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세븐 이전으로 회귀

2008. 12. 20. 09:41부동산 정보 자료실

더 이상 `버블세븐`이라 부르지 마라…버블 이전으로 회귀

매일경제 12/19 12:55
서울 강남과 송파, 서초, 양천구와 경기도 분당과 평촌, 용인 등 부동산 투기 지역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버블세븐 지역의 집값이 ''버블'' 이전의 수준으로 회귀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로 촉발된 전세계적인 부동산 침체가 ''한국판 자산디플레이션'' 현상을 불러 온 것이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버블지역 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은 지난 2006년 5월 참여정부의 버블세븐 지역 발표 당시 수준으로 돌아갔다. 강남, 서초, 송파, 양천구 목동의 3.3㎡당 아파트 값은 2571만원으로 버블 지정 시기의 2583만원 보다 오히려 12만원 떨어졌다. 최고점을 찍었던 2007년 1월(2936만원)에 비해서는 무려 365만원 하락한 금액이다.

특히 올 하반기 수천가구가 입주하기 시작된 송파구 잠실과 본격적인 판교 입주을 앞둔 분당은 ''자산 디플레이션 쓰나미''가 연상될 만큼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송파구는 2006년 5월 3.3㎡당 2242만원에서 현재 2124만원으로 118만원(-5.26%)이나 떨어졌고 분당은 1695만원에서 1661만원으로 버블 지정 당시 보다 34만원(-2.01%)이 하락했다. 2006년 가격 오름폭이 컸던 양천구 목동도 2189만원에서 2087만원으로 102만원(-4.66%)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강남구와 서초구, 평촌, 용인 등 다른 지역은 평균 매매가격이 지정 당시 보다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경색이 더욱 심해지기 시작했던 지난 10월 이후 하락세를 보면 지정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은 시간 문제다.

한국판 자산 디플레이션이 본격화하면서 버블세븐 지역의 부동산시장은 일대 혼란을 겪고 있다.

집값이 한창 오를 때는 2006년 거액을 대출받아 강남권으로 ''갈아타기''를 했던 수요자는 대출금을 내지 못해 아파트를 급매물로 내놓고 ''입주폭탄''으로 전세값마저 곤두박칠치면서 집주인과 세입자간 분쟁이 늘고 있다.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 아파트 105㎡는 2006년말 10억원에서 5억~6억원대 급매물이 나오고 있고 신천동 엘스(잠실1단지)는 112㎡도 최고점에서 13억원을 호가하던 것이 8억원까지 떨어졌다. 비율로 따지면 40%가 하락한 것이다. 분당 서현동 시범삼성한신 106㎡도 8억원대에서 5억원대로 주저 앉았고 용인 죽전 현대홈타운 4차 4단지 109㎡은 6억원대에서 4억원대로 곤두박칠쳤다. 이런 폭락세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버블세븐 지역에 있는 모든 아파트의 공통된 현상이다.

일부 단지는 IMF 외환위기 때 보다 하락 폭이 더 크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사장은 "IMF 직후 강남권 아파트 값 하락률이 20~30%대였던 점을 감안할 때 지금의 디플레이션 정도가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다"며 "실물경기 침체에 추가 하락 전망에 따른 심리적인 요인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인근 A중개업소 관계자는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을 때 중형이 11억3000만원에 달했고 이 아파트를 사기 위해 5억~7억원 대출을 받는 사람도 있었다"며 "현재 급매물 가격이 7억원대 중반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이 아파트가 팔려도 대출금을 해결하지 못하는 사례까지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아파트를 산 사람은 3년 만에 자산 디플레이션으로 3억~4억원을 고스란히 날린 셈이 된다.

전세 분쟁 문제도 심각하다.

잠실 인근에 있는 중개업소에 따르면 겨울 방학을 앞둔 성수기가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전세매물이 쌓이면서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집주인들은 전세 보증금을 내려 달라고 하거나 계약 중단과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는 세입자들에게 시달리고 있다. 집을 살 때 대출을 많이 받아 몫돈을 더 조달할 길이 막힌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떨어진 전세금 차액에 대한 이자로 월세를 주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버블세븐 지역의 버블이 꺼진 것은 입주물량이 몰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난과 금융불안으로 수요자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대표도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 강남 등 버블세븐 지역 아파트 값은 더욱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버블붕괴가 사회문제로 확산되자 정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제16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지금 걱정해야 하는 것은 투기보다 자산 디플레이션"이라며 "자산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고 영세 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어려워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강남, 서초, 송파 등 서울 강남 3구 지역의 주택투기지역 해제와 분양가 상한제 폐지,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시 양도세 한시 면제 등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 수용 여부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