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 퇴진

2008. 9. 2. 05:03지구촌 소식

일본 정계 사상 첫 부자(父子) 총리로 국내외 관심을 모았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72) 총리가 취임 1년을 채우지 못한 채 전격 퇴진하게 됐다.

불과 1년 사이에 전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 이어 연속으로 정권을 내팽개치듯 갑작스럽게 물러난다는 점에서 일본 정계는 물론 국민들이 큰 충격과 함께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후쿠다 총리는 당초 총리의 꿈을 접고 정계 은퇴를 조용하게 준비하고 있던 차에 아베 전 총리의 전격적인 사퇴 덕분에 작년 9월 26일 준비 없이 어부지리로 총리직에 올랐었다.

당시 아소 다로(麻生太郞) 간사장이 유력한 후임자로 거론됐으나 아소 간사장이 동반 책임론에 발목이 잡히고 대세가 한순간에 후쿠다 후보 쪽으로 기울면서 자민당 총재로 선출돼 총리로 취임했다.

후쿠다 총리는 카리스마는 부족하지만 온건하고 합리적인 성품으로 내각 출범 초에는 상당한 국민적 지지를 받았으나 이후 연금 문제와 정치자금 문제, 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참의원 문제 등으로 제대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저조한 지지율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7월 홋카이도(北海道)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러냈음에도 지지율이 오르지 않자 지난달 1일에는 아베 정권에서 대부분 물려받은 내각을 대폭 개편했다. 내년 9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실적을 쌓아 중의원 해산을 자신의 손으로 단행하겠다는 결의를 담았었다.

그러나 지지율에 별다는 변화가 없자 연립 파트너인 공명당은 물론 자민당 내부에서 조차 "후쿠다 총리로는 총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되자 후임에게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 실시의 중책을 맡기기로 하고 퇴진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쿠다 총리의 이번 사의 표명은 지난해 아베 전 총리의 사의 표명을 연상케 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가 참의원 선거 참패의 충격을 딛고 새 출발을 기한다는 명분으로 당정 개편을 단행한 지 보름여 만에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한 것이나, 당정 개편 1개월 만에 전격 사의를 표명한 것도 닮았다.

또 가을 임시국회가 개원중 여야 당수대결을 앞두고 퇴진한 아베 전 총리나, 오는 21일로 소집이 예정된 임시국회를 앞두고 총리직을 던진 후쿠다 총리나 어떤 이유를 내세우더라도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후쿠다 총리는 종합경기부양책과 급유지원 연장 등 중요한 현안이 걸린 임시국회를 앞두고 새로운 체제가 정책을 실현하고,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지금의 시기를 골라 사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정권을 내팽개쳤다는 비판이 우세한 상황이다.

후쿠다 총리는 고(故)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전 총리의 장남으로 석유회사에서 근무하다 53세에 뒤늦게 정계에 입문, 역대 관방장관으로는 가장 긴 재임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부친과 똑같은 71세에 총리에 오르는 '부자 총리'의 기록도 세웠다.

그는 총리에서 물러난 뒤 내년 중의원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전부터 준비해온 자신의 장남한테 군마(群馬)현의 지역구를 물려주고 정계에서 은퇴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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