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1000명의 천재` 키우자② ◆
"인공지능(AI)은 결국 데이터 싸움입니다. 연구자 입장에서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연봉 때문만이 아니라, 한국에선 강한 데이터 규제로 대학이나 기업에서 쓸 만한 데이터를 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용자 데이터가 가장 많은 구글·아마존 같은 곳에서 일하면서 성과를 내는 게 연구자의 꿈인데 한국 대학이나 기업은 그럴 여건도 분위기도 아닙니다."
구글에서 AI 관련 업무를 하는 A씨는 최근 한국 대기업으로부터 이직을 제안받았다. 해당 기업은 임원급 자리 보장 등 비교적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한국에서 같이 일해보자고 했다. 신설 조직이기 때문에 기존 대기업 문화와도 다를 것이란 설명을 곁들였다. 하지만 A씨는 기자와 만나 "대기업 제안에 대해 고민 끝에 감사하지만 (한국으로) 갈 수 없다고 대답했다"며 "무엇보다 지금 한국에 돌아가는 것이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단절되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또 그는 "지금 AI 분야에서는 구글보다 더 좋은 회사를 찾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LG전자 SK그룹 등 국내 대기업들은 해마다 실리콘밸리를 찾아 인재 유치 활동을 벌인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들이 아무리 좋은 조건을 내걸어도 선뜻 한국행을 선택하는 엔지니어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아마존에 근무하는 B씨도 같은 상황이었다. B씨는 한국 대기업에 근무하다가 아마존에 입사한 케이스로 한국에 인맥이 많아서 다시 한국으로 오라는 제안을 받고 있지만 최근 거절했다고 했다.
B씨는 "아마존에서는 업무와 결정에 대해 윗사람 지시를 받거나 결재를 받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직접 한다. 업무에 오너십이 있다. 젊은 인재들은 연봉이 문제가 아니라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더 중시하는 것 같다"며 기업 문화를 한국으로 갈 수 없는 이유로 꼽았다. 그는 "한국 기업이 아닌 실리콘밸리 기업이 첫 직장이었다면 한국으로 가기 더 어려울 것"이라며 "실리콘밸리식 기업 문화에 익숙하고 당연하게 느끼면 위계적인 한국의 기업 문화를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대기업이나 대학이 실리콘밸리 기업에 비해 AI 분야의 리더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한국이 AI 산업 분야에서 앞서가는 국가도 아니고 기업 문화도 창의적이지 않기 때문에 한국의 AI 인재 유치는 갈수록 힘들 것 같다"고 강조했다.
AI 인재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한국 대기업뿐만 아니라 대학도 마찬가지다. AI 분야에서 권위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한국계 C교수는 한국은 물론 미국 기업과 대학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국내 한 대학에선 C교수를 스카우트하려 했다가 포기했다. 현재 대학 연봉 체계하에선 종신 교수직이나 파격적 연구 환경 제공만으로는 C교수를 유치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C교수는 매일경제와 이메일로 인터뷰하면서 "지금은 한국으로 가는 것을 검토해본 적이 없다"고 짧게 응답했다.
실리콘밸리 AI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D씨는 한국 기업이나 대학에서 세계를 선도할 만한 AI 기술을 개발하고 서비스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 아예 회의적이었다. 그는 "미국에서는 이제 연구자를 데려갈 수 없을 것 같으니 한국에서 직접 연구자를 키우는 게 나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D씨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한국 기업들 설명을 들어보면 `이게 될까`란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며 "한국 기업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AI, 머신러닝, 로보틱스 등 키워드를 제시하지만 주변 여건상 사람만 데려간다고 가시적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에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궁금해하는데 업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 없이 `한국의 AI를 살려보자` `잘해보자`는 등 추상적 제안만 많았다"고 말했다.
D씨는 또 세계 AI 산업과 학계를 이끌기 위해 실리콘밸리 기업 대신 한국을 선택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AI의 핵심이 데이터인데 한국에서는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D씨는 "AI는 결국 데이터 싸움이다. 기업과 학교가 서로 교류하고 발전해야 한다. 과거엔 학교 연구실에서 연구개발(R&D)을 통해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인재도 순환해야 한다. 가장 많은 이용자 데이터를 갖고 있는 곳은 구글과 같은 기업이다. 대학 당국과 대학교수들도 이를 잘 알기 때문에 기업과 협업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D씨가 대학과 기업의 인재가 순환하는 사례로 꼽은 것은 스탠퍼드대 AI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인 리페이페이 교수다.
리 교수는 올해 `스탠퍼드 인간 중심 인공지능 연구소(HAI)`를 개설하고 공동 소장을 맡았다. 하지만 그는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가을까지 구글 부사장으로 영입돼 구글 클라우드의 수석과학자로 재직했다. 안식년을 이용해 기업으로 간 것. 리 교수는 구글에서 `자동 머신러닝(Auto ML)` 개발을 주도했다. 구글에서 임무를 마친 후에는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됐고, 구글도 이를 지원했다.
구글이 리 교수와 같은 권위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배경도 `데이터`였다. 구글이 쌓은 데이터가 대학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에 거대한 양의 데이터를 다뤄보려는 학문적 호기심이 AI 권위자를 기업으로 유치할 수 있었다.
