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신화 영웅들

2008. 8. 23. 09:10이슈 뉴스스크랩

정부 수립 초기 이승만 대통령은 경제 개발을 화두로 삼았다.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국민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게 초대 대통령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였다.

박정희 대통령의 생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63년 취임 직후부터 강도 높은 경제 성장 드라이브를 걸었다. 1964년 11월 수출 1억 달러 목표를 달성했을 때는 ‘기념비적인 날’을 기려 ‘수출의 날(현재 무역의 날)’로 정했다. 그 유명한 “누가 우리를 못사는 민족이라 했습니까!”라는 외침은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1977년 11월 30일 수출의 날에 터져 나왔다. 당초 목표보다 4년이나 앞당겨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한 그날, 대통령도 국민도 모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렇듯 정부 수립과 함께 시작된 경제 성장 정책은 대한민국을 세계에서 가장 빨리 뻗어가는 나라로 만들었다. 변방의 최빈국이 경제 규모 세계 13위로 성장했고 바람 잘 날 없던 정치도 안정을 이루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140개 나라 가운데 산업화와 정치 안정을 모두 성취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거의 유일하다.

실제로 대한민국은 무려 40년 동안 ‘아시아 고도성장국가(HPAEs)’ 중에서도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1960년대 연평균 10.1%, 1970년대 9.3%, 1980년대 8.2%, 1990년대 7.5%의 성장을 실현한 것이다. 지금 상황을 감안하면 ‘꿈의 성장률’인 셈이다.

성장의 원동력은 적극적인 외자 도입과 수출 주도 공업화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선성장 후분배 정책에 온 나라가 매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랄 것 없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땀을 흘렸다. 조순 전 경제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은 당시를 회상하며 “잘 살아보겠다는 국민들의 일치된 열망이 성장의 최고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비로소 노력의 열매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다. 1988년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자신감을 얻은 데다 1990년대 수도권에 주택 200만 호 프로젝트가 가동되면서 성과를 체감한 것이다. ‘이만하면 살만하다’며 한숨 돌릴만했다.

하지만 방심은 곧 화를 불렀다. 1997년 12월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요청이다. 이에 대해 경제학 연구 진영에서는 “1960~80년대를 지배했던 고도성장 모델이 무너지고 대내외 환경 변화를 외면한 인과응보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3저(저금리 저달러 저유가), 반도체 특수를 경험하면서 자신감이 넘치고 위기감이 결여된 채 개혁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은 탓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냉전 종식, 세계 경제 개방 등의 대내외 변화를 읽지 못한 과오도 컸다. 결국 ‘한국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세계의 시각이 적중한 셈이다.

‘2050년 세계 2위 부국된다’

혹독한 추락을 맛본 지 10년이 지난 지금, 많은 것이 달라졌다. 금융 구조조정 등 칼날 같은 개혁을 단행해 예정보다 3년 일찍 IMF 체제를 졸업했고 태국 인도네시아 등 함께 외환위기를 경험했던 아시아 국가들 에 비해 훨씬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한때나마 주가가 2000을 돌파하는가 하면 1인당 소득 2만 달러의 고지를 넘기도 했다.

하지만 어두운 그림자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제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경제 대국 미국의 수난이 계속되면서 우리 경제도 가볍지 않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4%대 성장이 어려울지 모른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이뿐만 아니라 경제 대통령을 자처한 새 대통령 역시 자리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치 논리에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60년을 두고서도 ‘건국 60년이냐 아니냐’가 논란거리다. 반세기 넘는 세월을 돌아보고 새로운 60년을 준비해야 하는 때임에도 불구하고 통합의 에너지를 찾아 보기 어렵다.

다시 도약을 해야 한다. 경이로운 신화를 만들어 온 저력을 밑천 삼으면 못할 게 없다. 다시 한 번 ‘공격’으로 전환해 경제의 성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미래를 위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선 대규모 투자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생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미국의 재채기에 감기 걸리고 마는 체질로는 버티기 힘들다.

골드만삭스는 2005년 말 ‘2050년 한국의 1인당 소득은 세계 2위가 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2025년 1인당 소득이 5만 달러를 넘어서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가 되고 2050년엔 8만 달러를 넘어 미국에 이어 2위가 된다’는 내용이다. 미군이 버린 드럼통을 펴서 시발 자동차를 만들다 미국과 유럽에 자동차 공장을 세운 것처럼, 참혹한 전쟁 폐허 청계천을 서울 도심의 상징으로 만든 것처럼 앞으로 60년 후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새로운 신화를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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