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안보 정점’ 서훈 구속… 檢, ‘서해 공무원 피살’ 수사 속도 낸다

2022. 12. 3. 14:37C.E.O 경영 자료

 

文 정부 ‘안보 정점’ 서훈 구속… 檢, ‘서해 공무원 피살’ 수사 속도 낸다

“범죄 중대성, 증거 인멸 우려”

피의자심문 10시간 소요…박근혜 기록 경신

서훈 인신 확보한 검찰, 박지원 소환 나설 듯

노자운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2.12.03 04:57

‘서해 공무원 피살’ 관련 진실을 은폐한 혐의를 받는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구속됐다. 야권의 거센 공세에도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정점’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검찰은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윗선으로 지목되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김정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오전 4시 55분쯤 서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부장판사는 “범죄의 중대성 및 피의자의 지위 및 관련자들과의 관계에 비춰,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전날 오전 10시에 시작된 서 전 실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10시간 5분이 지난 오후 8시 5분쯤 종료되며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종전 최장 기록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8시간 41분)가 갖고 있었다. 지난달 구속된 ‘이재명 최측근’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심문 시간(8시간 10분)보다도 약 2시간이 더 길다.

서 전 실장의 영장은 심문이 끝나고 약 9시간이 지나서야 발부됐다. 정 전 실장의 영장이 심문 종료 후 4시간 40분 만에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서 전 실장은 지난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인 고(故) 이대준씨가 서해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하자 이씨의 자진 월북을 단정 짓고 이와 배치되는 정보를 삭제하도록 관계 부처에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이씨의 피살 직후 첩보를 통해 사실을 파악하고도 다음날 오전 1시쯤 청와대 관계장관회의에서 보안 유지 지침을 내림으로써 이를 은폐했다고 본다. 이외에도 서 전 실장은 국정원 및 국방부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에 공유된 대북 감청정보(SI)의 삭제를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관계장관회의에는 서 전 실장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 서욱 전 국방부장관 등이 참석했다.

아울러 검찰은 이씨의 피살이 언론에 보도된 후 국가안보실이 본격적인 ‘월북 몰이’에 나섰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서 전 실장 변호인 측은 검찰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며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관계장관회의 당시 관련 첩보를 국방부, 국정원, 안보실, 통일부 등 여러 부처가 공유하고 있었고 실무자들을 포함하면 200~300여명 이상이 알고 있었던 상황에서 은폐를 시도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서 전 실장 변호인은 또 문재인 정부가 남북 관계를 고려해 이씨의 사망을 월북으로 몰고 갔다는 검찰측 판단에 대해 “월북자를 사살하는 것은 오히려 북한 체제의 잔혹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남북 관계에 대한 고려와는 배치된다”고 반박했다.

검찰과 서 전 실장 변호인 측은 증거인멸 위험성에 대해서도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지난 10월 27일 국회에서 전 정부 안보라인 수뇌부와 함께 기자회견을 연 것을 ‘증거인멸 시도’라고 주장했다. 당시 상황을 공개적으로 밝혀 사건 관련인의 진술에 영향을 미쳐 ‘암묵적 말 맞추기’를 했다는 취지다.

반면 서 전 실장 변호인 측은 그가 미국에 체류하던 중 수사 대상이 되자 8월 자진 귀국했고, 주거도 일정해 도주 우려가 없으며 대부분의 사건 관계인 조사가 마무리돼 증거인멸 가능성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검찰 측 주장을 인정하고 서 전 실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검찰은 야권의 정치적 역공에 대한 부담을 덜고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전 원장의 소환 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서 전 실장의 영장실질심사 전날인 1일, 문재인 전 대통령은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당시 대통령이 국방부, 해경, 국정원 등의 보고를 직접 듣고 그 보고를 최종 승인한 것”이라며 “안보 사안을 정쟁 대상으로 삼고, 오랜 세월 국가안보에 헌신해온 공직자들의 자부심을 짓밟으며, 안보 체계를 무력화하는 검찰의 분별없는 처사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대책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박범계 의원은 서 전 실장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그 어느 요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무리한 청구”라며 “바야흐로 검찰 독재에 의한 공포정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 40명도 지난달 30일 “정치 보복을 위해 검찰권을 남용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검찰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김의겸·고민정·윤영찬·진성준 의원 등 현직 국회의원들도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