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5년내 기축통화 가능성

2008. 12. 30. 00:22지구촌 소식

‘세계경제 우산’ 꿈꾸는 유로화… “5년내 기축통화”

 

ㆍ내달 1일 탄생 10년

유로화가 내달 1일로 탄생 10주년을 맞는다. 10년 만에 신뢰받는 세계 통화로 자리잡은 유로화는 5년 안에 달러를 제치고 세계 1위 기축통화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여론분석기관 해리스폴과 함께 조사한 결과 유럽과 미국 응답자의 대다수가 유로의 부상을 내다봤다고 29일 보도했다. 스페인은 응답자의 70%가량이 오는 2014년에는 유로가 달러를 누를 것이라고 봤고, 독일과 이탈리아도 각각 58%, 62%가 같은 반응을 보였다. 미국인의 48%도 이같이 전망했다. 유럽 경제 통합의 상징인 유로화의 활약은 미국발 금융위기를 맞은 요즘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10년간 성공가도를 달려온 유로화가 앞으로 진정한 기축통화가 되려면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사용인구·총 발행가치 등 달러화 앞서
초국가적 금융감독 기구 마련이 숙제



# 미미한 시작=1957년 유럽연합(EU) 발족 때부터 회원국들의 최우선 과제는 ‘단일시장’ 구축이었다. 여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단일 통화의 실현이었다. 즉 제각각인 통화 정책의 단일화가 첫 관문이었다. 1992년 체결된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경제·통화동맹(EMU)의 기초를 마련했고 이를 바탕으로 유로화는 1999년 1월1일 출범했다.

유로화는 처음에는 금융 거래를 위한 ‘가상 화폐’로 시작했다. 실제 상점에서 지폐와 동전을 쓰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4년 뒤인 2002년 1월1일부터다.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핀란드, 아일랜드,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 11개국으로 시작된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모임)은 이후 2001년 그리스, 2007년 슬로베니아가 편입되고 올 1월 키프로스와 몰타가 합류해 현재 15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유로존의 인구 규모는 3억2000만명으로 달러 인구의 3억명을 웃돌고 있다.

탄생했을 때만 해도 유로화가 국제적인 통화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었다. 유럽 각국이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회원국들이 유럽중앙은행(ECB)의 통제 아래 조화롭게 통화·재정 정책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본 것이다. 출범 후 4년 동안 유로화는 최초 거래됐던 1유로당 1.175달러보다 가치가 낮게 매겨지기도 했다.

#눈부신 10년의 성공=출범 5년 만인 2003년, 유로화는 달러 대비 최초 거래 가치를 회복한 이후 줄곧 강세를 기록하고 있다. 2005년에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보다 많이 사용되는 화폐로 등극했고, 2006년에는 유로화 총 발행 가치가 달러화 가치를 넘어섰다. 출범 초기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액 중 18%를 차지했던 유로화는 이제 28%까지 올라섰다.

유로화에 대한 신뢰가 상승하면서 미국의 유명 랩가수 제이지는 지난해 자신의 뮤직비디오에 달러 대신 유로화 다발을 등장시켰고, 세계적인 톱 모델 지젤 번천은 출연료를 유로화로 지불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국경없는 유로화의 통용이 물가 상승을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였다. 지난 10년 동안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안정성장협약’이 기준으로 하는 연 2%를 살짝 웃돌았을 뿐이다. 자국 통화 체제에서 훨씬 높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던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은 오히려 덕을 봤다. 노베르트 발테르 도이체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새내기 화폐치고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유로화에 대한 평가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더 후해지고 있다. 외화 유동성 위기에 처했을 뻔한 여러 국가가 유로 덕에 심각한 타격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은 “유로화는 역내 16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유례없는 저물가·저금리 시대를 열었다”며 “최근 위기에서는 환율 변동에 취약한 산업계에 ‘피난처’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덴마크, 헝가리 등 더 많은 국가들이 유로화의 우산 아래 보호받기를 원하고 있다. 슬로바키아는 내달 1일 유로존의 16번째 국가가 될 예정이다. 폴란드는 2012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헝가리는 내년부터 가입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엘가 바트시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유럽 국가들이 유로에 가입하기를 원한다”며 “이는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험난한 앞길=하지만 유로화가 달러화를 대체하는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금융위기 속에 불안한 투자자들은 아직도 안전 자산으로 유로 대신 달러를 꼽고 있다. 이로 인해 유로화 가치는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지난 9월 이후 뚝 떨어지고 있다.

유로존의 경제 성장률은 2분기 연속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불확실성 역시 높은 상황이다. 때문에 위기 타개를 위해 각국 정책을 조율하는 ECB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유로존이 그간 물가 안정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한 단계 나아간 경제 통합과 금융 시스템 안정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유로존 내 최대 경제 부국인 독일은 다른 회원국들을 먹여 살리느라 피해만 입고 있다며 유로존 차원의 공동 대응을 꺼리면서 불협화음을 만들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과의 협력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유럽정책연구센터(CEPS)의 캐럴 란누 대표는 “유로권은 이제 금융시스템 안정과 새로운 재정 규율을 고민해야 한다”며 “지금 유로권은 최종 금융감독을 담당할 초국가적 기구가 없는 상태에서 각국이 너무 많은 재량권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첫 10년을 성공적으로 넘긴 유로존에 있어 이번 금융위기 극복은 또 다른 10년을 준비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UBS의 메이릭 챔프먼 채권투자 전략가는 “이제부터가 가장 중대한 도전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박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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