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11. 06:08ㆍC.E.O 경영 자료
은행 지점장들의 중기 대출 관리 ‘암묵지(暗默知)’ [중앙일보]
작전명 : 전기계량기 체크 왜 : 회사 잘 돌아가나 보려고
‘전기 계량기를 체크해라’.
요즘 은행 지점장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취급하는 직원들에게 당부하는 말이다. 지점장들의 체크 리스트에는 4대 보험료 납부 실적, 차량 주차 대수, 청소 상태 등도 들어 있다. 주로 공단 지역 지점에서 중소기업에 신규 대출을 해주거나, 대출 만기를 연장해 줄 때 확인하는 사항들이다. 이들은 기업의 재무적 지표와는 관계가 없다. 하지만 기본적인 광열비나 부담금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면 십중팔구 문제 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꼭 챙겨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중소기업의 비(非)재무적인 측면을 이모저모 따지고 드는 게 요즘 은행들의 추세다. 은행들이 전근대적으로 보이는 기법을 꺼내든 데는 이유가 있다. 중소기업은 재무제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고, 회계장부가 있다고 해도 이를 100% 신뢰하기 어렵다고 한다. 또 경제여건이 워낙 휙휙 바뀌고 있으므로 지나간 시점의 회계자료만으로 대출심사를 하기엔 부족하다. 실제 지난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액은 45조원 증가했지만, 최근의 경기 침체로 부실채권이 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선 지점장들은 경험으로 쌓은 자신만의 ‘체크리스트’를 갖고 있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암묵지(暗默知)’인 셈이다. 문서나 매뉴얼로 공식화하기는 어려운, 경험과 학습으로 몸에 쌓인 지식이다.
가장 쉽고 요긴하게 쓰는 것이 전기요금이다. 요금을 잘 내고 있는가는 기본이고, 얼마나 많이 쓰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점검 항목이다. 전력 사용량은 공장을 얼마나 가동했느냐를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공단의 한 지점장은 “전력 사용량이 전보다 크게 줄었다면 업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물 사용량이 많은 업체는 수도요금도 좋은 자료가 된다.
직원들의 신용 상태와 회사 경영을 연결짓는 경우도 있다. 중소기업 고객이 많은 지방은행의 지점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신용카드 연체자를 유심히 살펴라”고 지시했다. 신용카드 대금을 납부하지 못한 고객 중 거래 기업의 직원이 있는가를 파악하자는 것이다. 종업원이 카드 대금을 연체했다는 것은 그가 다니는 회사가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는 뜻이다.
회사나 기업주의 평판도 중요하다. 은행권에선 “중소기업 고객이 많은 곳에서 지점장을 제대로 하려면 업체 사장의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까지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회사 대표의 됨됨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소기업에선 회사 돈과 개인 돈을 구분하지 않고 쓰는 경우도 있고, 세금을 줄이기 위해 실제보다 사업 내용을 축소해 회계자료를 만드는 곳도 있다는 게 일선 지점장들의 설명이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수도권의 한 지점장은 “경기가 좋지 않을 때엔 전기요금이나 기업 대표의 평판을 살피는 게 첨단 신용평가 시스템보다 더 정확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파악하는 노하우는 지점장마다 다르다. 회사를 찾아갔을 때 사장실에 걸려 있는 월간 일정표를 유심히 본다는 지점장도 있다. 일정이 없다면 제대로 경영을 하지 않는 것으로 의심한다는 것이다. 또 업체를 방문할 때 직원들이 사장에게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면 기업 대표의 위상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경쟁업체를 통해 얻는 정보도 중요하다. 해당 업체에 대한 소문들도 참고가 된다. 회사 분위기, 청소 상태, 주차장에 차가 얼마나 있는지 등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들도 모두 체크 대상이다. 때에 따라선 ‘007 작전’을 벌이기도 한다. 한 지방은행 지점의 경우 숙박업소에 대출을 할 때면 직원들이 손님을 가장해 직접 묵기도 한다. 손님들이 얼마나 드는지 본다는 것이다.
기업은행 김학은 심사기획팀장은 “지난해 대다수 중소기업의 실적이 나빠져 재무적 지표만으론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며 “재무 항목이 나빠도 기술력 같은 비재무 항목의 평가가 좋다면 신용등급도 올리고 금리도 할인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원배·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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