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 큰스님, 저 황교안입니다"…불교계와 관계개선 행보

2020. 2. 1. 20:24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자승 큰스님, 저 황교안입니다"…불교계와 관계개선 행보

[데일리안] 입력 2020.02.01 06:00

수정 2020.01.31 23:16

자승 전 총무원장 동안거 현장 상월선원 찾아가

법당 앞서 합장 반배, 소원 적은 연등 매달기도

"국민통합 측면에서 모든 종파와 같이 가겠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국회 정각회장을 지낸 주호영 의원 등이 31일 오전 경기 하남 상월선원을 찾아 법당 앞에서 합장 반배를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제공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승 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큰스님 등이 동안거를 하고 있는 선원을 직접 찾으며 불교계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보였다.

황 대표는 31일 오전 경기 하남 위례신도시에 위치한 상월선원을 찾았다. 상월선원 총도감 혜일스님과 봉은사 주지 원명스님 등이 마중 나오자 황 대표는 스님들과 일일이 합장으로 인사를 나누는 한편, 인연이 있는 자승 전 총무원장큰스님의 안부를 묻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불상이 모셔진 법당 앞뜰에서 합장 반배를 올린 황 대표는 이어 혜일스님의 인도로 선원 곳곳을 둘러봤다. 불자들이 선원 울타리에 소원을 담은 연등을 6만여 개나 달았다는 말을 전해들은 황 대표는 그 자리에서 '국민화합 세계평화, 큰스님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라는 글귀를 담은 연등을 바로 선원 울타리에 달기도 했다.

자승 큰스님은 동료 스님 8명과 함께 천막 안에서 동안거(冬安居) 중인 관계로, 이날 황 대표와 자승 큰스님의 만남은 이뤄지지 못했다. 동안거 중에는 외부 출입을 자제하고 결사 현장에서 좌선 수행만 하는 것이 상례다.

이에 황 대표는 천막 밖에서 큰소리로 "자승 큰스님, 저 황교안입니다"라며 "큰 결사 존경드리고 많은 성과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건강하세요"라고 외쳐 인사를 대신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1일 오전 경기 하남 상월선원을 찾은 자리에서 스님으로부터 연등을 건네받아 소원을 적고 있다. ⓒ자유한국당 제공

법당으로 들어간 황 대표는 이후 스님들과 차담을 나눴다. 황 대표는 "어렵고 힘든 일을 잘하지 않는 시대에 자승 큰스님이 큰 본을 보이시는 것 같다"며 "자승 큰스님이 '많은 난관에 봉착할 수 있지만 자신을 내려놓고 초심을 잘 새기며 국민과 나라를 위해 큰 길을 담대히 걸어가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셨었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자승 큰스님은 안 지가 좀 됐다. 어려울 때마다 뵙고 많은 말씀을 듣고 지혜를 배우고 있다"며 "겨울에 힘든 때 90일 이상을 지내시면서 우리 국민들에게 설파하실 그런 말씀들을 주실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상월선원과 자승 큰스님 예방은 총선을 앞두고 불교계와의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한 화합의 행보로 분석된다. 황 대표는 독실한 침례교도로 알려져 있는데, 지난해 2·27 전당대회에서 한국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합장 거부와 육포 오배송 사태 등으로 불교계와의 관계 설정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국회 정각회장을 지낸 주호영 의원 등 한국당 정각회원 의원 11명과 김성원 대변인, 경기 하남의 지역구 의원인 이현재 의원 등 13명도 이번 황 대표의 불교계 예방에 대거 동참해 불교계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기에 힘을 보탰다.

국회로 돌아온 황 대표는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승 큰스님이 동안거에 들어갔다가 나오실텐데 그 전에 고생 너무 많으셨다는 뜻을 전하고, 자승 큰스님의 뜻을 당의 정책 방향에도 반영하는 게 좋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다녀왔다"며 "국민통합의 측면에서 모든 종파와 같이 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사회적 물의를 빚은 설 선물 육포 오배송 사태에 대해서도 "우리가 잘못한 것은 사과 드렸다"며 "이를 계기로 해서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