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얼마 안 되는 재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얼마나 무겁게 느껴졌는지 몰라요. 이제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주고 나니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습니다."지난 5일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자신의 집 문서와 귀금속 등 '전 재산'을 기부한 임자남(60.여.울산 중구 서동)씨는 "60년을 살면서 국가와 사회에 진 빚을 이제야 갚는 것일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임씨는 18세 때까지 자신이 이름도 호적도 없는 무적자(無籍者)였다고 했다. 서울 청계천 인근에서 태어났다지만 그마저 기억도 확실치 않다.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다 정부의 도움으로 지금의 이름과 서울 중구의 호적을 얻었다.
남의 집 지붕 아래서 자며 과일껍질을 주워먹고 살던 그에게는 평생 고마움으로 남아 있는 일이라고 한다.
이후 그는 파출부, 음식점 주인 등을 전전하며 꽤 많은 돈을 모았다. "평생 돈 욕심을 딱히 갖고 살지는 않았는데 희한하게 벌이가 잘 됐다"는 임씨는 "빌려준 돈을 굳이 받으려 애쓰지도 않아 떼인 돈이 벌어들인 액수 만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그가 공동모금회에 내놓은 재산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중구 서동의 빌라와 반지, 목걸이 등 귀금속, 3천만원짜리 차용증 등 9점이다. 돈으로 환산하면 1억원은 족히 될 것으로 추산되는 자산이다.
나이가 들어 폐지수집으로 소일하고 있다는 임씨는 "50대까지도 잘 느끼지 못했는데 60줄에 접어들어 인생을 돌아보니 '이제 돌려줄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사는 노인이 죽은 뒤 집 처분할 걱정도 이젠 덜었으니 얼마나 홀가분하냐"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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