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등록금

2009. 1. 31. 05:36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한겨레] 학자금 대출, 주택담보보다 2%p 높은 고금리


예산배분 때 등록금 인상률 반영도 효과없어

서울지역의 한 사립대 3학년인 이윤아(22)씨는 요즘 새학기 등록금 걱정에 마음이 편치 않다. 지난 설 연휴에 오랜만에 고향을 찾았지만, 설날 아침 가족들이 둘러앉아 덕담을 나누는 대신 등록금 걱정에 한숨을 쉬었다고 했다. 이씨는 "다음 학기 등록금이 360만원 남짓인데, 동생 등록금까지 합하면 700만원 넘는 돈을 내야 한다"며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올들어 대학생 등록금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지만 대부분 미봉책에 그쳐 올해도 대학생들의 등록금 고통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18일 올해 1학기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 금리를 지난해보다 0.5%포인트 내린 7.3%로 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자금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5년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4%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7.3%는 지나친 고금리라는 지적이 많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현재 주택담보 대출 이자도 연 5% 정도로 학자금 대출 이자보다 무려 2%포인트 이상 낮다"며 "정부는 가산금리 핑계를 대지만 가산금리는 금융기관의 손해를 막기 위한 것으로, 정부가 장학사업이 아닌 고리대금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자금 대출의 가산금리는 2008년 2학기 0.83%에서 올해에는 2.05%로 크게 올랐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학자금 대출은 담보 없는 신용대출로 시중 금리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소득분위별로 금리를 차등 적용하는 등 부담을 덜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학자금 대출을 받으려면 '신용 유의' 정보가 없어야 하며 직전 학기에 12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붙인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진선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금융기관에 연체한 기록이 한 건이라도 있으면 대출을 받을 수 없어 이미 신용불량 상태인 학생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학생들이 수업을 적게 들으며 졸업을 늦추는 추세를 감안할 때 이수 학점 제한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교과부가 올해부터 근로장학금 지원 예산을 배분할 때 각 대학의 등록금 인상률을 반영하기로 한 것을 두고도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교과부는 지난 19일 근로장학금 지원 평가 항목에 재학생수와 내부 장학금 수혜율 외에 등록금 인상률을 추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대학들이 근로장학금을 받기 위해 과도한 인상을 자제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진선 간사는 "몇 억~몇 십억원의 돈을 받겠다고 등록금 인상률을 낮출 대학은 없을 것"이라며 "학생 입장에서는 되레 등록금도 오르고 근로장학금 혜택도 받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