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협정 실익 크지않다’ 밝혔지만… 유지 원한 美와 갈등 커질듯

2019. 8. 23. 12:53C.E.O 경영 자료

靑 ‘협정 실익 크지않다’ 밝혔지만… 유지 원한 美와 갈등 커질듯

한상준 기자 , 신나리 기자입력 2019-08-23 03:00수정 2019-08-23 11:05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한미일 안보협력 난기류

NSC 보고받는 문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1시간가량 상임위원들과 회의 결과를 두고 토론한 뒤 협정 파기를 재가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를 공식 결정하면서 당장 한미일 3각 안보 동맹, 더 나아가 한미 동맹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한일 간의 협정 때문에 흔들릴 한미 동맹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그간 백악관이 계속해서 협정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당장 워싱턴에서도 불만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워싱턴 지한파 “트럼프 행정부 뺨 때린 격”

청와대는 이날 협정 파기를 밝히면서 미국과의 ‘소통’을 8차례에 걸쳐 강조했다.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내린 결정인 만큼 한미 관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부각하려 한 것. 청와대 관계자는 “한일 관계 문제로 한미 동맹에 문제가 생긴다면 우리 안보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보보호협정과 관련해 미국과 거의 실시간으로 한일 간 소통했던 부분들을 소통했다”며 “미국은 이번 우리 정부의 결정은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식적인 미국 측의 반응은 시차 때문에 받아 보지 못했지만 조만간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아직 미 백악관의 조율된 공식 반응을 전달받지는 못한 상황에서 협정 파기를 발표했다는 얘기다.

또 청와대는 “일본이 우리 측에 제공한 군사정보의 질이나 효용성 등에 대해 밝힐 수 없지만, 최근에는 정보 교류 대상이 감소 추세였다”고 밝혔다. 협정 파기에 따른 정보의 질 저하 등 부담이 크지 않다는 논리다.



하지만 미국이 한미일 안보협력을 인도태평양 구상의 핵심 축으로 삼는 만큼 이번 결정으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 지난달 18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정보보호협정 재검토를 언급한 뒤 방한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은 거듭 협정 연장을 요구했다. 당초 이날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갈 계획이었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중국 일정을 취소하고 23일 미국으로 떠나기로 했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후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뒤 협정 파기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묻는 동아일보 기자의 질문에 “미안하지만 답할 수 없다”며 급히 숙소로 향했다.

워싱턴의 대표적인 지한파 중 한 명인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현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협정 파기 결정은 중대한 전략적 실수로 트럼프 행정부의 뺨을 때린 격(slap in the face)”이라며 “미국이 주도하는 지역 안보 체제에 중차대한 손실을 입힌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국무부 고위관계자도 “수년 후 왜 미국이 주도하는 동북아 안보 체제가 무너졌는지 연구하게 된다면 학자들은 정보보호협정이 파기된 이날을 지목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중국과 북한에 매우 특별한 선물을 안겼다”고 했다.

○ “국방부 NSC서 협정 파기 반대”

청와대는 광복절 경축사에 대한 일본의 대응과 전날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보인 일본의 태도가 이날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외교장관 회담에서 강경화 장관은 고노 다로 일본 외상에게 수출 금지 품목으로 정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에칭가스 중 한 품목만이라도 수출 허가에 나서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22일) 오전까지도 일본의 반응을 기다렸지만 답이 오지 않았다”며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종료 결정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보보호협정 주무부처인 국방부는 이날 최종 결정이 날 때까지 협정 파기에 대해 전혀 준비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역시 협정 연장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결국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문 대통령 주재로 1시간 반가량 열린 회의에서 사실상 협정 파기가 결정됐다는 것.

NSC 상임위원회에서도 협정 파기를 두고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은 NSC에서 협정 유지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으나 결국 파기로 결론 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협정 파기 결정 2시간 후 입장문을 내고 “국방부는 정부의 결정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