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 가려졌던 한국경제 ‘민낯’ 드러나… 中 의존 한계도

2023. 5. 2. 11:45C.E.O 경영 자료

반도체에 가려졌던 한국경제 ‘민낯’ 드러나… 中 의존 한계도

입력2023.05.01. 오전 11:49 기사원문

■ 4월 수출, 7개월째 감소

반도체 수출 매달 40% 줄어

무역수지 악화에 환율도 불안

“對中 수출 4분기나 돼야 회복

바이오 등 차세대 사업 키워야”

자동차가 수출 호조를 보이고, 에너지 수입액이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4월 무역수지가 14개월째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 실적이 내리막으로 빠져들면서 반도체와 중국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수출입 구조의 민낯이 드러난 것으로, 한국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공약한 ‘상저하고’ 실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4월 수출액은 496억2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4.2% 감소하면서 월간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는 지난해 8월(-7.0%)을 시작으로 9개월 연속 감소세로, 올 1월(-43.4%)·2월(-41.5%)·3월(-33.8%)에 이어 4월에도 41% 줄었다. 반도체 수출이 매달 40% 안팎으로 빠지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쌓이고 있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난해에는 수입이 늘어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됐으나, 올해는 수출이 침체하며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며 “반도체 업황과 중국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무역수지 적자 행진이 오래갈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역수지 악화는 원·달러 환율의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더 짙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경제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져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속도가 가팔라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41.5원까지 올라 전거래일에 기록한 연중 최고점(1342.90원)을 위협했다. 지난달 27일에는 나흘 연속 연고점을 새로 썼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1.649로 한 주간 약보합권을 나타냈으나 원화만 ‘나홀로 약세’를 보였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중 갈등으로 최대교역국인 대중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지 않으며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미 금리 차이에 따른 환율 불안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월간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 이후 14개월 연속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1995년 1월부터 1997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올해 4개월간 무역수지 적자는 250억62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적자를 냈던 지난해 적자 규모(-477억8500만 달러)의 절반을 돌파했다. 다행히 무역수지 적자는 올해 1월 125억1000만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월 52억7000만 달러, 3월 46억20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점차 개선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날씨가 풀리며 난방수요가 줄어든 여파로 에너지수입이 줄어들면서 무역수지 적자는 하절기로 갈수록 개선될 것”이라며 “배터리·바이오·군수산업 등 차세대 먹거리 사업을 육성하는 전략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밝혔다.

전세원 기자(jsw@munhwa.com)

기자 프로필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