이진형 스탠퍼드대 의대 신경과 겸 공대 바이오공학과 교수는 "AI가 중요하다고 해서 따라해서는 안된다. 창의적인 사람들이 언제든지 선두로 올라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따라가는 사람과 조직은 1등이 될 수 없다. 창의적인 사람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한국도 글로벌 인재의 요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인공지능(AI)은 결국 데이터 싸움입니다. 연구자 입장에서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연봉 때문만이 아니라, 한국에선 강한 데이터 규제로 대학이나 기업에서 쓸 만한 데이터를 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용자 데이터가 가장 많은 구글·아마존 같은 곳에서 일하면서 성과를 내는 게 연구자의 꿈인데 한국 대학이나 기업은 그럴 여건도 분위기도 아닙니다."
구글에서 AI 관련 업무를 하는 A씨는 최근 한국 대기업으로부터 이직을 제안받았다.
삼성전자 LG전자 SK그룹 등 국내 대기업들은 해마다 실리콘밸리를 찾아 인재 유치 활동을 벌인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들이 아무리 좋은 조건을 내걸어도 선뜻 한국행을 선택하는 엔지니어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아마존에 근무하는 B씨도 같은 상황이었다. B씨는 한국 대기업에 근무하다가 아마존에 입사한 케이스로 한국에 인맥이 많아서 다시 한국으로 오라는 제안을 받고 있지만 최근 거절했다고 했다.
B씨는 "아마존에서는 업무와 결정에 대해 윗사람 지시를 받거나 결재를 받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직접 한다. 업무에 오너십이 있다. 젊은 인재들은 연봉이 문제가 아니라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더 중시하는 것 같다"며 기업 문화를 한국으로 갈 수 없는 이유로 꼽았다. 그는 "한국 기업이 아닌 실리콘밸리 기업이 첫 직장이었다면 한국으로 가기 더 어려울 것"이라며 "실리콘밸리식 기업 문화에 익숙하고 당연하게 느끼면 위계적인 한국의 기업 문화를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대기업이나 대학이 실리콘밸리 기업에 비해 AI 분야의 리더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한국이 AI 산업 분야에서 앞서가는 국가도 아니고 기업 문화도 창의적이지 않기 때문에 한국의 AI 인재 유치는 갈수록 힘들 것 같다"고 강조했다.
AI 인재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한국 대기업뿐만 아니라 대학도 마찬가지다. AI 분야에서 권위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한국계 C교수는 한국은 물론 미국 기업과 대학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국내 한 대학에선 C교수를 스카우트하려 했다가 포기했다. 현재 대학 연봉 체계하에선 종신 교수직이나 파격적 연구 환경 제공만으로는 C교수를 유치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C교수는 매일경제와 이메일로 인터뷰하면서 "지금은 한국으로 가는 것을 검토해본 적이 없다"고 짧게 응답했다.
실리콘밸리 AI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D씨는 한국 기업이나 대학에서 세계를 선도할 만한 AI 기술을 개발하고 서비스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 아예 회의적이었다. 그는 "미국에서는 이제 연구자를 데려갈 수 없을 것 같으니 한국에서 직접 연구자를 키우는 게 나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D씨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한국 기업들 설명을 들어보면 `이게 될까`란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며 "한국 기업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AI, 머신러닝, 로보틱스 등 키워드를 제시하지만 주변 여건상 사람만 데려간다고 가시적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에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궁금해하는데 업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 없이 `한국의 AI를 살려보자` `잘해보자`는 등 추상적 제안만 많았다"고 말했다.
D씨는 또 세계 AI 산업과 학계를 이끌기 위해 실리콘밸리 기업 대신 한국을 선택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AI의 핵심이 데이터인데 한국에서는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D씨는 "AI는 결국 데이터 싸움이다. 기업과 학교가 서로 교류하고 발전해야 한다. 과거엔 학교 연구실에서 연구개발(R&D)을 통해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인재도 순환해야 한다. 가장 많은 이용자 데이터를 갖고 있는 곳은 구글과 같은 기업이다. 대학 당국과 대학교수들도 이를 잘 알기 때문에 기업과 협업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D씨가 대학과 기업의 인재가 순환하는 사례로 꼽은 것은 스탠퍼드대 AI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인 리페이페이 교수다.
리 교수는 올해 `스탠퍼드 인간 중심 인공지능 연구소(HAI)`를 개설하고 공동 소장을 맡았다. 하지만 그는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가을까지 구글 부사장으로 영입돼 구글 클라우드의 수석과학자로 재직했다. 안식년을 이용해 기업으로 간 것. 리 교수는 구글에서 `자동 머신러닝(Auto ML)` 개발을 주도했다. 구글에서 임무를 마친 후에는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됐고, 구글도 이를 지원했다.
구글이 리 교수와 같은 권위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배경도 `데이터`였다. 구글이 쌓은 데이터가 대학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에 거대한 양의 데이터를 다뤄보려는 학문적 호기심이 AI 권위자를 기업으로 유치할 수 있었다.
이진형 스탠퍼드대 의대 신경과 겸 공대 바이오공학과 교수는 "AI가 중요하다고 해서 따라해서는 안된다. 창의적인 사람들이 언제든지 선두로 올라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따라가는 사람과 조직은 1등이 될 수 없다. 창의적인 사람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한국도 글로벌 인재의 요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