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마법효과

2009. 3. 28. 17:34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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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보면 절로 나오는 웃음 왜?
명품 가방과 같은 '상품 구매'보다 영화관람이나 여행처럼 '경험 구매'가 우리를 더 많이 더 오래 행복하게 한다.

 

돈은 왜 우리의 마음을 뒤흔들까. 돈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주변을 보면 돈에 웃고 울는 사람들이 많다. 경제학자에게 돈은 교환 수단에 불과하지만 일반인에겐 마법과 같은 위력을 발휘한다. 돈의 과학을 알아본다.


·'반토막' 펀드, '애물단지' 부동산! 그때 왜 투자?


A씨는 요즘 '투자'란 말만 들으면 가슴이 울렁거리고 정신이 아찔하다. 지난 2007년 러시아 펀드와 부동산에 거의 전 재산을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 '그때 왜 그렇게 무모하게 투자했을까?' 국내 상당수의 투자자는 물론 심지어 최첨단 금융공학으로 무장한 미국 월가의 전문가들까지 무모한 '투자 광풍'에 휘둘렸다.


단순한 교환수단 넘어 마법같은 위력
돈 만지면 정신적·육체적 고통 감소
식탐이 병 부르듯 지나친 욕심 삼가야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팀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지금 당장 상품권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몇주 후 더 많은 현금을 받을 것인지 선택하는 단순한 실험을 실시한 후 뇌의 변화를 살펴봤다. 실험 결과 순간적인 보상을 원한 사람은 충동적인 행동과 약물중독과 관련된 대뇌 변연계가 크게 활성화됐다. 반면 보상을 미룬 사람은 이성적 계획과 관련된 전두엽이 활성화됐다. 눈앞의 이익에 사로잡히면 '충동적인' 결정을 내릴 잘못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 에모리대 연구팀도 하나의 연구를 내놓았다. 연구팀은 "저명한 경제전문가가 조언했을 경우 투자가 대부분 수익과 손실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멈추고 전문가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추종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며 "이는 현재 금융위기의 전체는 아니더라도 상당 부분을 설명한다"고 덧붙였다. 투자에서 최종 결정은 자신의 몫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돈,어떤 영향을 줄까?


미국 미네소타대의 연구팀은 다수의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돈과 관련되지 않은 단어, 예를 들면 '책상' '감기'와 같은 단어로 문장을 만들도록 했다. 이후 '봉급' '가격'과 같은 돈과 관련된 단어로 문장을 만들도록 해 비교한 결과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연구팀은 "돈과 관련된 단어로 문장을 만드는 학생들이 더 열심히 했다"며 "또 이들은 다른 친구의 도움 요청에 매우 인색했다"고 밝혔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중국 쑨이셴대 연구팀이 심리과학저널 최근호에 발표한 내용은 다소 충격적이다. 돈을 만지고 있으면 뜨거운 물에 손을 담그는 것과 같은 육체적 고통과 사회적 고립과 같은 정신적 고통도 줄여준다는 것이다. 정말 무시무시한 돈의 위력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돈에 약한 이유는 뭘까. 영국 엑서터대와 런던대 연구팀은 "돈은 맛있는 음식이나 섹스, 마약처럼 뇌의 보상회로를 활성화시킨다"고 설명했다. 돈이 생화학적, 물리적으로 우리 뇌에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소설이나 영화처럼 우리의 마음과 감정에 영향을 준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HEC 비즈니스스쿨 연구팀도 뇌에서 돈에 대한 정보를 처리할 때 마치 맛있는 음식 정보를 접할 때와 같은 방식으로 처리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이를 뒷받침했다. 우리가 "돈! 돈!"이라며 돈에 집착하면 할수록 '돈의 위력'에 굴복할 위험이 높다는 연구들이다.


·황금을 돌 같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주립대의 연구팀은 소비 형태에 대한 행복도를 살펴본 결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명품 옷이나 가방과 같은 물질적인 상품의 구매보다 영화관람이나 여행과 같은 '경험적 구매'가 사람들을 더 많이 더 오래 행복하게 한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정당한 부의 추구는 행복의 기본 조건임에 분명하다. 일리노이대와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이 부의 심리적 효과에 대한 수많은 연구들을 살펴본 결과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행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재정적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적절한 음식 섭취는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과식 및 식탐은 당뇨병을 초래한다. 돈도 마찬가지다. 지나친 욕심은 자신의 판단을 흐리고 하게 심지어 돈에 굴복할 위험이 높다는 연구를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임원철 기자 wcl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