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위기감을 부채질하는 ‘말폭탄’을 터뜨려 화제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최근 “(이번 금융위기가) 100년에 한 번 있을 최악의 위기” “더 많은 메이저 금융사들이 무너질 것”등의 비관적 전망을 잇따라 쏟아냈다. 실제로 추석을 전후하여 세계금융계는 숨가쁘고 긴박하게 돌아갔다.
세계 4대 투자은행이었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신청을 하는가하면 3대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는 BOA에 매각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보험사인 AIG마저 휘청하자 미국 정부는 긴급회의를 통해 AIG에 85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AIG까지 파산하면 전 세계 금융시장이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양대 모기지(주택담보대출)회사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이어 AIG도 사실상 정부 관리 아래에 둔 셈이다.
결국 지난 3월 JP모건에 매각된 베어스턴스증권을 포함하면, 미국의 5대 메이저 투자은행 중 3곳은 사라지고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두 투자은행만 남게 되었다. 은행권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 지방은행들이 줄줄이 파산하였고, 아직도 많은 은행들과 모기지업체등의 파산가능성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의 말처럼 지금 미국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셈이다. 투자자로서는 발을 동동 구르게 되는 상황이다. 전 세계 증시가 요동치고 있고, 부동산시장도 휘청하고 있다. 과연 투자자는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판단하며 이해하는 것이 좋을까.
투자의 성공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주식을 싸게 사는 것이다. 현재만 놓고 본다면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증시는 큰 폭의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가격만을 본다면 염가쇼핑에 가까운 수준이다.
실제로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지난해부터 세계적인 신용위기로 우량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자 적극적인 인수자로 변신해 기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지금까지 버핏이 인수한 기업만 10개에 이른다.
사람에 따라서 이번 금융위기는 100년만에 한 번 있을만한 최악의 위기인 동시에 100년만에 한 번 있을만한 최고의 기회인 셈이다. 모두가 두려움에 떨고 공포에 휩싸여 있는 지금, 좋은 기업이 나타나고 있으며 가격은 싸게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어려운 시기들은 2년 정도 지나면 대부분 터널의 끝을 통과했다. 과거의 대형위기였던 IMF때나 911테러, 롱텀캐피탈 사건, 이라크 전쟁 등이 그랬다. 이번 금융위기는 다를까? 그렇지 않다. 물론, 부실 자산으로 만든 파생상품 부실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리먼과 메릴린치라는 대형 금융기관까지 사라질 정도면 웬만한 부실은 공개된 셈이다. 또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대 모기지업체인 프레디맥과 페니메이에 긴급 수혈하고, AIG에 8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제공한 점을 본다면 일련의 사태가 정점을 지나고 있는 듯 하다.
미국의 금융불안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미국발 월가쇼크는 유럽과 아시아로 번져가고 있는 형국이다. 전 세계의 경기침체 징후가 뚜렷해지고 부동산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세상의 변화를 두려워말고 냉정한 눈으로 시장을 바라보자. 지금은 기업가치에 비해 크게 값이 떨어져 주식을 사기에 매우 좋은 시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