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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전경[연합뉴스 자료사진] |
이현종 논설위원
탄핵 2년반 만에 또 국민 분노
‘문재인 정부’ 존재감 사라져
與 대표 16일 만에 억지 謝過
‘타다’ 기소에 국토부 나 몰라
대통령과 장관 소통도 없어
아르헨 사태 남의 일 아니다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은 ‘이게 나라냐’는 구호에 공감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세월호 참사 때 정부가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비치는 데 대한 분노였다. 대통령은 청와대에 칩거했고, 참모들은 현실을 제대로 전달하지도 보좌하지도 못했다. 결국 그런 오판과 무능에 분노한 시민은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왔고, 문재인 후보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하며 청와대로 들어갔다.
2년 반이 흐른 지금, ‘이게 나라냐’라거나 “도대체 이게 정부냐”는 개탄이 곳곳에 넘쳐난다. ‘국가가 훌륭해지려면 국정에 참여하는 시민이 훌륭해야 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 아니더라도 문 정부의 형편없는 국정 역량에 속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정부 신뢰가 없다시피 하다. 국민과 기업을 지켜주진 못할망정 법정(法廷)으로, 거리로 내몰고 있다.
‘조국 사태’ 때 보여준 청와대와 여당의 검증 기능과 판단력, 정무적 대처 능력은 역대 최악이다. 세월호 때 박근혜 정부의 대처보다 더 심각하다. 누가 봐도 문제투성이인 사람을 다른 장관도 아닌 법치를 담당하는 법무장관에 임명하고, 수사를 벌이는 검찰에 노골적 압력을 넣는 모습은 문 정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씨가 구속된 뒤에야 겨우 여당 내에서 자성론이 나올 정도다. 평소 ‘사과(謝過)’라는 말을 모른다고 할 정도로 오만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떠밀려 하긴 했지만 조 전 장관 사퇴 16일 만에 “송구하다”고 했으니 그나마 만족해야 하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주장한 대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 임명 전에 청와대에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전달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를 듣고도 임명을 강행한 청와대의 강심장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달 3일과 9일 광화문에 수많은 시민이 시위를 벌였는데도 “별것 아니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문 대통령은 참모들이 못 미더워 따로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민심을 물었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그런데도 비서실장, 정무수석 그 누구도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다.
지난달 28일 렌터카 기반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 경영진에 대해 검찰이 불구속 기소한 것을 보며 도대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있기나 한 건지 묻고 싶다. 사실 타다는 우버처럼 4차 산업혁명의 혁신적인 상품이라고 이름을 붙이기가 민망할 정도로 그저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등장한 새로운 운송수단일 뿐이다. 그런데도 1년이 다 돼 가도록 국토부는 아무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가 기소되니까 “법원 판단에 따르겠다”는 무책임한 답변을 내놨다. 김현미 장관은 국회에 나와 되레 검찰 탓을 했다. 국토부를 없애고 아예 법원에 국토부 일을 맡기자는 비아냥을 자초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법으로 금지되지 않는 것은 다 할 수 있도록 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제도로 전환하고 규제의 벽을 과감히 허물어 우리 AI 기술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AI가 웃을 일이다. 대통령의 말과 정부의 행동이 이렇게 다르니 아무리 대통령이 좋은 얘기를 해도 시장은 반응하지 않는다.
교육부는 문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대학입시의 정시 비중을 높이겠다고 발언할 때까지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전날만 해도 유은혜 장관이 정시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는데, 대통령과 담당 장관도 불통이다. 도대체 대통령은 국정을 누구와 논의하는가. ‘비선 실세’라도 있는 것인가.
문 대통령은 조국 사태 후유증으로 인사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개각할 엄두가 나지 않는 모양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최장수 재임 기록을 세우고 있는 것은 일을 잘해서라기보단 대안 부재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다른 장관도 마찬가지다. 정부도, 국회도 모두 제 할 일 하지 않고 있으니 주요 현안들은 서초동으로 몰려갈 수밖에 없다. 포퓰리즘 정책으로 경제가 무너져 우파로 정권교체 됐던 아르헨티나에 좌파 포퓰리즘 정권이 복귀한 것을 보면 남의 일처럼 보이지 않는다. 국민이 퍼주기 복지 단물에 취하면 긴축 고통을 견디지 못한다. 그 만큼 ‘공짜병’ 치유는 어렵다. 성장률이 1%대로 떨어져 가는 데도 “올바른 길”이라는 대통령, 통계 궤변으로 국민을 속이는 관료들을 보면 아르헨티나가 멀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