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밤 44층 전체가 화염에 쌓인 중국 관영 중앙(CC)TV 신축사옥 부속건물 14층. 현장에 출동한 소방 중대장 장젠융(29)의 다급한 목소리가 건물 아래 지휘용 차량 무전기를 통해 들려왔다. 이후 장 대장의 목소리는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소방대원들이 뒤늦게 현장에 도착했을 때 장 대장은 의식을 잃은 채 땅에 엎드려 있었다. 공기호흡기가 없어 입과 코는 유독가스에 노출돼 있었다. 대신 그가 착용하고 있어야 할 호흡기는 옆에 쓰러져 있는 민간인 부상자에게 씌여져 있었다.
앞서 장 중대장은 동료 4명과 함께 건물로 진입해 14층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불길이 치솟고 유독가스가 퍼지는 상황에서 사무실에 갇힌 사람이 있었다. 현장 주변의 불을 끄기 위해 소화전을 사용해 진압에 나섰지만 곧 물이 떨어졌다. 장 중대장은 “반드시 갇힌 사람을 데리고 나가야 한다”면서 “너희들은 빨리 밑으로 내려가서 물 호스를 14층까지 연결하라”고 지시했다.
동료 리쥔항은 “호흡기는 소방대원에게 생명인데, 장 중대장이 유독가스가 가득찬 현장에서 부상자에게 자신의 호흡기를 대신 씌워주고 유독가스에 질식돼 숨진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결국 갇힌 사람은 장 중대장이 건네준 호흡기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는 중대장으로 부임시 “곤란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중책을 맡는다”고 다짐했으며 실제로 항상 모범을 보였다고 동료대원들은 입을 모았다. 결혼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그는 최근 아이를 갖기 위해 담배도 끊으며 달콤한 신혼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간호사로 일하는 부인 가오옌은 “남편은 개인적 득실을 따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나한테는 물론 양가 부모에게도 정말 잘했다”면서 통곡했다.
소방대는 장 대장의 희생을 기려 ‘열사’ 칭호를 정부 당국에 신청했다고 베이징 일간지 신경보가 11일 보도했다. 베이징=국민일보 쿠키뉴스 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