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신정아-변양균 스캔들과 같은 해 노벨경제학 이론이 접목된 경제학 설명서가 있다. 책은 반값아파트 로 부동산을 잡아보겠다는 정부의 정책을 ‘깨진 유리창의 가설’을 통해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한다.
또한 한미 FTA협상에 대하여 ‘게임이론과 협상학’을 접목시키고, 현대자동차 노조사태를 ‘독점기업과 노조’라는 시각에서 바라보는 등 경제학 문외한이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안내서다.
이 책은 경제지 기자로 활동하며 ‘아담 스미스 살리기’ 칼럼을 통해 사회 현상에 대한 예리한 경제학적 분석을 선보였던 이근호씨가 <경제학 프레임>(웅진윙스, 2007)을 통해 어려운 경제학을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한 교양 경제서다.
책은 특히 사회적인 문제를 경제학적으로 해석하는 특별함이 재미를 더해 주고 있으며, 각 주제별로 덧붙여져 있는 “리딩트리”는 해당 주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관련 경제서적을 추천하고 있어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다음과 같은 일련의 이슈들을 경제학의 프레임으로 풀어내고 있다.
<신정아-변양균 스캔들과 대리인 문제>
신정아-변양균 스캔들을 단순히 부적절한 사랑의 적절한 결말로 치부하지 않고 경제학자의 눈으로 한 번 들여다보면 대통령과 장관은 본질적으로 게임이론에 나오는 ‘본인-대리인’의 관계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권력을 가진 자는 분명히 대통령이지만 대통령이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할 수는 없다. 따라서 대통령의 대리인(agent)으로 장관에게 권력을 이양시켜 주는 것이며, 대통령 자신을 대신하여 일을 처리하게 하는 권력 위임이 있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권력을 위임받은 장관 입장에서는 이 권력을 업무에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도 행사할 경우에 자신이 누리는 이익이 최대가 된다는 점이다. 이처럼 대통령과 장관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를 ‘대리인의 문제(agency problem)’라고 한다.
대리인 문제는 대통령과 장관과의 관계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주주와 전문경영인, 투자자와 펀드매니저 간 등 오늘날 사회 전반에서 빚어지는 갈등관계들의 핵심을 꿰뚫는 키워드가 된다.
2007년 10월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을 발전시킨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로저 마이어슨 시카고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왕과 신하, 대통령과 장관 등 정치구조상의 권력 분점 구조에서 빚어지는 본인과 대리인문제는 이집트 히타이트 왕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권력 구조의 본질적 갈등 관계라고 진단하였다.
저자는 이 스캔들이 결국 로저 마이어슨 교수가 연구한 것과 같은 본인과 대리인의 권력구조와 본질적 갈등 관계라는 점을 접목시켜 단순한 권력형 비리가 개입된 불륜으로 비춰지는 스캔들 속에도 어려운 경제이론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아프리카에 에이즈가 많은 진짜 이유와 경제적 유인문제>
사하라사막에 가까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34.1세로 세계에서 가장 짧다, 아기를 유산하거나 말라리아와 같은 병에 거려 죽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에이즈라고 특별히 더 조심해하지 않는 다는 것이 아프리카에 에이즈가 더 많은 이유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경제학적 시각에서 보면 합리적인 개인은 주어진 조건에서 자신의 미래 효용을 극대화하는 경제적 선택을 하게 되는데, 앞으로 50년을 더 살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과 기껏 살아봤자 10년 정도 더 살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의 선택은 분명하게 다르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기대수명이 긴 사람은 에이즈를 무서워하고 더 조심하겠지만, 기대수명이 짧은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질병이나 기아에 허덕이는 대부분의 아프리카 사람들에게는 다른 질병이나 가난과 비교해서 에이즈가 특별히 더 무서워하고 조심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 핵심 메시지
이 책은 경제전쟁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경제적 지식을 넓혀주는 교양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CEO들에겐 현실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안목을 심어 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40여 가지의 경제문제는 결국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상에서 매일매일 일어나고 있는 일들의 연속이다. 따라서 그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무기를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으며, 또한 세상의 본질을 꿰뚫을 수 있는 경제학적 통찰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전형구/극동정보대학 교수/독서경영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