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부담 줄여 중산층 늘리려면…초중고 12년→10년 단축

2020. 1. 7. 07:03C.E.O 경영 자료

사교육비 부담 줄여 중산층 늘리려면…초중고 12년→10년 단축

교육비용 15% 줄어들고
사회 진출도 2년 빨라져
트럼프식 법인세 감면으로
민간일자리 창출 장려해야
중산층 86% 달하는 스웨덴
지역별 中企 육성정책 주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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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신년기획 경제가 먼저다 / 중산층이 희망이다 (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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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저성장의 긴 터널을 뚫고 지나가려면 우리 사회의 토대가 튼튼해야 한다. 사회의 토대는 두꺼운 중산층이다. 과거 우리 사회에는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고 잘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옛말이 됐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의 청년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청년 10명 중 6명은 "노력을 통한 사회적 성공을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60%가 "재력과 인맥이 성공 조건"이라고 답했다. 계층 이동 사다리가 끊겼고, 공정과 정의를 모토로 한 `촛불정권` 출범에도 빈부 격차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경제 전문가 50명에게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계층 이동성 및 중산층 사회 복원 방법과 전략을 물었다. 그 결과, 중산층 재건 대책을 5가지로 압축했다. 과거 `교육`은 모든 국민이 오를 수 있는 사다리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천정부지로 오르는 `사교육비` 때문에 오히려 중산층을 억누르는 짐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육의 사다리`를 되살리는 것을 급선무로 꼽았다. 전면적으로 교육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행 `초·중·고교` 12년 체계를 10년으로 바꾸자는 제안이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등 총 12년에 걸친 교육 시간을 초등학교 5년, 중·고등학교 5년으로 줄여서 실질적으로 10년에 마치도록 해야 한다"며 "이럴 경우 교육에 들어가는 실질적인 소비가 15%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본격적으로 사회 활동을 시작하는 시간 역시 2년 이상 빨라진다. 첫 취업이 늦어질수록 재산 형성 기회가 박탈되고, 눈높이 상승과 기회비용을 유발해 취업을 더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이 생긴다. 박 교수는 "최소한 취업 연령을 지금보다 평균 2세 정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자리는 중산층에게 임금의 원천으로 `사다리`이자 `안전망` 역할을 동시에 한다. 전문가들은 중산층 진입이 어려운 이유로 `양질의 일자리` 부족을 꼽았다. 중산층이 저소득층으로 추락하는 이유 역시 일자리를 잃기 때문이다.

모범 사례는 미국이다.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당선된 이후 일자리가 390만개 창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자리 정책은 단순 명료하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12월 기존 최고 35%였던 법인세율을 21%로 낮췄다. 한국 법인세율(최고 세율 기준 25%)과 역전 현상이 일어난 셈이다.

트럼프는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추가 감세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자리와 연계한 `사회 가치 기반 조세 제도`도 검토해 볼 만하다. 김미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자리는 민간에서 창출되는 것으로 국가가 강제할 수 없다"며 "일자리를 창출한 기업에 추가로 세금을 감면해주는 `사회 가치 기반의 조세 제도`를 도입해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유인이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산층 재건의 `모범 답안`으로는 스웨덴이 꼽힌다. 스웨덴은 `대부분 시민이 중산층`이라고 평가된다. 2016년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스웨덴의 중산층 비율은 86%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고소득층이 11%를 조금 밑돌고, 빈곤층이 3%를 조금 넘는다.

스웨덴은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해 중산층을 살려냈다. 1990년대 스웨덴 정부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파격적으로 늘리는 `산업 정책 분권화`를 추진했다. 이후 스웨덴의 지역별 대표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일자리 창출과 중산층의 소득 안정이 동시에 달성됐다.

스웨덴은 이 시기에 `중소기업 맞춤형 규제개혁`도 단행했다. 스웨덴은 심플렉스 법령(Simplex Ordinance)이라는 규제 개선책을 도입해 중소기업의 업무 환경과 경쟁력에 악영향을 준다고 판단되면 빠르게 규제에 대한 영향을 분석하고 곧바로 시정하는 식으로 지원 사격했다. 서재호 부경대 교수는 관련 보고서에서 "경제 성장과 더욱 많은 고용 창출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에 행정 부담을 더욱 줄이고 동시에 규제로 인한 사업상 부담도 지속적으로 감소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소득층이 중산층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근로 의욕`을 장려하는 고용 기반형 복지가 필요하는 주장도 나왔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현금성 복지가 아니라 근로 의욕과 능력을 키워주는 `일하는 복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소액을 손에 쥐어주는 기초연금이나 수당형 복지보다 근로장려금(EITC) 등을 확대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근로장려금은 일하고 있으나 소득이 적은 저소득 가구에 장려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선진국 복지 제도도 이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영국은 근로세액공제, 아동세액공제, 주택급여, 소득보조, 실업수당 등 30가지에 이르는 복지 제도를 `유니버설 크레디트(universal credit)`로 통합해 운영한다. 그러면서 가구당 근로시간이 많을수록 지원액이 많도록 했다. `실업자의 천국`으로 불리던 프랑스 역시 실업수당 수급 요건을 강화해 근로 의욕을 강화하는 쪽으로 복지 제도를 바꾸고 있다.


퇴직 후 중산층이 저소득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연금 개혁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산층 사람들이 제일 불안한 건 퇴직 후 노후"라며 "공무원연금은 너무 과하게 돼 있고 국민연금은 너무 부족한 수준이다. 전 국민의 실질적인 노후 대책이 될 수 있도록 전반적으로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용돈연금`이란 오명을 수십 년째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에 20년 이상 가입한 수급자의 월평균 연금액은 93만원이다.


반면 공무원연금의 평균 수령액은 240만원을 넘는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금 개혁에 대한 논의는 총선을 앞두고 쑥 들어간 상태다. 총선이 끝나면 대선이 다가오는 만큼 현 정부 내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강하게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

<시리즈 끝>

[기획취재팀 = 이지용 팀장 / 문재용 기자 / 오찬종 기자 / 김연주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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