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자성

2008. 6. 4. 21:45이슈 뉴스스크랩

확대수석간부회의 '국정운영 문제점' 쏟아내

"10년간 세상변화 모르고 우리만 너무 올드패션"


"빨리빨리만 하고 열심히 하면 알아주리라 생각"


"외교부가 협상타결 서두를 때 검토해야 했는데"

"우리들이 지난 10년간 세상 변화를 너무 몰랐다. 인터넷으로 여론이 유통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우리는 너무 올드패션으로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물가, 유가 등 민생문제가 심각하다. 그런데 우리는 '기업 프렌들리'니, 개혁이니, 성장이니 큰 이야기만 해놓고, 정작 피부에 와닿을 대책을 못 내놓았다."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 앞에서 지난 100일간의 국정운영 문제점과 자성할 점들을 봇물처럼 쏟아놓았다. 확대회의는 수석과 비서관급을 합쳐 40여명이 참석했으며, 오전 8시에 시작해 2시간30분 동안이나 계속됐다.

회의는 무거운 분위기로 시작됐다. 한 비서관이 취임 100일의 평가 및 향후 국정과제와 관련해 발제를 했다. 이어 자유토론이 열렸으나, 대통령 앞이라 처음에는 다들 꺼렸다. 사회자가 발언자를 지목해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얼마 뒤 비서관들의 자성·불만·지적들이 봇물터지듯 쏟아졌다. 여기저기서 손을 들고 "발언하겠다"고 나섰다.

한 비서관은 최근 촛불집회가 크게 번진 데에는 '시민과의 소통라인'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비서관은 "노무현 정부 때에는 시민사회수석이 있었는데, 지금 청와대에는 제도권 여야 정당 담당 비서관(정무 1·2비서관)만 있지, 시민사회 담당 비서관도 없다"고 말했다. 이 비서관은 또 "(새 정부 들어 폐지된) 국정홍보처도 나름의 기능이 있는 것인데, 그걸 몰랐다. 없애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정부 때 3~4개월 걸렸던 부처 업무보고를 우리는 밤새워 가며 15일만에 다했다. 그냥 빨리빨리만 하고, 밤 새고 열심히 하면 국민이 알아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말도 나왔다.

또 관료들과 젊은 세대의 인식 차이도 거론됐다. 한 비서관은 "세상을 쫓아가지 못하고 닫혀 있었다. 요즘 세대들은 먹거리가 조금만 불안해도 매우 민감한데, 정부 고위 관료들은 그런 감수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쇠고기 협상 및 정국 쇄신 방안에 대해서도 "외교부가 쇠고기 협상을 빨리 타결해야 한다고 했을 때, 청와대가 전략전술적 검토를 해야 하는데, 그게 없었다"고 자성했다. 한·미 정상회담과 얽힌 측면에 대한 정무적 판단 부족을 지적한 것이다. 이런 발언은 쇠고기 협상에 농수산식품부 외에, 외교통상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고, 한·미 정상회담과 쇠고기 협상이 연관성이 있었음도 간접적으로 짐작하게 했다.

20% 안팎으로 추락한 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에 대한 분석도 있었다. 한 비서관은 "이명박 대통령 자체 지지율이 20~25%, 박근혜 전 대표가 13%,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10% 가량의 지지를 갖고 있는데, 이를 합치면 여권·보수층 지지층이 45~50%다. 그런데 이 보수층이 총선을 통해 분열해, 결국 20% 지지만을 갖고 정치하는 상황이 됐다. 공천을 잘못했다. 그뒤로도 박 전 대표를 끌어안지 못했다. 그게 취약성의 원인"이라며, '보수의 분열'을 핵심원인으로 강조했다.

수습 방안에 대해선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개각이니, 교체니 하는 것도 한 두 명을 빼고 넣고 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총체적인 국정운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비서관의 말이 있었다.

한 참석자는 "온갖 이야기들이 다 나왔다. 대통령이 '리스닝 모드'로 바뀌었다. 열심히 들었다. 비서관들에게 '얘기 더 해보라'며 계속 의견을 구했다. 그러니까 비서관들도 괘씸죄를 무릅쓰고,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끝부분에는 수석들도 손 들고 '저도 한 마디 할게요'라며 거들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대통령은 말미에 "낮은 자세로 일 하되, 기 죽지는 말라. 심기일전 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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