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과외 `봉`

2009. 3. 10. 09:22이슈 뉴스스크랩

ㆍ과외 알선업체 ‘봉’ 노릇

서울의 사립대학에 재학 중인 최모씨(26)는 지난달 과외 알선업체 광고를 보고 사무실을 방문했다. 군대 간 사이에 등록금이 턱없이 올라 부모님에게만 기댈 수 없었다. 업체 측이 첫 과외비의 50%를 수수료로 요구했지만 최씨는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 업체 직원은 또 연회비를 내면 과외배정을 빨리 받을 수 있다며 3만원을 요구했다. 최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연회비를 내고 가입했다. 그러나 한 달이 넘도록 업체로부터 아무 연락도 받지 못하고 있다.

대학 신학기를 맞아 과외 알선업체의 횡포가 심해지고 있다. 알선업체들이 경제위기 이후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과외 전선’에 뛰어든 대학생들의 절박한 사정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YMCA 시민중계실은 지난 1~2월 사이에 상담실을 통해 접수된 과외 알선업체의 횡포 사례를 9일 공개했다.

박모씨(24·여)는 알선업체에 첫 과외비의 70%를 수수료로 내는 조건으로 과외를 소개받았다. 과외를 시작한 지 두 달 후 학부모는 과외를 그만두겠다고 박씨에게 통보했다. 그런데 이후 한 달쯤 지난 뒤 학생으로부터 다시 과외를 받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그 학생은 “과외를 중단할 당시 알선업체가 ‘더 유능한 선생님을 소개해줄 테니 과외를 끊으라’고 부모님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과외 알선업체는 70%라는 고율의 수수료만을 챙긴 후 더 좋은 과외교사를 소개해준다는 명목으로 교체를 일삼으며 지속적으로 수수료를 챙기고 있었던 것이다.

이외에도 알선업체가 과외비를 미리 학부모로부터 챙긴 후 대학생에게 과외비를 지급하지 않거나 80% 이상의 높은 알선 수수료를 요구하는 업체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외 알선업체는 현행법의 사각지대에 있어 처벌이나 규제가 쉽지 않다. 알선 수수료는 업체와 대학생 간의 민사상 계약의 문제로 남아 있어 법률적 규제가 없는 상황이다. YMCA 김혜리 간사는 “과외 알선업체가 중개업체가 아니라 학습지업체 명의로 등록된 경우가 많아 중개 수수료에 대한 법률적인 규제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과외에 나선 대학생들은 근로기준법 적용도 받지 못한다. 노동부 근로기준과 관계자는 “과외 알선업체는 중개만 시켜주기 때문에 중개업체와 대학생 사이에 근로관계가 성립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간사는 “대학생들은 알선 수수료와 과외비를 누가 지급하게 되는지 등을 계약서 작성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강병한·이청솔기자 silverm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