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에게 지난 2008년은 그야말로 최악의 해였다.
주식, 펀드, 부동산 등 어느 것 하나 자산증식에 도움이 된 종목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원금을 지켜냈다면 ‘재테크의 달인’으로 불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어야 할 판이었다.
그런데 재테크 환경은 올해에도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물론 지난해가 최악이었으니 올해가 지난해보다 나을 것이라는 희망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또 잃은 게 많았으니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것도 희망이라면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투자자들은 소중한 자산을 지키고 불리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섯명의 재테크 전문가들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아봤다.
■올해 재테크 주변환경 ‘흐림’
올해 재테크 주변의 가장 큰 화두는 뭐니뭐니해도 ‘글로벌 경기침체’와 뒤에 따를 ‘추가 침체 또는 반등 여부’가 될 전망이다.
국민은행 금융상담센터 공성율 재테크 팀장은 “금융위기 이후 각 국가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으로 위기의 정점은 지난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위기 여파와 실물 경기침체는 올해에도 전 세계를 괴롭힐 것”이라며 “국내 경제 역시 금리, 환율, 주가의 변동성 확대, 세계경제 악화 등의 영향으로 내수 침체, 수출 둔화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부에선 여전히 디플레이션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견해다.
대우증권 이효근 경제금융팀장은 “글로벌 수요 둔화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압력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동안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과 통화 완화 정책을 편 탓에 풍부한 유동성이 일부 자산에 집중될 수 있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테크를 하려는 투자자들은 어느 때보다도 국내외 경제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국투자증권 펀드분석팀 박승훈 부장은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디플레이션 진행 여부 △미 달러화 약세 정도 △중국 경제 경착륙 여부 △이머징 국가의 유동성 악화 확산 여부 등이, 대내적으로는 △국내총생산 마이너스 성장 정도 △부동산 추가 하락 여부 △신용 스프레드 축소 여부 △주식형펀드 환매 확대 여부 등이 올해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이와 같은 경제 상황은 재테크 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례로 한국은행이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통화 완화 정책을 펼 가능성이 커 상당 기간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저금리는 대출자들에겐 부담 완화 효과가 있지만 거꾸로 이자 수입자들에겐 달갑지 않은 환경이다. 좀 더 고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위험자산의 매력도가 증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디플레이션은 자산가치의 하락을 가져올 수 있고 경기침체와 고용 불안은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감소시켜 결국 투자시장의 수요를 위축시키기도 한다. 특히 부동산 가치 추가 하락은 부동산 자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국내 가계들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현금성 자산 비중 높여 기회 엿봐야
그렇다면 올 한 해 투자자들은 재테크 전략과 자산배분(금융자산 100% 기준)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까.
삼성증권 펀드리서치파트 이재경 파트장은 국내 채권과 현금(예금)·대안투자에 각각 30%와 20%씩을 투자해 안정성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이재경 파트장은 “자산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채권과 현금 비중을 금융자산의 절반 수준으로 유지하는 보수적 관점이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그외 나머지 50% 자산은 국내주식형펀드(25%), 해외선진국주식형펀드(15%), 해외신흥국주식형펀드(10%)에 각각 투자할 것을 권했다.
주식형펀드 역시 신흥국 비중을 줄이고 국내와 해외선진국에 집중함으로써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굿모닝신한증권 WM부 이창환 과장도 “또 다른 악재가 나와 증시의 추가적인 하락도 배제할 수 없어 채권 및 채권형펀드 30%, 저축성 예금 20% 등 금융자산의 절반을 이들 상품에 투자하는 중립적인 포지션이 유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나머지 50%는 주식 및 주식형펀드에 투자, 저평가에 따른 이익 실현 기회를 잡는 것도 좋을 것이란 설명이다.
보다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주식투자 비중을 좀 더 줄이는 전략도 가능하다.
국민은행 공성율 팀장은 “올해 금융자산의 기본 운용전략은 현금자산을 충분히 확보해 놓은 상황에서 점차적으로 현금자산을 투자자산으로 옮기는 것이 좋다”며 “머니마켓펀드(MMF)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등에 20%, 금융권의 특판예금에 30% 등 50%를 현금성자산으로, 그리고 투자자산의 20%는 각각 절반씩 은행 후순위채권과 장기 회사채펀드 등 저위험 상품에 투자해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나머지 30%는 국내 및 해외 주식형펀드에 투자해 자산증식 수단으로 활용하라는 조언이다.
/bada@fnnews.com 김승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