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살 에는 입동 추위… "문재인 퇴진" 청와대 철야기도 38일째

2019. 11. 9. 22:42C.E.O 경영 자료

[포토]살 에는 입동 추위… "문재인 퇴진" 청와대 철야기도 38일째

패딩 입고, 스티로폼 깔고, 이불 덮고… 애국자 400명, 뼈 깎는 추위 견디며 밤샘 기도

정상윤·이상무 기자
입력 2019-11-09 22:02

뼈 깎는 추위 견디며 "대한민국 만세"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한 8일 밤 청와대 앞 효자로 철야농성장에 문재인 퇴진을 주장하며 모인 시민 400여 명이 농성장에서 밤을 나기 위해 텐트를 설치하고 있다.

9일 정오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대규모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이날 농성장은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평소보다 더 붐볐다. 이날 아침 서울 기온은 1.1도로 올가을 들어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했다. 첫 얼음이 생겨 절기가 '입동'이 됐음을 여실히 나타냈다.
마지막 기도회가 끝난 10시쯤, 주최측에서 1인용 텐트 100개를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텐트는 2인 1조로 지급됐다. 텐트를 직접 가져 온 시민들도 많았다. 준비하지 못한 시민들은 패딩을 입고, 이불과 스티로폼을 덮고 일찍 잠을 청했다.
청와대 앞 철야농성장은 지난 10월 3일 범국민대회 이후 청와대 사랑채가 있는 효자로에 자리를 잡았다. 9일이 38일째였다. 전국 각지에서 소문을 듣고 철야기도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 농성장 뒤편에서 봉사자들이 허기진 이들을 위해 교회에서 제공한 음식으로 배식을 한다. 애국심에 신앙심까지 더해져 이곳을 '광야 교회'라고 부르며 의지를 굳건히 한다.
"춥지... 그러나 그게 문제가 아니지. 나라가 이 모양인데"

전남 고흥에서 올라온 한 50대 여성 참가자는 "여기가 곧 싸울 수 있는 최전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는 예배와 기도와 찬양으로 싸운다. 이런 모임을 만들어준 게 감사하다"며 "이 나라만 생각하면 방언이 저절로 나오는데 어디 가지 않고 여기 와있으니까 편하다"고 했다.
부부 동반 참가자도 있었다. 인천에서 올라온 목사 장 모 씨는 "저희 교회 교인들이 적지만 지금 우리나라가 너무 어렵고 좌편향이 돼서 철야 예배를 여기 와서 한다는 마음으로 아내와 같이 왔다"며 "정치인들이 귀한 세금을 너무 많이 퍼주다시피 한다. 나라 위해서 한다고 하지만 자신들의 정치적인 전략을 위해서이고, 하나님의 관점에서 볼 때 너무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장 모 씨의 아내는 "저희 부부도 일주일에 한번 여기 와서 기도하고 잠도 자야겠다 생각해서 왔다"며 "오늘도 철야할 수 있도록 상황이 주어져서 감사하다. 작은 교회라 많이 돕지 못하지만, 우리 한사람 한사람이 이런 마음으로 같이 도울 때 하나님께서 움직이신다는 믿음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충남 소재 교회 신자라고 밝힌 40대 여성 참가자는 "이불과 성경만 갖고 왔다. 식사는 여기서 제공해주니 해결된다"며 "그동안 여러 번 왔는데 지금은 질서가 많이 잡힌 것 같다. 이제는 젊은 층도 보이고, 가족끼리 와서 예배보는 게 보기 좋다"고 말했다.
이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조국 구속', '문재인 하야' 두 가지가 성사되기 전까진 집에 돌아갈 생각이 없다.
하지만 청와대는 100m 근방에서 들려오는 국민들의 처절한 목소리엔 답을 하지 않는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사퇴했다는 것만으로 그동안의 국론분열 사태를 일단락 지으려는 분위기다. "철야 농성이 끊이지 않고 있는 걸 아느냐"는 질문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그 상황에 대해서 저희도 잘 알고 있다"고만 답했다. 그리고 침묵했다.
청와대가 한 달이 넘도록 사랑채 앞길에서 벌어지는 상황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언론이 중요하게 다뤄주지 않는 탓도 있다. 본지를 제외한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농성에 관심이 없다. '김문수 TV', '너알아TV' 등 우파 유튜브 방송이 현장의 소식을 생중계로 전할 뿐이다.
조 전 장관의 사퇴에도 농성장 분위기는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참여 인원은 오히려 늘어났고, 삭발 투쟁 참여자 수도 꾸준히 늘어 92명이 됐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관계자는 "저희들은 처음부터 '문재인 하야'를 일관되게 주장했고, 조국 사건은 중간에 있었던 한 사건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매일 오전 예배를 진행하는 조나단 목사는 "추우니까 사람들이 오히려 더 모여든다. 하나님의 뜻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엔 불교계도 참여했다. 성호 스님은 "기독교인들은 (문재인 정부 규탄에) 적극적이지만 우리 불교인들은 조금 소극적이다. 그렇지만 불자들도 마음은 다 여기에 와 있다"며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이렇게 추운날 잠도 안자고 이러고 있는데 심부름꾼 대통령이 이래도 되는가, 잠이 오는지 밥이 넘어가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