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이랑기자] "밀턴 프리드먼은 물러나고 제임스 토빈의 시대가 왔다"
27일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30년 동안 자유시장주의의 철학 그 자체로 추앙받던 밀턴 프리드먼이 미국 정부가 신케인즈학파의 거장인 제임스 토빈에 기울면서 명성이 무색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787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에 서명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학창 시절부터 토빈을 추종하던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대 경영 대학원 경제학과 교수를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임명, 경제 자문을 받고 있다.
◇ 폴 크루그먼 "토빈이 現 경제상황에 대한 해법"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프리드먼과 다르게 토빈은 현재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해법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977~1979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문을 게재했던 토빈과 마찬가지로 이 신문에 글을 싣고 있다.
그는 "완고한 주장은 현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고 사료된다"며 "토빈은 프리드먼과 같은 `권위자(guru)`가 아닐 뿐더러, 자신의 이론을 방어하기 위해 사무라이처럼 날뛴 적도 없다"며 현재 주목받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지난달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이 경제상황과 관련한 긴급 조치를 실행에 옮기기로 하고, 모기지를 비롯한 각종 자산들을 중앙은행이 떠안겠다고 한 것은 `순수한 토빈적(的) 생각`이라고 크루그먼은 지적했다.
앞서 버냉키는 최근처럼 금리가 제로(0)까지 내리면서 Fed의 경기 부양과 관련한 논의가 불붙었던 지난 2004년, 통화정책과 관련한 토빈의 에세이를 언급한 바 있다.
◇ 토빈, 완전 고용 달성위한 정부 역할 강조
케인즈와 마찬가지로 토빈은 완전 고용을 달성하는 데 있어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1930년 대공황 때 10대를 보낸 토빈은 그의 평생동안 실업에 대한 강한 혐오를 품게된다. 토빈과 친분이 있는 조셉 스티글리츠 콜럼비아 대학교 교수는 "젊은 시절 최적의 실업률이 존재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쓴 적이 있다"며 "그러나 이 아이디어에 대해 토빈은 노발대발했다. 그는 최적의 실업률은 `제로(0)`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제임스 갤브레이스 텍사스 대학교 교수는 "현 경제 상황과 금융 위기를 반추했을 때 토빈의 철학이 유효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실업과 경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위치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토빈의 친구였던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의 아들이며, 토빈의 학생이기도 했다.
프리드먼의 추종자들이 감세, 탈규제, 통화정책 완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토빈의 추종자들은 경기부양 등 정부의 개입에 대해 열린 자세를 취한다.
토빈은 경제활동에서 금융 시장의 중요성을 설파한 주창자로 분류된다. 그는 금융 시장이 리스크를 분산하고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여겼다. 다만 시장이 언제나 옳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며, 민간부문의 보상이 공공선과 일치한다고 보지는 않았다. ◇토빈은 누구?
|
▲ 제임스 토빈 | | 토빈은 경제성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경기후퇴를 피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의 학문적 업적은 투자, 통화, 재정정책,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있다. 특히 외환거래시 부과되는 `토빈세`를 주장한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투기자본(핫머니)의 유출입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인 이 세금은,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 이동에 대해 외환거래 관련 세금을 물림으로써 일시적인 핫머니의 이동을 억제할 수 있다. 또 주가에 거품이 끼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토빈의 Q'를 고안해내기도 했다. 그는 1981년에는 `가계와 기업의 투자결정과 금융시장의 상관 관계`에 대한 분석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에 타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