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명작마이클 레빈, ‘깨진 유리창의 법칙’
지난겨울 국내 모 회사의 노트북을 구매한 후 환불한 적이 있다. 노트북을 살 때 에러가 확인돼 이를 바로잡고 구매했지만 거듭 문제가 발생해 환불을 요구했다. 그런데 환불 과정이 ‘관료주의’를 닮아 짜증이 났다. 판매점에서는 에러를 확인하고서도 “환불 여부는 서비스센터에서 결정한다”는 답변을 했다. 서비스센터에 접수하고 사흘 만에 환불을 통보받았지만 기분은 영 엉망이었다.
고객은 1%의 사소한 불만만 있어도 냉정하게 떠나버린다. ‘100-1=99’라는 등식은 성립하지만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100-1=0’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즉, 1%의 고객 불만이 100%의 실패를 가져온다. 흔히 고객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하는데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고객은 ‘기대 이상’일 때에야 비로소 만족한다.
① 톡·톡·톡= 고객 서비스는 100점 아니면 0점만 존재한다.
마이클 레빈이 쓴 ‘깨진 유리창의 법칙(흐름출판 펴냄)’은 바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사소한 허점이 바로 비즈니스의 무덤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원제 ‘Broken Windows Broken Business’처럼 깨진 유리창이 비즈니스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기업 경영에서 중요한 것은 첫째도 고객 서비스, 둘째도 고객 서비스, 셋째도 고객 서비스라는 것이다.
고객 서비스도 기대에 부응하는 정도가 아니라 기대 이상이어야 한다. 더군다나
고객은 단 한 번일지라도 기대를 저버리는 서비스를 받으면 이탈하게 되고 그게 결국에는 기업을 쓰러뜨릴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단 한 번의 불쾌한 경험, 한 명의 불친절한 직원, 매장 벽의 벗겨진 페인트칠 등 기업의 사소한 실수가 결국은 기업을 쓰러뜨린다는 이론이다.
언뜻 보기에는 하찮은 것, 작고 사소한 것, 잘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객들은 이를 인식하며 그 인식으로 인해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② 톡·톡·톡=
지저분한 계산대, 정리되지 않은 상품들, 체계적이지 못한 메뉴, 불친절한 직원들, 불충분한 고객 서비스 정책 모두 깨진 유리창이 될 수 있다.
③ 톡·톡·톡=
더러운 화장실이 기업을 망칠 수 있다.
식당의 화장실이 더럽다면, 고객은 그 식당의 주방에 들어가 보지 않고도 주방의 위생 상태에 문제가 있으리라고
확대해석한다. 이 고객의 방문 횟수는 줄어들게 되고 주변에도 이런 사실을 알려 결국 식당을 찾는 고객들은 차츰 줄어들게 될 것이다. “만약 버거킹 화장실에 갔는데 휴지가 없다면, 당신은 버거킹 직원들이 고객의 욕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쩌면 위생에도 신경을 쓰지 않아 음식에 세균이 득실거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게 될 수도 있다. 나아가 전국 모든 버거킹 매장이 다 마찬가지라고 결론지을 수도 있다. 이는
고객의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논리적인 사고 과정이다.”
뉴욕 양키스의 조지 스타인브래너 3세는 50년 된 야구장에 화장실이 충분한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④ 톡·톡·톡= 개인의 삶에서 강박증은 고통스러운 질병인지 몰라도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습관이다. 작은 것에도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깨진 유리창은 없는지 철저히 확인하는 태도를 강박적으로 가져야 한다.
제품 문의나 애프터서비스 건으로 어느 회사에 전화를 거는 경우 “지금은 통화량이 많으니 다시 걸어주십시오”라는 메시지를 반복해 듣게 되거나 어렵게 연결되었다고 하더라도 상담원이 문제를 해결해 주기는커녕 회사의 원칙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게 된다면 그 회사에 대해 나쁜 이미지를 갖게 될 수밖에 없다.
깨진 유리창, 즉 사소한 실수를 고치지 않는다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 법칙을 저자는 브랜드 관리, 마케팅, 고객 서비스, 광고와 홍보, 조직 관리 등 기업의 전반적인 경영 전략에 적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 핵심은 ‘너무 작아서 놓치기 쉬운 세부 사항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기업이 저지르는 큰 실수들은 대개 잘 보이지 않는 작은 실수들이 모여 일어난 것이다.
