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청사 공무원 확진 늘자 동선 ​ ​ ‘쉬쉬’…시민들 항의 쇄도

2020. 3. 12. 21:53이슈 뉴스스크랩

세종청사 공무원 확진 늘자 동선

‘쉬쉬’…시민들 항의 쇄도

해수부·보훈처 동선, ○○식당·마트로 표기

민간 확진자 방문 장소는 상호명 전면 공개

이중잣대 논란, 공무원 감싸기 항의 잇따라

상호 비공개, 인근 자영업자도 피해 우려돼

등록 2020-03-12 오후 8:38:24

수정 2020-03-12 오후 8:38:24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사무실 앞에 출입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이날 세종에서는 확진자가 14명 발생해 현재 세종시 확진자는 31명(오후 8시 기준)으로 늘었다. 이들 중 22명은 공무원 확진자다. 뉴시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이 방문한 식당 등의 상호명이 비공개 돼 논란이다. 그동안 민간인 세종 확진자가 방문한 장소는 투명하게 공개됐기 때문이다. 정부 측은 자영업 피해를 고려한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시민들은 오히려 인근 자영업 피해가 더 심해질 것이라며 ‘공무원 감싸기’라고 비판했다.

세종시는 12일 국가보훈처(18번)·해양수산부(19~24번) 소속 확진자들의 동선을 공개하면서 이들이 방문한 식당·마트·병원·약국 등의 상호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세종시는 동선을 어진동 ○○식당, ○○김밥, ○○마트, ○○통닭, ○○의원, ○○약국, ○○카페 등으로 표기됐다. 이렇게 동선을 비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세종시는 지난달 22일 아파트 하자 보수를 하는 30대 남성이 첫 확진 판정을 받자 실시간으로 동선을 공개했다. 요일·시간대별로 확진자가 방문한 식당·카페 이름이 공개됐다. 확진자와 함께 방문한 민간업체 동료 직원들 인원까지도 표기됐다.

지난 8일에는 바이올린 학원 강사인 50대 여성이 방문한 병원·금융기관이, 지난 9일에는 40대 전업주부인 6번 확진자가 방문한 떡집 상호명이 공개됐다. 하지만 12일부터는 이 같은 상호명이 전면 비공개 됐다.


이들 18~24번 보훈처·해수부 직원들이 방문한 곳은 다양했다. 18번 확진자인 보훈처 직원은 증상이 나타난 지난 4일 어진동 ○○김밥·도넛·죽집을, 지난 8일에는 다정동 ○○의원·약국과 어진동 ○○빵집을 찾았다. 20번 확진자인 해수부 직원은 지난 6일 증상이 나타난 뒤 어진동 ○○내과, 오송역, 부산역 등을 방문했다. 이들이 방문한 가게는 모두 비공개 처리됐다.

세종시 관계자는 “보건소에서 받은 자료를 그대로 전달한 것이다. 세종시·보건소가 임의로 비공개한 게 아니라 질병관리본부 지침상 상호명을 비공개하도록 한 것”이라며 “상호명을 공개하면 해당 식당, 약국, 병원 등의 피해가 굉장히 심한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이 항의하는 입장을 이해하지만 앞으로도 상호명이 비공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세종시민들은 시청에 항의 전화를 하는 등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시 등 다른 지자체는 확진자가 방문한 식당, 마트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배우자가 자영업을 하고 있는 한 세종 시민은 “○○치킨·식당으로 표현하면 그 동네 모든 치킨집, 국밥집, 김밥집이 타격을 입는다”며 “개인신상 보호를 위해서라지만 자영업자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시민은 “확진자들 중에 공무원들이 많으니 쉬쉬하는 것 같다”며 “이렇게 되면 확진자가 방문한 곳을 제대로 알 수 없어 감염자가 줄줄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세종시에서는 지난 6일부터 7일 연속으로 확진자가 발생했다. 12일에는 하루에 확진자가 14명 발생해 현재 세종시 확진자는 31명으로 늘었다. 해수부(18명), 교육부(1명), 보건복지부(1명), 대통령기록관(1명), 국가보훈처(1명) 등 공무원 확진자가 22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