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두줄 시키면 1만4000원, 배달비·수수료가 6680원

2022. 8. 22. 10:57C.E.O 경영 자료

김밥 두줄 시키면 1만4000원, 배달비·수수료가 6680원

[인플레 부추기는 플랫폼] [上]

배달앱 비용 급등하자 외식물가 도미노 상승

배민, 배달비 4개월새 90% 올려… 자영업자 70% “음식값 올리겠다”

美·유럽서도 과도한 수수료 논란, 뉴욕市 ‘최고 20% 제한’ 법 통과

김신영 기자

유소연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2.08.22 03:28

금융회사에 다니는 김정민씨는 얼마 전 퇴근 후 5000원짜리 김밥 두 줄을 시켜 먹으려다 포기했다. 김밥 값 1만원에 배달비 4000원을 내야 한다고 해서다. 그는 “예전엔 2000원이나 1500원 정도 배달비 내고 먹을 수 있었는데 심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이후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배민) 등 음식 배달 플랫폼이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 등을 올리면서 소비자와 자영업자의 부담이 모두 불어나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국 배달 앱 시장의 약 80%를 점유한 두 회사가 수수료를 인상하자 식당은 음식 값 인상으로 대응하면서 연쇄적으로 외식 물가까지 오른 것이다.

◇배달 플랫폼 수수료 인상 후 “배달비 90% 올랐다”

쿠팡이츠와 배민은 올해 들어 단건(單件) 배달 수수료를 일제히 올렸다. 이전까지는 배달 앱 회사에 내는 중개 수수료가 1000원, 배달 기사가 받아가는 배달비가 5000원이었는데 중개 수수료를 매출 대비 6.8~27%로 개편하고 배달비는 최대 6000원으로 인상했다.

/그래픽=김현국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는 요금제에 따라 다른데, 배민 ‘기본형’의 경우 수수료 6.8%에 배달비 6000원을 부과한다. 배달비는 식당 주인이 설정한 비율에 따라 소비자와 식당 측이 나누어 낸다. 예를 들어 김밥 1만원어치를 시켰는데 식당이 배달비 2000원, 소비자가 4000원을 내도록 식당 주인이 설정했을 경우 소비자는 사실상의 김밥 값으로 총 1만4000원을 내야 한다. 식당은 남은 배달비 2000원과 중개 수수료 680원(6.8%)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손에 남는 돈은 7320원에 그친다. 배달비는 배달 기사가, 중개 수수료는 배달 앱 회사가 가져가는데 이 둘이 오르면 결국 소비자 부담과 자영업자 비용이 동시에 불어나게 된다.

◇자영업자 70% “배달 수수료 오르면 음식 값에 반영”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주말 점심 시간 배달비를 조사한 결과(배달 거리 2~3㎞ 기준) 쿠팡이츠 배달비 가운데 소비자가 내는 금액은 지난 3월 2000원에서 지난달 3000원으로 50% 올랐다. 지난 3월 2000원이었던 배민의 단건 배달비는 지난달에 3770원으로 89% 상승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음식 값으로 내야 하는 돈이 이만큼 더 늘어나는 셈이다.

식당은 수수료 인상분 중 일부를 음식 값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등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엔 “배달료 인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라는 식의 글이 수백건 올라 있다. 한 파스타 가게 사장은 “배달비를 5000원으로 올려보았더니 주문이 뚝 끊기더라. 배달비를 내가 부담하는 대신 메뉴 가격을 1000원씩 인상해서 대응 중”이라고 했다.

서울 시내 한 식당 앞에 가격 인상을 알리기 위해 새 가격을 덧댄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모습. 식재료와 인건비 상승에 배달 앱 수수료 등 비용이 일제히 급등하면서 음식값을 올리는 식당이 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설문 결과 배달 앱의 수수료 인상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겠다’라는 응답이 77%(복수 응답), ‘음식 가격을 (올려) 조정하겠다’는 답이 71%로 매우 높았다. 업주가 감당하겠다는 응답은 10%였다.

코로나 이후 식재료 가격 상승에 배달 수수료 인상까지 겹치면서 한국의 외식비 상승률은 소비자물가보다 가파르게 급등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외식비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8.4%로 소비자물가 상승률(6.3%)보다 훨씬 높았다. 미국의 외식 물가 상승률(7.6%)이 전체 물가 상승률(8.5%)에 못 미치는 것과 상반된다.

◇미국은 ‘배달 수수료 상한제’도 등장

시장을 장악한 플랫폼 기업의 수수료 인상은 다른 나라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지난 2월 미국에서 배송료 할인, 비디오 스트리밍 등의 혜택을 주는 ‘프라임 멤버십’ 구독료를 기존 연 119달러(약 15만9000원)에서 139달러(약 18만5700원)로 17% 인상했다. 유럽에선 이를 다음 달부터 평균 31% 올린다고 예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올해 초 미국의 '아마존 프라임' 구독료를 인상한 데 이어 다음달부터 유럽 지역의 구독료도 올릴 계획이다. 사진은 미 매사추세츠주의 아마존 창고에 있는 배달 트럭 모습. /AP 연합뉴스

뉴욕시는 음식 배달 앱 수수료가 매출의 30%까지 올라가는 수준으로 커지자 지난해 플랫폼이 식당에 부과하는 총 수수료율을 최고 20%로 묶어두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도어대시’ 등 배달 플랫폼 회사가 뉴욕시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잡음이 그치지 않는 상황이다.


조선일보 경제부 김신영 기자입니다.


경제부 금융팀에 있습니다. 사회부, 여론독자부, 주말뉴스부, 사회정책부(교육팀) 등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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