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쪼개기 빌라 위기

2008. 12. 10. 00:19부동산 정보 자료실

‘지분쪼개기용’ 빌라..쪽박 위기

[파이낸셜뉴스] 2008년 12월 09일(화) 오후 04:40

 



서울 용산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박모씨(50)는 요즘 악몽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서울시의 서남부권 개발 추진 소식으로 향후 뉴타운으로 지정될 것을 염두에 두고 영등포구 당산동의 재개발 지분 316.8㎡를 3.3㎡당 2000만원에 사 지난 6월부터 지분 39.6㎡ 규모의 빌라 8채를 짓어 분양 중이지만 아직 한 채도 팔지 못하고 있어서다. 박씨는 서울시가 지난 7월 말부터 최소면적 40㎡ 지분으로는 재개발돼도 입주권을 주지 않고 현금으로 청산토록 하자는 규제가 시행되기 전 서둘러 공사부터 진행했다. 건축비는 3.3㎡당 270만원 정도. 용적률이 210%로 건축비는 5억4432만원이 들었다. 이렇게 박씨가 빌라를 짓는 데 쓴 원가는 각종 대출 이자비용을 제외하고 3.3㎡당 3080만원 정도. 박씨는 당초 시세를 고려해 이 빌라를 3.3㎡당 3500만원에 팔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각종 세금과 추가비용을 빼더라도 최소 10억원 이상은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전세 역시 1억5000만원 수준으로 높았기 때문에 매매가 안 된다면 전세로라도 급한 돈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분양이 되지 않아 공사비 납부를 계속 미루고 있어 이달 초 예정이었던 준공일이 계속 늦춰지고 있다. 월 2000만원 수준의 사채 이자부담은 특히 심각하다.


박씨는 “한두 채라도 팔아서 이자와 공사비를 냈으면 좋겠는데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손실을 보더라도 3.3㎡당 3200만원 밑으로 다시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북지역 등 재개발 예정지에서 ‘지분쪼개기용’ 다세대주택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 아파트 입주권을 노리고 기존 단독주택을 허물어 작은 지분의 다세대주택을 여러 채 지었지만 최근 집값 하락세로 팔리지 않자 ‘지분쪼개기용 빌라 급매물’도 쌓이고 있다.


지분쪼개기는 올해 상반기까지 서울 강북지역이나 영등포구 당산동, 광진구 자양동, 용산구 한강로동·원효로 등에서 성행했다. 재개발 시장에서는 지분이 클수록 매매가가 떨어진다. 따라서 큰 지분을 저렴하게 매입해 다세대주택을 여러 채 지어 팔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재개발 예정지에서 신축 빌라를 짓는 광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지난 7월 말부터 재개발 추진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지분쪼개기를 규제하기 시작한 후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시는 지분을 쪼갠 다세대주택도 건물 전체에 대해 입주권 1개만 인정하고 다세대주택 면적이 최소면적 기준일 경우 현금청산을 의무화하는 등 사실상 지분쪼개기를 원천봉쇄했다.


올해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서울 전역으로 집값 하락이 확산된 것도 신축빌라들의 인기가 뚝 떨어진 원인이 됐다. 최근 서울 재건축 예정지 곳곳에서 ‘신축빌라 급매’라는 광고문구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 지분쪼개기용 빌라들이 급매로 나온 것이란 게 해당지역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예스하우스 전영진 사장은 “올해 중순 신축한 지분쪼개기용 빌라 건축주들 대부분이 최근 부도 위기에 몰려 있다”면서 “공사 대금을 갚지 못해 높은 사채이자를 물어가며 자금을 융통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전 사장은 “지분쪼개기를 통해 지은 빌라가 최근 급매로 많이 나온다고 해도 부도 위기를 맞은 건축주로 인해 준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떼일 위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