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재앙

2008. 4. 15. 22:07이슈 뉴스스크랩

지난 2006년 12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이탈리아 식당을 연 최 모씨(46). 그에게 식료품 가격 급등을 의미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은 속 터지는 '현실'이다.

개업한 지 불과 2년여 만에 밀가루, 스파게티면, 치즈 등 수입 식재료 값이 2배 이상 치솟았기 때문이다.

매출에서 식재료 값이 차지하는 비중(20%)를 감안하면 음식 가격을 추가로 인상해야 했지만 실제로는 10%도 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손님들에게서 가격을 올렸다는 항의를 받을 때마다 최씨는 난감해진다.

국제 상품시장에서 식ㆍ음료 가격은 1974~1975년 꼭짓점을 찍은 이후 20여 년간 하락세를 이어왔다.

1974~1975년 당시의 가격지수가 2000년의 3배를 웃돌 정도였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서서히 상승세를 타더니 2006년부터는 급등세로 돌변했다.

인플레이션 직격탄을 맞은 것은 최씨뿐만이 아니다.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중대한 위협으로 재등장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필요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전세계 인구 가운데 10억명이 더 깊은 빈곤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사실 식료품 가격 급등은 미국 등 선진국에는 큰 위협이 아니다.

오히려 미국 농부들은 2007년 사상 최고의 수익을 올렸고 올해도 지난해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 물가에서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아프리카 국가 등 후진국들이다.

중국, 인도 등 인구 대국들이 성장을 거듭하면서 이들 국가 주민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지자 세계 곡물과 원유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된다고 해도 이들 이머징마켓 국가들 주민들이 곡물과 원유 소비량을 예전 만큼 줄일 가능성이 높지 않다.

14일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가 세계 인구 70억명 가운데 15%만이 높은 생활수준을 향위하고 있을 때는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했지만 15%가 50%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경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이유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드는 초고유가에 쌀 옥수수 밀 등 곡물가,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은 하나같이 치솟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선진국들의 물가 상승률은 올해 2.6%로 1995년 이후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2월 소비자 물가는 연율 4%대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유럽지역 국가들의 물가 상승률도 3.5%로 치솟았다.

세계은행은 전세계 식료품 가격이 지난 3년간 83%나 오른 것으로 추정했다.

IMF는 이머징 마켓 국가들의 소비자 물가는 올해 7.4%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쌀값은 지난해 147%나 올랐고 인도와 중국 등의 수요가 넘쳐 나면서 원자재 가격도 폭등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라 이집트 등에선 폭동이 일어났고 아이티에선 식품 가격 폭등으로 총리가 낙마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최근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안정된 것은 중국 효과에서 비롯된 측면이 큰 데 폭등한 중국의 물가가 수출물가로 전가되면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실장은 "하반기 달러 약세가 진정되고 국제 원자재 가격은 진정될 수도 있지만 중국발 인플레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품가격이 폭등하자 투기수요도 고개를 들고 있다.

씨티그룹은 지난 7일 1분기 상품시장 규모가 4000억달러로 커졌다고 밝혔다.

상품가격 상승과 투기수요가 서로 끌어올리는 악순환이다.

오석태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단순히 글로벌 달러 약세나 유가 상승, 투기수요만이 문제라고 할 수 없다"며 "누구도 최근 경기둔화와 인플레이션 우려의 배경을 딱 부러지게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하반기에 급등세가 완화될 것으로 보이나 장기적으로 상승세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위원은 "인플레이션의 주된 원인은 개도국들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아직도 공급 능력이 이런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슈 뉴스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운하사업 보류 중단  (0) 2008.04.17
신구건설 부도  (0) 2008.04.16
작은돈 관리  (0) 2008.04.14
30대 부자 비결  (0) 2008.04.13
총선 휴우증  (0) 2008.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