5년간 매일 들른 단골 커피 전문점에서 어느 날 문득 페인트칠이 벗겨진 벽을 보고 음식의 위생 상태를 의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⑤ 톡·톡·톡=
무시해도 좋을 만큼 사소한 일은 없다. ‘작은 하나’가 ‘전부’로 변할 수도 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범죄학에서 도입해 큰 성과를 거둔 이론이다. 범죄학자인 제임스 Q 윌슨과 조지 L 켈링은 1982년 3월 ‘월간 애틀랜틱’에 기고한 ‘깨진 유리창’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건물 주인이 깨진 유리창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방치한다면 절도나 문서 훼손, 폭력 등과 같은 강력 범죄에 대한 대비 역시 미비할 것이라는 인식을 하게 되고 자칫 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 얘기했다. 뉴욕의 경우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벽에 낙서하거나 지하철을 무임승차하는 사소한 범죄행위를 처벌하자 연간 2200건에 달하던 살인 범죄가 매년 1000건 이상 감소하는 등 강력 범죄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⑥ 톡·톡·톡= 고객은 당신의 실수를 안다.
말하지 않았을 뿐.
저자는 사소한 실수로 인해 고객들을 화나게 한 사례로 맥도날드의 ‘해피밀 장난감’을 들고 있다. 맥도날드는 어린이들에게 해피밀 장난감을 준다고 광고하고선 매장을 찾은 어린이 고객에게 장난감이 부족하다며 주지 않았다고 한다. 어린이 고객들이 광고에서 본 장난감을 받기 위해 맥도날드를 찾았는데 장난감이 부족하다는 변명만 들은 것이다. 장난감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실망하고, 부모 역시 화가 났을 것이다. 이게 깨진 유리창을 방치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⑦ 톡·톡·톡= 영화 상영 전 TV 광고를 트는 것이 바로 ‘깨진 유리창’이 아닐까?
모처럼
영화관을 찾을 때 가장 짜증나는 게 바로 TV 광고다. 관객이 이 광고를 지겹도록 봐야 한다면 이것도 깨진 유리창의 법칙에 해당하지 않을까. 저자는 광고에 불만이 많은 프리랜서 작가인 친구 코헨의 사례를 들려준다. “나는 TV 광고를 보려고 극장에 간 게 아니다. 그랬다면 집에서 무료로 봤을 것이다.” 영화광인 그의 불평은 대단했다. 얼마 후 코헨은
영화 상영 전 다음 개봉작 예고만 하고 광고를 하지 않는 극장을 하나 찾아냈다고 좋아했다. 그리고 그곳의 단골이 되었다. 나아가 그는 이웃들에게 그 극장에 대해 말해주었고 광고를 하지 않는 극장을 찾아가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광고를 튼 것만으로 극장이 작은 부분에 관심을 갖지 않고 고객의 욕구를 등한시한다고 주장하기는 힘들다. 또 코헨 한 사람이 다른 극장을 선택했다고 해서 전에 그가 다니던 극장이 당장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코헨 이외에도 많은 사람이 광고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말콤 글래드웰이 말한, 신조류가 형성되는 ‘티핑 포인트(급격한 변화 시점)’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⑧ 톡·톡·톡= 맛없는
기내식보다 웃지 않는 승무원이 더 나쁘다.
⑨ 톡·톡·톡=
좋은 첫인상도 ‘최초’가 아니면 소용없다.
뉴욕에서는 식당들이 개업한 지
2년 만에 70%가 도산한다는 통계가 있다. 심지어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문을 닫는다고 한다. 이는
작고 사소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요인도 작용했을 것이다. 한두 번은 ‘그 정도쯤이야’라며 무심코 지나쳤을 것이다. “그 정도쯤이야”라는 말이야말로 유리창이 깨지는 서막이 아닐까.
⑩ 톡·톡·톡= 가장 치명적인 ‘깨진 유리창’은 사람이다.
최효찬 소장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향신문 기자를 거쳐 현재는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강의를 하는 한편 자녀경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 ‘5백년 명문가, 지속경영의 비밀’ ‘아빠가 들려주는 경제 이야기 49가지’ ‘메모의 기술 2’ ‘한국의 1인 주식회사’ 등의 저서가 있다.
최효찬·자녀경영연구소장 / 문학박사 roma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