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ㆍ인사혁신처, 집계 대상 제각각… “인건비 예산 공개 시급”
중앙정부, 지방정부, 군인 등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전체 공무원 수는 작년 6월 기준 168만여명에 달하며, 연봉과 수당 등을 합쳐 국가 예산에서 이들에게 지급되는 인건비는 올해 전체 예산의 17%에 이르는 약 8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추산’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지금까지 전체 공무원 인건비가 정확히 얼마인지 한번도 공개된 바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봉급은 국민 세금에서 나오지만, 국가기관마다 집계하는 대상이 달라 정작 국민들은 전체 공무원 유지에 쓰이는 세금이 어느 정도인지 여전히 알 수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투명한 공무원 인건비 예산 공개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단독 입수한 ‘2018년 공무원 보수 지침’, ‘재정통계’ 등과 함께 인사혁신처 발표 자료, 공무원 보수 규정 등을 통해 그간 한번도 드러나지 않았던 ‘공무원 인건비 실상’을 분석했다.
◇조각조각 공개되는 공무원 인건비
현재 전체 공무원 연봉과 관련해 공개되는 자료는 기획재정부의 공무원 인건비 예산과 인사혁신처의 공무원 기본연봉(봉급표), 기준소득월액 등이 전부다. 여기에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등 정무직 공무원들의 기본연봉과 호봉제 공무원들의 봉급표 정도만 공개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자료만으로는 정확한 공무원 임금이 얼마인지 알기 어렵다. 인건비 예산은 총액만 공개되고 봉급표는 수당이 제외된 기본급을, 기준소득월액은 수당이 포함되지만 말 그대로 평균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10일 정부 등에 따르면, 인사혁신처가 매년 4월 공개하는 공무원 기준소득월액은 지난해 522만원이었다. 공무원 한 명이 세전으로 한 달 평균 이만큼 번다는 얘기다. 이는 전년도 1~12월을 계속 근무한 공무원의 봉급과 성과상여금, 연가보상비, 모든 수당을 더한 지난해 총보수에 지난해 처우개선율(2.6%)을 적용한 수치다.
이를 연봉으로 환산(6,264만원)한 뒤, 인사혁신처가 공개한 2017년 공무원 수(약 106만명)에 대입하면 산술적으로 지난해 공무원 임금 예산은 약 66조원으로 추산할 수 있다.
반면 기재부는 ‘e-나라지표’를 통해 공무원 인건비 예산을 공개한다. 올해는 지난해 35조7,000억원에서 3.8% 증가한 37조1,000억원이다. 이는 올해 중앙정부 예산(469조6,000억원)의 7.9% 수준이다. 공무원 인건비 예산은 2011년 25조4,000억원에서 올해까지 연평균 4.87%씩 증가했다.
◇35.7조와 66조의 차이, 왜?
같은 2018년이지만 인사혁신처(66조원)와 기재부(35조7,000억원)의 공무원 인건비 계산은 큰 차이가 난다. 이는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 의무복무 사병(이병~병장)을 인건비 편성 대상에 포함시키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인사혁신처는 국가와 지방 공무원을 구별하지 않고 군인을 제외한다. 반면, 기재부는 국가공무원 일부에 군인을 포함해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본보가 입수한 공무원 보수 지침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 공무원 총원은 168만3,557명이다. 국가공무원(129만9,355명)과 지방공무원(38만4,202명)을 합친 숫자다. 다시 국가공무원을 잘게 나누면 △입법부ㆍ사법부ㆍ헌법재판소ㆍ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 소속(2만6,578명) △행정부(64만6,493명) △군인ㆍ군무원(62만6,284명) 등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중앙정부가 편성하는 공무원 인건비에는 행정부 소속 공립교원 33만3,636명이 제외된다. 공립교원은 국가ㆍ지방 공무원에 속하는 교육공무원과 함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지방재정)으로 인건비가 편성된 탓이다.
결국 중앙정부가 편성하는 인건비 대상 공무원은 96만6,000여명이다. 여기에 올해 추가로 채용할 국가 공무원을 포함한 공무원 인건비 예산이 앞서 밝힌 37조1,000억원이다. 중앙과 지방, 군인과 교원 등을 흩어놓은 탓에 전체 공무원 인건비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다.
본보가 함께 입수한 과거 공무원 보수 지침을 보면, 2013년 군인을 포함한 공무원 수는 165만1,617명, 전체 공무원 인건비는 65조8,460억원이었다. 그간의 임금 상승과 공무원 수 증가 등을 감안하면 올해는 70조원이 훨씬 넘을 걸로 추정된다.
◇특활비ㆍ여비 인건비 관련 예산도 5조
공무원에게 들어가는 돈은 임금만이 아니다. 임금과 별개로 초과근무수당, 특수활동비(특활비), 특정업무경비, 국내외여비 등이 ‘인건비 관련 예산’으로 별도 편성된다. 이들 비용도 사실상 공무원 월급에 포함되거나, 월급처럼 사용되는 넓은 의미의 인건비 예산이다.
중앙정부만 기준으로 볼 때, 올해 공무원 초과근무수당 예산은 2조7,878억원이 책정됐다. 주 52시간 근무제와 공무원 업무 효율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2조9,553억원)보다 5.7%가 감소했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다. 무슨 목적으로 어디에 썼다는 증빙자료 없이 쓸 수 있는 돈이다. 올해 중앙정부에서 2,876억원이 책정됐다. 국회, 법무부 등 각 부처의 특활비가 ‘주머니 속 쌈짓돈’처럼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에 작년(3,168억원) 대비 9.2%가 감소했다.
‘제2의 특활비’로 또 하나의 눈먼 돈으로 알려진 특정업무경비는 올해 8,224억원이나 책정됐다. 수사ㆍ감사ㆍ예산조사 등 특정업무에 지출되는 보조예산인 특정업무경비는 전년(7,480억원) 대비 4.9%가 증가했다. 특활비를 줄이는 대신 특정업무경비를 늘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밖에 업무추진비는 1,939억원이, 국내외여비는 7,151억원(국내여비 4,724억원+국외여비 2,426억원)이 각각 편성됐다.
이를 합치면 임금 외에도 중앙정부 공무원에게 쓰이는 인건비 관련 예산은 4조8,000억원에 달한다. 통계가 따로 공개되지 않은 지방공무원과, 국가공무원 임금 통계에서 제외하고 있는 공립교원 33만여명의 인건비 관련 예산까지 합한다면, 이 예산 규모는 훨씬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보안을 이유로 모든 인건비 관련 통계에서 제외되는 국가정보원 인건비까지 더하면 지난해 전체 공무원 인건비 예산은 80조원에 달할 걸로 추산된다.
지난 2017년부터 공무원 인건비 공개를 요구해 온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민주국가에서 전체 공무원 인건비가 공개되지 않는 점은 문제가 있다”며 “총액은 물론, 각종 수당, 공무원 복지포인트 등 인건비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점은 국민의 눈을 가리기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