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철회 결정…산업계 피해 ‘3조’ 책임은 누가?

2022. 12. 10. 01:12C.E.O 경영 자료

화물연대 파업 철회 결정…산업계 피해 ‘3조’ 책임은 누가?

정부, 강경 대응 입장 여전

집단운송거부 중 발생한 범법행위 모두 처벌할 듯

원희룡 “노조 불법 행위, 회계 감사·수사권 발동”

조선일보 입력 2022.12.09 15:14

9일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 화물연대 충남본부 조합원들이 파업철회 찬반투표 결과 파업종료로 가결 되면서 충남 당진시 현대글로비스 앞 파업 농성장을 철거하고 있다. /뉴스1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9일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파업 종료’를 결정한 가운데, 정부 안팎에선 집단운송거부로 인한 산업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기류가 강하게 일고 있다.
이전까지는 파업한 노조가 업무에 복귀하면, 파업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방식으로 합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 같은 관행이 무책임한 불법집단행동을 유발하는 요인이 됐다며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로 인한 산업계 피해가 3조원에 이르는 만큼 정부는 기업들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경우 적극적인 지원 사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정부는 초고강도 압박, 민심은 냉랭… 화물연대 결국 ‘백기 투항’
화물연대는 9일 오전 전국 16개 지역본부에서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철회 여부에 대한 현장 투표를 진행한 결과, 과반 이상 찬성으로 파업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며 지난달 24일부터 시작된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는 16일만에 종료됐다.
화물연대가 집단운송거부에 나선 것은 올해 들어서만 2번째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에도 안전운임제 연장 및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섰다. 당시 정부와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지속을 추진하고, 품목 확대 등을 논의한다’고 합의하고, 국회에 키를 넘겼다.
하지만 새해를 앞두고도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이 확정되지 않자, 화물연대는 재차 집단운송거부에 들어갔다.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하기 전 정부가 ‘안전운임제 3년 연장’ 등 중재안을 내기도 했으나, 집단운송거부를 막진 못했다.
화물연대의 일방적인 집단운송거부에 정부는 ‘타협은 없다’며 강경 대응에 돌입했다.
파업 6일차에 접어들었던 지난 11월 29일에는 시멘트 운수업종에 대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상의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정부가 화물업계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것은 해당 제도가 도입된 2004년 이후 처음이었다. 업무개시명령 발동 후 시멘트 반출량이 회복되자, 정부는 지난 8일 물류 피해가 큰 철강·석유화학 업종에 대해서도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정부가 압박 수위를 올리면서 화물연대의 파업 동력은 상당부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들도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에 대해 ‘경제 위기 속 이기적인 집단행동’이라는 냉담한 시선을 보냈다.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겨울철 생계 걱정이 커진 화물기사들의 파업 대열 이탈도 빠르게 퍼졌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인천시한 공동주택 공사현장을 방문,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와 건설노조의 동조파업 움직임에 따른 피해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국토부 제공
◇ 정부 “봐주기 없다”… ‘불법은 필벌’ 원칙 입장 여전
국토부는 화물연대가 파업 철회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봐주기식’ 수습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9일) 오전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산업 현장을 일방적으로 중단시켜 수많은 손해와 나라의 마비를 가져오는 관행이 반복돼선 안 된다”며 “화물연대 파업 철회 이후로도 건설 현장 내 잘못된 악습과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지난달 29일 업무개시명령 발동 관련 합동브리핑에서도 “자신들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기 위한 이러한 집단적인 힘의 행사와 초법적인 이런 행태에 대해서는 이제는 고리를 끊어야 될 때가 왔다”며 수습을 무마하는 방식의 적당한 타협은 더이상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부처의 분위기도 예전과 사뭇 다르다. 정부는 현재 화물연대 피해 기업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무역협회, 한국석유화학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 업종별 협단체에서 화물연대 운송거부로 피해를 입은 중소 화주의 손해배상소송을 대행하는 등의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 역시 업무개시명령 거부자에 대한 행정처분과 형사 고발을 취하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도 운송 화물차량에 대한 ‘쇠구슬 테러’ 행위에 대해서도 강력 처벌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이번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를 계기로 대대적인 노동 개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원희룡 장관은 “건설노조는 일반 건설 장비를 놓고 독점에 가까운 지위로 작업을 방해하겠다고 공언했다”며 “(건설사를) 괴롭혀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는 분위기가 공공기관과 대기업 시공 현장까지 만연해 있다”고 했다.
이어 “지난 몇 년간 정부가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이런 부분을 공공연히 비호하고, 단속하려는 경찰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며 “집단적 위력에 공권력이 날개를 달아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 회계 감사와 수사권을 발동하고 국토부와 고용노동부가 행정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두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