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는 떨어지고 세금은 오르고… 월세·반전세 도미노 인상 우려

2020. 1. 12. 13:10C.E.O 경영 자료

금리는 떨어지고 세금은 오르고… 월세·반전세 도미노 인상 우려

조선비즈 유한빛 기자


입력 2020.01.12 06:00

올해 기준금리가 한 번 더 인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부동산 보유세와 주택 임대소득 과세도 강화되면서 기존 전세를 월세와 보증부월세(반전세)로 전환하는 집주인이 늘고, 임대료도 인상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봄 이사철을 맞아 임대차 계약을 하는 세입자들이 세 부담을 떠안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세금은 이미 크게 오르는 상황이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 기준금리는 연 1.25%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한은은 지난 2016년 6월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1.25%까지 떨어뜨렸다가 다시 1.75%까지 상향조정했지만, 최근에는 저물가와 경기 대응을 위해 금리를 다시 내리는 추세다. 통화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올해 첫 회의는 오는 17일 열릴 예정이다.

상당수 경제 전문가는 새해 첫 금통위에서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기준금리가 연내 한 번 더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본다. KTB투자증권은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으면서 금리도 내릴 가능성이 크다며, 재정 집행 시기와 4월 총선 일정 등을 고려했을 때 5월 금통위에서 추가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2019년 12·16 정책 발표 다음날 서울 압구정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붙은 부동산 매물 정보. /고운호 기자

저금리 상황에서 임대인은 보증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아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게 된다. KB국민은행 집계에 따르면 2010년대 초반까지 전세와 월세의 비중이 50대 50이던 주택 임대차시장의 균형은 기준금리가 1%대에 진입한 2016년을 기점으로 무너졌다. 국토교통부의 가장 최근 자료인 2018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임차가구 중 월세 비율은 60.4%, 전세(39.6%)를 이미 앞지른 상태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부터 주택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높이고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율을 높이면서도 커진 비용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것이라는 우려는 지난해부터 나왔다. 올해는 또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주택 임대소득 과세 범위가 대폭 넓어진 것이다.

국세청은 임대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지 않더라도 △1주택자는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의 임대 소득 △2주택자의 월세 소득 △3주택 이상 소유자의 월세 소득과 합계 3억원 이상인 전세보증금 등에 과세할 예정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2000만원을 초과하는 임대소득은 무조건 종합과세 대상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세금 전문가들은 당장 목돈이 필요한 다주택자의 경우 봄 이사철을 맞아 임대차계약을 갱신하면서 전세 보증금을 인상하고, 돈을 굴릴 곳이 없는 1~2주택자는 보증부월세나 월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주택 소유자의 세 부담이 보증금이나 월세액을 인상하는 식으로 세입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며 "오는 봄 이사철을 기점으로 전월세와 보증부월세 등이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금과 월세는 서울을 중심으로 이미 조금씩 상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12월 전국 전세가격지수는 전달보다 0.22% 올랐고, 서울은 전국 평균을 웃도는 0.38% 상승률을 기록했다. 월세도 12월 들어 상승 전환했다. 서울의 월세가격지수는 전달보다 0.09% 올라 전국 평균(0.03%)을 웃돌았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임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집주인의 힘이 강해지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것도 전·월세가 오를 요인이다. 감정원이 집계한 12월 수도권 전세수급동향지수는 99.3, 월세수급동향지수는 95.9로 각각 전달(전세 94.8·월세 92.7)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100을 기준으로 지수가 높을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부동산 정책 개편 등이 추진되면서 과천 등 수도권의 청약 대기 수요가 늘었고, 지난 12·16 대책으로 대출 규제가 더 강화되면서 집을 사려던 주택수요자들이 전월세로 머물게 된 경우가 많다"면서 "전세시장의 경우에는 물건 자체가 부족해지면서 이미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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