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 4개단지 대피
2008. 1. 19. 00:47ㆍ이슈 뉴스스크랩
“무너진대도 갈데 없다” 목숨 건 셋방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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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뒤늦게 300명 세입자에게 임대아파트 제공
쩍쩍 갈라진 벽, 허물을 벗은 시멘트 사이로 몰골을 드러낸 녹슨 철근 …. 1969∼71년 사이 지은 서울 성북구 정릉3동 스카이아파트는 지난해 11월 안전진단에서, 다섯 동 가운데 네 동이 긴급대피가 필요한 ‘이(E)등급’으로 나왔다. 서울시의 한 과장은 “노후도나 철근 부식 등이 심해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입자가 대부분인 180여명의 주민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살아가고 있다.
투기=성북구청과 서울시는 스카이아파트에 대해 각각 1999년과 2004년 개발 계획을 밝혔지만 에스에이치공사(옛 도시개발공사)는 수익성을 이유로 포기했다. 이후에도 공원이나 영어체험마을 계획이 잇따라 나왔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개발 계획이 나올 때마다 이른바 ‘딱지’라는 특별분양권을 얻기 위한 투기세력들이 몰려들었다. 노아무개(62)씨는 “2003년 7천만원이던 아파트 값이 지난해 가을 1억8천만원까지 올랐다가 개발 계획이 물거품이 되면서 거래가 끊겼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아파트 140가구의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니, 2년 동안 집주인이 여섯 차례나 바뀐 곳이 있고, 산 지 13일 만에 되판 경우도 있었다. 소유자 가운데 120여명은 주소지가 서울 강남구 등 전국 각지였고, 24가구는 20대가 소유주였다. 집주인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원을 만들고 다른 아파트의 분양권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김운수 성북구청 주택과장은 “집주인 85% 정도가 투기세력으로 보이는데 이들한테 불로소득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세입자=25∼47㎡ 크기인 이 아파트는 ‘목숨’을 담보로 한 만큼 전세금이 1천만∼2천만원 정도로 싼 편이어서 저소득층이 모여 산다. 노아무개(73·여)씨는 “초등학생 손자·손녀랑 사는데 물이 새 곰팡이가 사라질 날이 없다”며 “애들이 천식으로 고생하고 건물이 무너질까 겁나지만 형편상 다른 집을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아무개(62·여)씨는 “지난해 집주인이 바뀌면서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해 집수리를 요구했더니 올리지 않겠다고 했다”며 “집주인들은 물이 새도 고쳐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 아파트가 민간 소유라서 세입자와 거주하는 집주인들에게 ‘임대아파트’를 내주기 어렵다는 태도였다. 하지만 안전진단에서 이(E)등급이 나오자 지난 2일 임대아파트를 제공하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성북구청은 지난 17일 현재 거주 주민에게 2월 말까지 긴급대피하도록 통보했다.
그러나 한아무개(75·여)씨는 “딸과 손녀랑 같이 관리비 없이 지내는데, 보증금과 다달이 내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임대아파트는 보증금 1천여만원, 월 임대료 11만∼13만원에 관리비가 5만∼6만원이다. 가장 위험해 지난해 7월 먼저 긴급대피 명령이 내려진 한 동에는 아직도 두 가구가 임대아파트 비용이 없어 이주를 포기한 채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 속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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