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전 국회부의장에 "권력의 개" 욕한 민주당, 지금 똑같아졌다

2019. 12. 18. 08:17C.E.O 경영 자료

9년전 국회부의장에 "권력의 개" 욕한 민주당, 지금 똑같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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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예산안은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내년도 예산안의 근거가 되는 세법 개정안 등 예산부수법안 대부분은 아직 발이 묶여있다. 세출의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근거를 전제로 한 예산안이 정부로 이송된 ‘특이한 상황’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통상 국회는 예산부수법안을 먼저 처리하고 예산안을 의결한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본회의 문턱에 걸려 있는 예산부수법안은 22건이다. 지난 10일 본회의에는 26건의 예산부수법안 중 4건(법인세법·조세특례제한법·소득세법·국가재정법 개정안)만 처리됐다. 당시 예산안 통과 직후 4건의 법안들이 하나씩 상정되자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인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반대토론에 나서 “순서가 맞지 않다”며 반발했다.
 
당시 “예산안을 예산부수법안보다 먼저 처리한 전례가 있고, 불법이 아니다”(정춘숙 원내대변인)라고 반박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조급해졌다. 당일 한국당의 반발을 예상하고 우선 급한 세입 관련 세법 개정안만 본회의에 올린 것인데, 그마저도 총 15건 중 3건만 통과됐다. 예산안을 먼저 처리한 게 법적 하자가 없어도, 세입 관련 예산부수법안을 처리하지 않고 해를 넘기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 이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 김경록 기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 이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 김경록 기자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7일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본회의에 상정된 예산부수법안과 민생입법은 늦어도 이번주 내에는 처리되도록 여야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12월 임시회에서 본회의가 열리면 선거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신속처리(패스트트랙) 안건에 앞서 예산부수법안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조 의장은 “예산안 처리 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예산부수법안이 처리되지 않는 초유의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가 내년도 예산 집행 계획을 세우는 데 많은 지장을 겪고 있다”며 “한국당의 몽니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도 비판에서 마냥 자유롭지만은 않다. 국회법 84조 7항은 “위원회는 세목 또는 세율과 관계있는 법률의 제정 또는 개정을 전제로 하여 미리 제출된 세입예산안은 이를 심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4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의 본회의 자동 부의 조항이 시행된 뒤에는 상임위와 예산결산특위 심사 단계에만 적용되는 조항이지만, 세수의 근거가 먼저 마련된 것으로 가정하고 예산안을 확정하면 안 된다는 대원칙이 담겨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을 뺀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 및 대안신당과 4+1 예산안 담당자들과 회담을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채이배 바른미래당, 유성엽 대안신당(가칭), 이인영 원내대표, 박주현 민주평화당, 이정미 정의당 의원. [뉴스1]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을 뺀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 및 대안신당과 4+1 예산안 담당자들과 회담을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채이배 바른미래당, 유성엽 대안신당(가칭), 이인영 원내대표, 박주현 민주평화당, 이정미 정의당 의원. [뉴스1]

민주당은 예산부수법안을 예산안보다 먼저 처리한 전례로 2010년 본회의를 거론한다. 당시 정의화 부의장이 의사일정 순서를 바꾸며 “원만한 회의 진행을 위해서 예산안을 포함한 중요한 안건에 대해서 먼저 상정하고자 한다”고 말하자, 야당이었던 민주당 의원들은 “권력의 개!”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10일 본회의는 공수만 바뀌었을 뿐 사실은 비슷한 상황이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9년전 국회부의장에 "권력의 개" 욕한 민주당, 지금 똑같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