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로 전환

2007. 12. 16. 11:22이슈 뉴스스크랩

아시아 주식시장이 불을 뿜고 있다. 중국이 2년 동안 550% 넘게 상승했고 우리 시장도 4년간 400% 가까이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시아 시장으로 돈과 사람이 모이고 있다.

아시아 주식시장이 주목받는 데는 지난 20년간 경제 구조의 변화로 인한 영향이 크다. 1990년 이후 세계 경제는 생산과 소비 지역으로 양분됐고 아시아는 생산 지역의 대표로 자리 잡았다. 물론 과거에도 국가에 따라 생산 가격이 차이가 났지만 최근처럼 생산과 소비의 지역별 편중이 심했던 적이 없었다. 따라서 아시아 지역이 얼마나 낮은 가격에 물건을 공급해 줄 수 있을지가 세계 경제의 관심사가 됐다.

지난 몇 년간 세계 경제는 이렇게 아시아가 생산의 중심지로 바뀌면서 특수를 맞는 시기였다. 다국적 기업이 경영의 최적화를 위해 주로 중국 등으로 생산 기지를 이전했고 이에 맞춰 생산 코스트가 낮아졌다. 배럴당 유가가 100달러에 육박하고 원자재 가격이 1년 사이에 배 이상 오르는 등 과거 같으면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할 인플레 요인들이 큰 부담 없이 흡수된 것도 아시아 지역의 생산 코스트가 떨어진 덕분이었다.

아시아 경제 구조적 변화

아시아 주식시장 강세는 이런 토대 위에서 이뤄졌다. 중국과 인도가 각각 10%와 8%의 성장을 기록하면서 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이는 주식시장을 펀더멘털 측면에서 지지하는 요인이 됐다.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커진 것도 아시아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인 배경이다. 2000년 초만 해도 미국의 정책 금리는 6%대 후반이었다. 이렇던 것이 2001년 4.75%포인트에 달하는 금리 인하를 거쳐 2003년에 1.0%까지 떨어졌다. 금리를 급격히 내리는 과정에서 엄청난 돈이 전 세계에 풀렸는데 2001~02년 한창 금리를 인하하던 시기에 미국의 통화 증가율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15%까지 높아질 정도였다.

이번에는 유동성 공급 통로도 과거와 달라졌는데 선진국 중앙은행이 돈을 공급하던 과거 패턴과 달리 아시아 국가들도 유동성을 공급하는데 한몫했다. 이들은 미국으로부터 얻은 무역 흑자로 다시 미국 국채를 사들이면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해 줬는데, 이 구조는 미국이 일정 수준의 소비를 유지하고 다른 지역은 대미 수출을 통해 자국 경제를 활성화하는 토대가 됐다.

실물 측면에서 유동성 확대는 세계 경기 확장으로 이어졌다. 미국을 필두로 유럽과 일본 등의 금리 인하가 2001년부터 시작됐고 글로벌 유동성은 2001년 3분기부터 급속히 증가했는데 세계 경제성장률이 바닥을 만든 것은 2001년 2분기였다. 낮은 금리와 통화 확대로 인해 소비가 늘어나고 소비 증대가 다시 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나타난 것이다.

돈이 많지 않을 때는 믿을 수 있는 자산에만 투자한다. 주식시장에서는 그 자산이 선진국 주식이 될 텐데 안정성 등 모든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면 돈이 많이 풀릴 경우 등급이 떨어지는 자산에 대한 투자가 점차적으로 늘어나는데, 아시아 주식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안정성은 선진국에 비해 떨어지지만 높은 탄력성을 지니고 있어 상황이 좋을 때 상승률이 높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아시아 내부 수요가 늘면서 ‘아시아 모멘텀’이 형성된 것도 아시아 시장의 강세 요인이다.

아시아 모멘텀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로 시장이 홍역을 치른 8월 이후 주식시장에서 가장 극적으로 나타났다. 여러 선진국 주식시장이 전고점을 넘지 못하는 동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가 연간 10% 넘는 성장을 기록하고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자체 내 수요가 확대되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아시아 모멘텀’은 구조적 변화이기 때문에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다. 아시아 국가 사이에 교역은 일본에 이어 중국이 참가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과거 같으면 미국의 경기 상황에 따라 동반 침체와 활황을 겪었던 지역이 이제는 미국과 동일한 위치를 차지할 정도로 부상하다 보니 아시아 모멘텀이 만들어 졌고 이런 변화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아시아 경제와 주식시장의 활성화는 지속될 것인가.

장기적으로는 틀림없이 그렇다. 최근 아시아 지역 경제에 나타나고 있는 변화가 구조적이어서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단기적으로는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아시아 경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크게 오른 점이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아시아 모멘텀의 선두주자인 중국 주식시장은 주가수익률(PER)이 55배에 달한다. 이렇게 주가가 높은 상황에서 내년에 세계 경제가 불안해질 경우 중국 시장은 2001~05년과 같은 상황을 겪을 수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 문제도 아시아 프리미엄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서브프라임 문제의 핵심은 신용도다. 신용도 낮은 자산들이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신용도에 대한 평가를 보다 엄격히 할 것이라는 의미다. 지난 4년의 주가 상승 과정에서 아시아 시장의 리스크가 실제 이상으로 낮아졌다. 유동성이 많아지는 만큼 투자 자산이 다양해지면서 수익성을 우선시한 결과였는데, 이번 서브프라임 문제를 통해 지나치게 낮아진 리스크 부분이 정상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인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경제 및 주식시장의 역할 증대라는 큰 틀은 변함이 없다. 기술 혁신과 정보기술(IT)의 발달로 거래 비용이 줄어들었고, 개방화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효율적인 투자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투자의 세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과거에는 수익성이 높아도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국가에는 투자하지 않던 전략에서 벗어나 이제는 적극적인 정보 교류를 통해 투자 지역이 넓어지고 있다.

다시 떠오르는 ‘아시아적 가치’

이런 변화로 인해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글로벌 요소 가격의 차이가 점차 좁혀지고 있다. 임금이 높은 국가에서 낮은 국가로 기업 투자가 이전돼 세계 각국의 임금 수준이 수렴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변화가 아시아의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경제적인 면만 고려할 때 앞에서 얘기한 단기 부담 요인이 누그러지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내년에 선진국 성장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인도 등의 고성장에 힘입어 이머징 마켓 전체가 7%대의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 시장이 다른 어떤 시장보다 크게 상승해 내년에 조정을 보일 가능성이 있지만 경제 부문에서는 세계 성장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늘어날 것이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전에 ‘아시아적 가치’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1980년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공업국들이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하자 서구인들은 이들의 경제 성장이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이며 인치(人治) 사상에 바탕을 둔 아시아의 유교적 전통에 기인한다고 보고, 이를 아시아적 가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1997년 아시아에서 금융 위기가 발생하자 태도가 돌변해 과거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했던 아시아적 가치를 족벌 자본주의를 키우는 토양이자 관료주의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몰아세웠다. 2008년은 새로운 아시아적 가치가 자리 잡는 시간이 될 텐데 그 가치의 핵심은 과거 유교적 전통에서 벗어나 높은 성장성이 차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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