지금보다 많아집니다. 2500만명이 생산하는 것과 1000만명의 생산하는 것 중 어느 것이 생산량이 많겠어요? 1000만명이 생산하는 것이 훨씬 많을 겁니다. 여기서 분배의 문제가 생깁니다. 분배를 잘 해야 나머지 생산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이 상품을 사 줄 수 있는 구매력이 생기니까요. 만약 분배가 잘 안 돼 상품을 사지 못하면 생산을 하는 1000만명도 망하는 겁니다. 그래서 일 않는 사람들도 소득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과제지요. 그런데 앞으로 닥칠 사회와 산업의 변화를 이해 못하는 사람들은 장기표가 극단적 사회보장제도를 하자고 한다고 사회주의자라고 오해하고 공격을 해요. 무상급식에 대해 생각해보자고요. 2007년 무상급식이 도입됐는데, 무상급식은 사실은 사회복지 축에도 끼지 못하는 겁니다. 지금은 자유한국당이 무상급식이 아니라 더 많은 복지를 주장해야 합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얼마나 많은 복지가 이뤄졌는지 아세요? 이 사람들은 자기네들이 몇 년 후에 할 것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결국 기본소득 논의로 이어지는데요. 

"앞으로 대량실업이 구조화 되면, 즉 임금을 통해 소득을 올리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기본소득 도입은 불가피합니다. 지금 해남군 같은 데서는 기본소득 말이 나오고 경기도 지사 이재명이 기본소득을 주장하는데 모두 잘못됐어요. 기본소득을 주장하려면 사회보장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면서 주장해야 돼요. 지금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는 엉망진창입니다. 기본소득이란 무슨 말이냐 하면 모든 국민에게, 돈이 많든 적든, 월급쟁이든 아니든, 똑같이 주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현재 월급을 많이 받고 있는 사람도 있고 전혀 못 받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사람들에게 똑같이 주면 되겠어요? 앞으로 기본소득제로 가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는 어떤 애들은 아동수당을 60만원 받아요. 강원도에서 태어난 애들은요. 강원도 30만원, 정부에서 10만원, 또 지자체에서 20만원을 줘요. 그런데 경남 거제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10만원 밖에 못 받아요. 이래서 되겠어요? 이런 중구난방식 사회보장제도를 두고 또 기본소득을 줄 수 있겠어요? 기존 사회보장제도에 많은 재정이 투입되는데 이것을 그냥 두고 전 국민에게 어떻게 똑같이 기본소득을 줄 수 있겠습니까. 지금 청년 구직수당 등 각종 명목으로 현금을 주는 것은 크게 도움이 안 되면서 생색을 내는 겁니다. 선거용 매표행위라고 할 수 있어요. 뇌물이에요." 

-청년들이 구직 수당 50만원을 받고 만족할 리도 없습니다. 괜히 의타심만 기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노동판에도 가야지요. 또 안 간다고 그들을 나약하다고 몰아세울 것도 없습니다. 지금 문 정부 정책의 희생양이 된 면이 있거든요. 사회보장제도는 일정 부분 필요합니다. 보수층은 사회보장제라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데, 사실은 사회보장제도가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유지된다는 것을 알아야 됩니다. 왜 서유럽 국가들이 공산화가 안 됐느냐 하면 사회보장제도 때문에 안 된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보수주의자들은 그걸 모르는 거예요." 

-김정은 정권이 은근히 바라는 과격 강성노조 활동을 비판하는 대표님을 김정은은 아마 매우 싫어할 거 같은데요. 

"당연하지요. 지금 나처럼 토요일 집회 등을 통해 김정은 정권을 규탄하고 문 정권의 남북관계를 비판하는 사람도 별로 없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몰라요. 진실을 몰라줘요." 

-한 때 정치를 하셨는데, 이젠 뜻을 접으셨습니까. 

"사실은 내가요, 자살을 했으면 열 번은 했어요. 정치는 실패를 하면 패가망신을 하거든. 그런데 나는 그런 실패를 셀 수 없을 정도로 했거든요. 타협을 안해서 그래요. 김대중 대통령이나 이회창 총재 같은 분이 얼마나 오라고 했겠어요? 어쨌든 이제 다 지난 얘기고 정치를 다시 안 합니다. 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없습니다. 지금은 신문명정책연구원을 운영하며 미래 한국사회의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민의 소리' 유튜브 방송을 하며 정치적 발언은 하고 있어요. 아직 열정이 있습니다. 진실하고 정의롭기 때문에 언제나 자신만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