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무죄 논란

2008. 8. 24. 09:40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여성에게 술을 먹여 성관계를 갖자"는 계획을 세운 뒤 실제 술에 취해 잠든 여성을 숙소로 데려가 관계를 시도한 남자 대학생들의 '강간(미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내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8월, 대학 선후배 사이인 24살 오 모씨와 19살 이 모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21살 A양을 불러내 함께 술을 마셨다.

오 씨와 이 씨는 술자리를 갖기 전 “여자에게 술을 먹여 성관계를 갖자”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고, 술자리에 동석한 또 다른 친구에게는 “A양에게 술을 먹여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날 새벽 1시쯤 술자리가 끝난 뒤 오 씨와 이 씨는“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A양과 함께 택시를 탔지만, 술에 취한 A양이 잠들자 이들은 A양을 오 씨의 원룸으로 데려갔다.

오 씨는 A양을 침대에 눕힌 뒤 배 위에 올라가 강제로 입을 맞췄지만 정신을 차린 A양은 오 씨의 혀를 깨물며 저항했다.

A양은 복도를 통해 도망가려고 시도했고, 오 씨 등은 A양을 붙잡아“성관계를 갖지 않으면 집에 못 간다”고 위협했다.

이어 오씨와 이씨는 "내가 입을 막겠다","바로 시작하자","강간할까","강간은 안 된다" 등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시간을 끌었다. 이런 와중에 공포를 느낀 A양은 3층 창문으로 뛰어내려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

검찰은 오 씨 등을 붙잡아 '강간(미수)치상'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형사 4부 윤재윤 재판장)은 오 씨 등에 대한 항소심에서, 강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A양에게 술을 먹이면 성관계를 할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강간’까지 할 확실한 범행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피고인들이 A양을 감금한 1시간 20분 동안 별 다른 폭행이나 협박을 하지 않았고, '강간할까' 등의 문자를 보내며 망설이는 등 실행에 착수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A양을 감금하고 강제로 입을 맞춘 혐의(강제추행과 감금치상)만 인정해, 오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이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여성단체들은 "이번 사건은 강간을 모의, 실행했지만 피해자의 저항과 도망으로 미수에 그친 사건"이라며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하기 위해 짜 맞춘 듯한 판결을 내놨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검찰의 공소사실(강간등치상)이 인정될 경우, 무조건 3년 6월 이상의 실형을 선고해야 하는데, 재판부가 ‘가해자 온정주의’를 발휘해 집행유예를 선고해 줄 수 있는 '감금'혐의만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이어 "술 취해 잠든 여성을 끌고 가 관계를 시도하고, 여성이 저항하자 감금하고 ‘성관계’를 요구했는데, 어떻게 강간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의 고 모 변호사도 "만취 여성을 강간하려다 저항에 부딪치면, 성추행만 하려고 했지 강간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라고 하면, 강간 혐의는 무죄가 되는 것이냐”고 판결에 불만을 표시했다.
simhu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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