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3대 개혁 씽크 탱크로 부상한 KDI…보고서로 본 ‘노동·연금·교육’ 개혁 방향은

2022. 12. 19. 13:17C.E.O 경영 자료

 

尹정부 3대 개혁 씽크탱크로 부상한 KDI…보고서로 본 ‘노동·연금·교육’ 개혁 방향은

연금: 사회보장기금 지속 가능성 제고를

교육: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고등 교육에

노동: 경직성과 수도권 취업 쏠림 풀어야

세종=전준범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2.12.19 06:00

“청년에게 희망을 주려면 나랏빚 부담을 줄여주고, 그들이 능력을 개발하고 발휘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합니다.”

지난 1일 취임한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이달 15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정과제 점검회의’에 참석해 노동·교육·연금 등 3대 분야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조 원장은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윤 정부가 내년에는 3대 개혁에 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과 국민적 컨센서스를 모으는 작업을 잊지 말고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취임 보름도 안 된 상태에서 이미 여러 차례 연금·교육·노동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한 조 원장의 행보에 정부 안팎에서는 “KDI가 윤 정부 3대 개혁 과제의 씽크탱크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되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더는 미룰 수 없는 숙제인 연금·교육·노동 개혁은 이번 정부에서 어떤 방향으로 갈까. KDI 전문가들의 입과 보고서를 통해 그 방향성을 가늠해본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12월 12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국민연금 2054년에 완전히 고갈”

“파산이 예정된 연금을 개혁하지 않고 방치하는 건 후대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입니다.”

12월 15일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조동철 KDI 원장.

연금 개혁 요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저출산·고령화로 우리나라 인구 구조가 점점 ‘급감하는 청년이 급증하는 노인을 부양’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어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지급되는 연금 급여는 총 30조6085억원이다. 국민연금 급여액이 30조원을 돌파하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2005년 3조5849억원 수준이었는데, 불과 17년 만에 10배가량 급증했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2005년 165만명이던 국민연금 수급자 수는 2016년 400만명을 돌파했고, 4년 후인 2020년 539만명으로 치솟았다. 600만명을 넘어선 시점은 올해 5월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급자는 2030년 874만명, 2040년 1290만명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수급자 급증은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기 단축과 연결된다. 국민연금 기금은 2030년 1027조7000억원까지 늘어난 뒤 서서히 바닥을 드러낼 전망이다. 2018년 실시한 제4차 재정 추계에서는 국민연금 기금이 2042년 적자를 내기 시작해 2057년 고갈될 것으로 예상됐다. 2020년 국회예산정책처는 2039년 적자 전환, 2055년 고갈로 시기를 앞당겼다.

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이보다 더 암울한 미래를 예고했다. 김 연구위원은 “인구 고령화로 연금 수급자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면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기금 수지가 2038년부터 적자 전환하고 2060년에는 -5.7%의 적자 비율을 기록할 것”이라며 “국민연금의 경우 2036년부터 적자로 돌아서서 기금적립금 감소가 시작되고, 2054년에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연금 개혁으로 사회보장기금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생이 어르신과 함께 등교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손질해 고등 교육에도 활용해야”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려는 청년이 많습니다. 경직적인 대학 교육제도가 이를 가로막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12월 15일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조동철 KDI 원장.

조 원장은 “저마다 다르게 타고난 소질이 획일적인 교과 과정의 방해를 받아선 안 된다”고 했다. 이는 현재 교육부가 대학 예산 집행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확대해 각 대학의 혁신을 이끌어내려고 하는 정책 방향성과 맞닿은 발언이다. 학과 개편과 정원 조정이 탄력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게 교육 개혁의 주된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정부가 기존 대학 예산 8조원과 초·중등 교육 예산 3조원을 등을 합쳐 11조2000억원 규모의 ‘고등교육 특별회계’를 구축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대학 교육제도가 창의적인 인재 육성에 적합하게 바뀌려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반드시 개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수의 20.79%와 교육세수 일부의 합으로 산정된다. 경제 성장과 함께 내국세수가 추세적으로 증가하면 교부금액도 덩달아 늘어나는 구조다. 문제는 2060년의 학령인구가 2021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데, 초·중등 교육비특별회계로 넘어가는 교부금은 날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제도에서 교부금은 초·중·고 교육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고, 고등 교육 재원으로는 활용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의 1인당 소득 대비 초·중·고 1인당 교육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고등 교육은 OECD 국가 중 하위권에 속한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내국세수에 연동해 산정하는 현행 교부금 제도는 교육재정 내에서 재원 배분의 칸막이로 작동할 뿐 아니라 국가재정 전체 관점에서도 지출 분야별 재원 배분의 효율성 제고에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청계천을 찾은 직장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방 인재 보조금 주려면 지방기업 취업에 초점 맞춰야”

“업무 성과와 관계없이 고용을 보장하는 경직적 노동시장에서는 개인의 생산성보다 본인이 속한 직장이 중요해집니다.”

12월 7일 ‘리부트 코리아 2022’에서, 조동철 KDI 원장.

조 원장은 “노동시장이 경직적일수록 첫 직장이 평생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대학 졸업 직후 찾는 첫 직장이 중요해질수록 일류 대학 졸업장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지적한다. 그는 “그럴수록 대학 입시가 중요해지고, 학부모는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전혀 납득하지 못한 어린 학생을 학원으로 내몰게 된다”고 했다.

교육 개혁과도 긴밀하게 연결되는 노동시장의 이런 이슈는 구직자로 하여금 직장 위치에 대해서도 집착하게 한다. 다들 가고 싶은 첫 직장 상당수가 수도권에 있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가 “청년이 비수도권을 떠나 수도권 고용시장으로 몰리고, 이로 인해 취업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현상을 정부가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언하는 이유다.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올해 9월 발표한 ‘청년층의 지역 선택을 고려한 지방소멸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최근 20대 후반~30대 초반 인구의 수도권 집중이 두드러지게 높고, 타 연령대와 비교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수도권 고교 졸업생의 경우 지방으로 진학하더라도 취업 단계에서는 대부분 수도권으로 재이동한다”고 했다.

한 연구위원은 지역 선택 결정 요인들을 반영한 구조모형으로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정부는 지방 청년들에게 보조금을 줄 때 지방대 진학보다는 ‘지방기업 취업’에 초점을 맞춰 지원하는 편이 진학·취업 단계 모두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