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기 투자1순위

2009. 4. 17. 05:57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재테크 해빙기’ 투자 1순위 어디

3월 위기는 없었다. 한때 외환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기도 했지만 무사히 넘겼고 코스피지수는 1000과 1200 사이에서 박스권(일정한 범위 내에서 등락을 거듭해 네모난 상자 안을 오가는 듯 보이는 것)을 벗어나 1300 고지 탈환에 대한 기대감마저 들게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로 시작된 금융 위기가 미국에서 왔듯이 훈풍도 미국에서 건너왔다. 2월 미국 기존주택판매가격(중간값)이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기존 주택과 신규 주택 거래량도 각각 5.1%, 4.7% 증가했다. 주택 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이것만으로 모든 위기가 사라지고 장밋빛 전망이 도래할 것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병의 발원지부터 치료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에 의미를 둬야 할 듯하다.

미국과 함께 국내에서도 따스함이 감돌고 있다. 3월 19일부터 10일(영업일 기준) 연속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이 빠져나갔다. 무려 8조3000억여 원이다. 3월 초와 비교해 봐도 한 달 동안 4조500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이 풀린 것이다. 대부분이 3월 결산법인들의 결제 자금으로 들어갔다는 것이 지배적인 해석이지만 시중에 돈이 돌기 시작한 것만은 사실이다. MMF 잔액은 올해 1월 100조 원을 넘기고 지금도 120조 원가량이 남아 있지만 최근 8조 원의 돈이 풀렸다는 것은 그만큼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도 커졌다는 말이다.

한 달 새 MMF 4조5000억 원 풀려

아직 미국의 자동차 등을 비롯한 제조업체의 구조조정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고 씨티그룹이나 AIG 등의 추가 부실 우려가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지 주택 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것만으로 봄이 왔다고 볼 수 있을까. 이에 김주형 동양종합금융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그널에 의미를 둬야 한다”며 “미국 주택 시장의 부실로 시작된 위기이므로 주택 가격이 더 빠지면 부실이 더 커지고 비용이 더 많이 들 것이다. 이것이 더 커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주택 경기는 하나의 지표라기보다는 시그널로 봐야 한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나 금융업의 부실은 초기에는 ‘쇼크’였지만 구조조정이 진행될수록 주가는 오른다. 주가는 경기에 선행하는 것으로 지금은 부실의 정리 단계를 미리 반영한 것이다.”

김 팀장의 입장은 이 시그널이 장기적인 턴어라운드(turn-around: 추세 전환)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긍정론에 가깝다. 그는 “중·단기 전망도 긍정적으로 본다. 2분기는 강세가 된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다. 하반기에도 안정적으로 꾸준히 회복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봄은 짧다는 의견도 있다. 4월의 짧은 훈풍이 5월 들어 꺾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안정균 SK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미국에서 부실자산 정리가 본격화되면 부실자산을 장부에 반영하게 되고 이럴 경우 금융회사의 재무제표가 일시적으로 악화될 것이다. 그럴 경우 자산시장에 심리적인 충격을 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고 전망했다. 짧은 유동성 랠리 뒤에는 ‘꽃샘추위’를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을 시장의 ‘봄’으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한동욱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금은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중의 일시적 상승이다. ‘쇼크’로 인해 발생한 비정상적인 상황이 비로소 정상적인 ‘경기 둔화’로 이전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상적인 시장 상황으로 돌아온다고 해도 지금은 경기 둔화 시점이므로 아직도 잘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채권시장을 분석한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은 지금의 금융 위기를 벗어나더라도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자산시장의 확대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빚을 내 생활하던 미국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 과거처럼 과소비가 아니라 필요한 소비만 하게 될 것이고, 미국도 이미 달러가 많이 풀린 상태에서 다시 달러를 찍어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저물가·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될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미묘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3월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의 거래량이 2006년 12월(1642건) 이후 가장 많은 1210건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강남 부동산의 지표처럼 여겨지던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101㎡(31평형)는 지난 1월에 비해 4100만 원 오른 8억9500만 원에 거래됐다. 이곳 중개업소에는 매물이 사라지고 호가가 오르는 등 시장 과열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에 있지만 거래량이 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실물경기가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만 홀로 고공행진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지금이 ‘봄’인지 아닌지는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상 기온으로 겨울답지 않은 따뜻한 날씨를 하루 이틀 맞은 것인지, 아니면 여름으로 가는 길목인지는 장기적으로 봐야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주가지수와 환율을 지켜보면서 가슴 설레는 사람이 조금씩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상을 분석해야 원인과 결과를 알 수 있고 대처할 수도 있다. 비록 행동에 옮기지 못하더라도 지금 자산시장의 ‘온기’를 진단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봄’을 즐기는 길이 되지 않을까.



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