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에선 ‘동행’이라는 말이 자그마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여권에선 이 이름을 단 한 연구실의 개소가 향후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새로운 변수가 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고, 야권에선 분열 우려에 대한 상대적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투자자들도 이제 동행이란 말의 의미를 새겨봐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남들이 이끄는 대로 함께 갈 것인지 아니면 거꾸로 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가가 오르면서 시장에는 낙관론이 만연하고 있다. 주가가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는 비관론으로 일관하던 증시 전문가들이 이제는 낙관론을 쏟아내고 있다.
그 때문인지 주가가 폭락했을 때 증시를 떠났던 투자자들이 하나 둘 돈 보따리를 싸들고 증시로 돌아오는 모양이다. 증시주변자금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고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이처럼 시장 분위기가 밝아진 것은 국내 금융시장의 경색이 조금씩 풀리고 있는데다 해외 여건도 점차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자금시장을 보면 민간 기업들이 돈을 빌리는 게 조금은 쉬워지고 있다는 게 지표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지난 연말 4.31% 포인트까지 벌어졌던 국고채와 AA-급 회사채 사이의 금리격차는 최근 들어 2%대 초반까지 줄어들었다.
게다가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팔아 30억 달러를 조달하면서 그 동안 어렴풋한 불안요소로 작용했던 외환부문의 우려를 해소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밖으로 눈을 돌려 볼 때 지난 3월 초만 해도 50을 넘었던 미국 CBOE의 변동성지수가 지난주에 40선 밑으로 떨어져 투자자들의 심리가 어느 정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수가 낮아질수록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높아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입증하듯이 미국 S&P500지수는 3월의 저점에 비해 상당히 올라와 있는 상태다.
이처럼 국내외의 여건이 개선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신경 쓰이는 부분도 꽤 있다.
우선 주가가 단기간에 너무 올랐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코스피를 볼 때 지난 3월초 1000선 밑으로 떨어졌던 게 1300선까지 왔으니 40여일 만에 30%나 뛰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주가수익비율(PER) 30배가 넘는 종목들도 수두룩하다.
민간부분의 자금사정이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우량기업에 국한된 것이고 아직 한계기업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일 실시된 한국은행 RP 매각에선 42조원이나 되는 돈이 몰렸고 이후 이어진 통안증권 매각에도 수익률이 2%도 안 되는 채권을 사려고 은행권이 돈을 싸들고 달려왔다. 금융시장이 정상화되려면 아직도 시간이 멀었다는 얘기다.
아시아권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데 반해 미국이나 유럽 쪽은 추가상승에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S&P500지수나 독일의 DAX지수는 100일 이동평균선에 부딪쳐 번번이 밀리는 양상이다.
이 때문인지 3월 중순부터 순매수로 돌아서서 국내 주가를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크게 기여했던 외국인들의 매수가 최근 들어 주춤해진 양상이다.
이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애널리스트들이 쏟아내는 낙관론에 편승해 다른 투자자들처럼 매수에 나설 것인가, 아니면 비관론이 만연할 때 주식을 산 것처럼 이번에도 거꾸로 관망을 하면서 기다릴 것인가.
최근 원자재가격이 오르자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경기회복 신호로 해석하고 있지만 그 보다는 금값이나 달러가치를 반영한 움직임으로 보는 게 합당할 것으로 보인다. 시티그룹의 주식투자전략가인 로버트 버클랜드는 “투자자들은 주가가 폭락할 때 너무 비관적이어도 안 되지만 역으로 주가가 급등할 때 너무 낙관적이어도 안 된다”고 조언했다.
지난 9일 한은은 금리를 동결했는데 장기적으로 느슨한 금융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증시의 장기전망은 밝다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단기간에 급등한 종목이 많은 만큼 시장 전체에 대한 투자보다는 당분간은 선별적인 대응을 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